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8일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을 후쿠이(福井)현으로 보내 니시카와 잇세(西川一誠) 지사에게 이곳에서 운영되는 오이(大飯) 원전 3호기와 4호기의 재가동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통신은 또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5일 새로운 원전 안전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며, 노다 총리와 에다노 경제산업상,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원전사고담당장관이 이 기준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다노 경제산업상은 오이 원전을 운영하는 간사이(關西)전력의 야기 마코토(八木誠) 사장과 안전 기준에 관한 협의도 가질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오이 원전 3, 4호기가 이 기준을 충족할 경우 현지에서 주민 대상 설명회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기준의 내용에는 쓰나미와 지진에 대비해 복수의 전원과 원자로 냉각설비를 확보하는 조치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간사이 전력은 이미 지난 2월 원자력안전보안원에 이 원전이 후쿠시마급의 사고에도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해 지난달 말 일본 내각부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행정 절차만 따지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첫 원전 재가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 간사이(關西)전력이 일본 후쿠이(福井)현에서 운영하는 오이(大飯) 원전. ⓒ로이터=뉴시스 |
하지만 에다노 경제산업상은 지난 2일만해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원전 소재지를 비롯한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한다면 재가동하지 않겠다"며 "현 시점에서는 저도 재가동에 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아사히신문>도 노다 정부가 주민 반발을 고려해 재가동에 관한 판단을 유보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이 원전의 재가동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3%에 그친 반면 반대는 62%에 이르는 상황을 의식한 조치였지만 며칠 만에 '새로운 안전 기준'을 명분으로 태도를 바꾼 셈이다.
<교도통신>은 후쿠이현이 정부가 마련한 잠정 기준을 독자적으로 평가한 뒤 재가동 여부를 결론지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후쿠이현에 인접한 교토(京都)부와 시가(滋賀)현이 재가동에 부정적이고, 간사이전력의 대주주인 오사카(大阪)시의 하시모토 도루(橋本徹) 시장 역시 대표적인 반원전 인사여서 쉽지않은 경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5일 도쿄(東京)발 기사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다음 달 원전의 전면 가동 중단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국민들에게 '원자력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설득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원전 완전 중단'이라는 상징성을 의식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일부 원전의 재가동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신은 후지무라 관방장관이 이날 "지역에 원전의 새로운 안전 기준에 대해 설명할 것"라고 하면서도 '지역 공동체에는 원전 재가동 여부를 승인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뜻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지났지만 안전 사고 릴레이
여름철 전력 공급 부족 우려과 후쿠시마 사고를 고려한 새 안전 기준 마련이라는 정부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에 대한 일본 내 반대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1년이 지난 후쿠시마 원전도 '수습됐다'는 일본 정부의 선언을 비웃듯 잇단 안전 사고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5일 제1원전 오염수 처리 시스템의 배관이 고장나 고농도의 방사성 스트론튬이 포함된 오염수 12톤이 바다로 흘러들었다고 밝혔다. 이 오염수의 농도는 지난달 유출량인 1㎤당 14만 베크렐(Bq)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배출량은 지난해 12월 0.15톤, 지난달 0.08톤에 비해 크게 늘어나 바다 오염도 더 심해질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4일에도 1~3호기 원자로에 질소주입 장치가 고장나 질소 공급이 약 2시간 40분간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장치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수소가 산소와 결합해 수소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질소를 넣어 수소를 밀어내는 용도로 쓰인다.
도쿄전력은 강풍으로 질소를 주입하는 장치의 필터에 모래가 쌓이면서 고장이 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 달에도 이 장치는 한 차례 고장이 난 바 있어 도쿄전력의 미흡한 관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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