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후 내가 하는 일.
단위농협에 가서 혈압을 재고
그 옆의 하나로마트에 들러 시세(時勢)를 알아본다.
왜 시세를 알아봐?
그냥!
심심하니까.
5년 동안 매일 일정한 시간에 나타나 시세를 체크하니
마트 점원들은 나를 동료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여서
말까지 트고 지낸다.
"어제 안 보이데?"
"응. 출장 갔었지."
"난 또 결근한 줄 알었네."
"오늘 멍게 좋아?"
"안 좋아."
"딸기도 그려?"
"딸긴 좋지만 내일 사. 세일하거든."
이런 대화가 시답잖게 보여도 나한테는 금쪽같다.
하루 종일 외국인만 상대하느라
한국말도 아니고 외국말도 아닌
"*능능능 타고 가!"
하는 식의 얼치기 국제어(國際語)를 쓰다가
순 한국말을 써보는 기회니까.
샴푸가 떨어졌는데 진열대에 리필이 없다
"리필이 왜 없는 겨?"
신참이 쫓아와 극구 변명한다.
"진열대가 꽉 차서 못 갖다 놨어."
고참이 다가와 옆댕이로 붙으며
"요샌 행사상품이 더 싸. 이걸 사."
하지만 선뜻 손이 갈 정도는 아니다.
슬그머니 마트 밖으로 나와
길 건너 화장품 할인점에 가보니
식물나라 7백 미리가 5천원.
싸다.
샀다.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산다고
직원도 밖에서 살 때가 있다.
*능능능 : 오산 가는 111번 시외버스. 태국어로 1이 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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