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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파업하겠다는 나라,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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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파업하겠다는 나라, 어떻게 바꿀까

총선 승리로는 부족… 한국 사회 '취약 고리'를 찾아라

다가온 총선에서 야권연합이 승리한다고 세상이 바로 변할 수 있을까. 희망섞인 전망만을 얘기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으로 대변되는 자본은, 이제 스스로 파업을 무기로 국가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손 치더라도 자본의 압력을 피하기란 어렵다. '독점자본을 깨야만 경제 권력 교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가 올해 첫 포럼 주제로 '대한민국 경제권력, 어떻게 교체할 것인가?'란 내용을 잡고 이 골치 아픈 이야기를 나눈 이유다. 토론 참석자들은 정부마저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커진 독점자본의 폐해에 대한 이해를 나눈 후, 4.11 총선에서 바뀌는 정치지형이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개혁은 성공할 수 없으리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방법은? 결국 '공공성 강화' 뿐이다.

이번 포럼은 지난 6일 오후 4시 인문까페 창비에서 열렸다.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의 발제 이후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곽정수 <한겨레21> 기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민주주의, 유명무실"

지주형 교수는 자본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를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그로 인해 자본 파업과 같은 현상, 즉 국가가 자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이처럼 자본이 힘을 키움에 따라 "국가 제도와 일반 법률이 자본에 유리하게끔 형성되고, 신자유주의가 정치와 민주주의를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지 교수는 그 결과를 과감한 설명으로 펼쳐놓았다.

지 교수는 "신자유주의 정치사상은 자본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충돌할 때 후자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보다는 법치가 우선되는 정치사상"이라며 그 결과 "정치의 사법화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힘이 강한 세력, 즉 자본권력이 법에 의존해 '합법적인 지배'를 이어가고, 정작 의회는 "실제 정치과정에 별 영향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로 유명무실해진다." 그리고, 재벌권력은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고해진다. 정치지형 변화가 유명무실해지는 배경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 위헌판결을 통해 막힌 상황을 꼽았다. "국가가 행정부처를 장악해도 다른 영역에서는 그 힘이 막힌 것"이며 결과적으로 "자본이 다른 수단을 통해 (정치 권력에) 저항한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재벌 그룹, 곧 독점자본은 당시 '해외 이전' 논리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재벌견제, 가능하긴 할까

문제는 재벌독점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곽정수 기자는 한국 재벌권력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놀라운 실적이 바로 재벌 견제가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꼽았다.

지난 2009년 삼성전자는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의 실적을 기록해 "전 세계 제조업체 중 토요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덩치를 자랑했다. 지난해는 무려 매출 150조 원, 영업이익 15조 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배경에는 납품단가 30% 인하라는 삼성 경영진의 경영목표가 있었다.

곽 기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를 조사하면서 작성한 내부자료를 보면, 2003년에는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 목표가 25%선이었다"며 "(단순히 말하자면 영업이익) 10조 원 중 2조5000억 원은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얻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줄어드는 영업이익 감소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수준의 재투자, 마케팅이 불가능해진다. 곽 기자는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재벌 체제가 약간의 양보를 통해 공생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장'으로 대변되는 재벌의 힘은, 이제 정치권력마저 넘어섰다. 재벌은 법을 지배해 한국 사회를 통제한다. ⓒ뉴시스
'취약 고리'를 찾아라

자본이 권력을 독점한 지금의 한국 권력지형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취약 고리(weak link)'를 찾아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참여자들은 입을 모았다. 새로운 정치집단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정태인 원장은 세 가지 취약 고리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힘이 약해지고 동아시아의 위상이 떠올랐다는 점과 △극단적인 경쟁 지상주의에 매몰됐던 한국 사회가 2008년 '뉴타운 투표' 이후 변했다는 점, 그리고 △야권이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었다.

'신자유주의가 최선'이라는 환상이 깨지면서 미국의 세계 독점 체제에도 균열이 갔고, 때마침 한국 사회 안에서도 복지의 필요성이 적극 대두됐으며, 이에 맞춰 정치 지형도 연합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 원장은 이 취약 고리를 활용해 새로 집권하는 정치 세력이 우선 "아래로부터 위로의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 원장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을 최저임금으로 설정"해 내수를 확대시키고, 이를 가로막는 재벌권력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붐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 원장은 결국 이 실행의 관건이 "사회 연대"라며 재벌권력에 맞서는 '재벌개혁동맹'을 위해 "재벌기업 소속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중소기업, 비정규직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 역시 △현재 산업구조를 바꿔 숙련 노동을 강화하고 △자본과 유착한 인적 네트워크를 청산하며 △그에 따라 법과 경제제도를 변화시키고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구조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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