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의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가 발행한 <민실위보고서>를 보면, 방송이 그래픽 화면 구성을 통해 어떻게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추론할 수 있다.
민실위는 <뉴스데스크>가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보도한 전국 60개 선거구의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비평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응답자를 제외하고 집전화 응답자를 대상으로 이뤄져, 이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젊은층의 여론이 무시된 것 아니냐는 이유다.
민실위는 "불가피하게 집전화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조사의 한계를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며 "온전히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단정적인 표현과 위험한 화면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런 현상은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야권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보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뉴스데스크>의 지난 2일 방송(상단)과 4일 문재인, 손수조 후보 지지율 보도. 붉은색 부분을 보면, 유독 지지율 격차가 큼에도 문 후보만 지지율 2위 손 후보의 사진과 같은 크기로 처리돼 있다. ⓒMBC 노조 민실위 제공 |
여당은 크게, 야당은 작게
민실위가 지적한 자사 보도태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여야 후보의 사진 크기를 교묘하게 편집해 박빙의 승부처라도 여당 후보는 큰 사진으로, 야당 후보는 작은 사진으로 배치했다. 여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확연히 전달시키는 효과가 났다.
지난 2일 보도화면을 보면, 서울 송파 병에서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는 지지율 40.8%를 얻어 지지율 33.7%의 민주통합당 정균환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김을동 후보의 사진은 크게, 정균환 후보의 사진은 작게 배치했다.
서울 송파 을에서도 새누리당 유일호 후보(지지율 40.4%)의 사진은 민주통합당 천정배 후보(29.7%) 사진보다 크게 배치했다.
<뉴스데스크>가 1, 2위 후보 사진 크기를 2배 이상 차이 나도록 그려 '압도적 우위'라는 인상을 준 지역구는 모두 6곳으로, 이 가운데 5곳은 새누리당 후보가 앞섰다. 민주통합당 후보가 앞선 곳으로 보도한 유일한 지역은 서울 동작 갑(전병헌)이다.
당장 이와 같은 그림 크기 차이는 선거 개표 방송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사용할 때는 여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불공정 보도 시비가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뉴스데스크>는 지지율이 약 1%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격전지 경기 부천 소사에서도 새누리당 차명진 후보의 사진을 크게, 민주통합당 김상희 후보의 사진은 작게 처리했다.
민실위는 "이는 선거전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피해야 하는 형식의 컴퓨터 그래픽(CG)"이라며 "심지어 지지율이 불과 1%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경기 부천소사 지역구 후보의 사진에도 크기 차이를 뒀다"고 비판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4일 보도에 나온다. 이번 선거 최대 관심지역 중 하나인 부산 사상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51.9%를 얻어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29.2%)를 두 배 가까운 지지율 격차로 따돌렸음에도 둘의 사진 크기를 똑같이 배치했다. 이전 보도 태도와 비교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민실위는 자사의 이와 같은 보도로 인해 "정치 신인과 유력한 대권 주자가 동급이 된 것"이라며 "다른 날은 잘못된 방식으로 표시하다가 왜 하필 이 날은 후보 사진 크기를 모두 맞췄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은 어디 갔나
▲경기 고양 덕양 갑은 박빙의 지역이지만, 유독 MBC 뉴스에서만 심상정 후보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MBC, KBS, SBS 뉴스 순. ⓒMBC 노조 민실위 제공. |
이 지역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뉴스데스크>는 "파주 갑은 … 민주당 후보가 선두를, 고양 덕양 갑에서는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가 우위를 보였습니다"라고 리포트했다. 그리고 민주통합당 윤후덕 후보와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SBS 앵커 출신 정성근(새누리당) 후보와 맞붙는 윤후덕 후보는 방송 3사 공동 여론 조사에서 47.2%의 지지율을 얻어 34.4%에 그친 정 후보를 비교적 넉넉하게 앞서고 있다. 반면 심 후보와 손 후보는 엎치락뒷치락 승부를 벌이다 3사 여론 조사에서 불과 1.5%포인트의 차이로 손 후보가 앞설 정도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는 두 후보의 사진 크기를 똑같이 처리해 박빙의 지역구로 설명한 KBS, SBS 보도태도와 확연히 대비된다. 유독 <뉴스데스크>는 손 후보의 사진만 처리하고 심 후보의 사진은 노출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뉴스데스크>는 역시 1.3%포인트 차이의 박빙 지역인 강원 홍천·횡성 상황에서 앞선 민주통합당 조일현 후보의 사진만 내놓기도 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은 일단 앞선 후보 얼굴만 내보낸 것 아니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실위는 "이 기사에서는 '조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고 분명히 언급했다"며 "덧붙여서 '무응답층도 47.9%나 됐다'고 강조했다. 왜 '손범규-심상정'과는 차별 대우한 것이냐"고 설명했다.
민실위는 "누가 봐도 야권의 대표 얼굴 중 하나인 심상정 후보를 깎아내리는 보도"라며 "<뉴스데스크> 보도를 본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후보가 많이 앞서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론조사의 특성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 이렇게 보도했다면 기자로서 심각한 결점이 있는 것이고, 알고도 이렇게 썼다면 의도적인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이상규, 민병두 의원의 사진. 유독 MBC(맨 앞 붉은 부분) 뉴스의 사진만 표정이 어둡다. ⓒMBC 노조 제공 |
여당은 '뽀사시', 야당은 어둡게
민실위는 여야 후보들의 사진 사용에서도 편파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CG에 쓴 여당 후보의 사진은 밝게 웃는 모습이 많았던 반면, 야당 후보의 사진은 무뚝뚝하게 나온 사진을 골라 쓴 경우가 적잖았다는 얘기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KBS와 SBS는 문 후보가 앙다문 입으로 웃는 특유의 모습을 사진으로 사용했으나, MBC는 멀리서 찍은 사진을 썼다. 문 후보의 얼굴이 상대적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표정 역시 무뚝뚝해 타 방송사 사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을 풍긴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인 천정배 후보의 경우도 유독 MBC만 어두운 표정의 증명사진을 사용했다. 반면 KBS, SBS는 밝게 웃는 모습의 사진을 썼다. 표정이 어두운 후보와 밝은 후보의 사진이 대조될 경우, 시청자는 밝은 후보에게 더 호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사진 처리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에게서도 발견됐다. KBS와 SBS는 밝게 웃는 모습을 클로즈업한 얼굴 사진을 썼으나, 유독 MBC만 마이크를 든 모습을 사용했다. 민병두 후보의 경우 역시 KBS와 SBS는 웃는 모습이 선명하게 나온 같은 사진을 썼으나, MBC는 흐린 질감의 통상적인 증명사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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