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드라마국, 다큐, 교양국 등에서 팀장보직을 수행하는 간부 25명은 성명서를 내 "파업이 시작된 후 경영진은 사퇴를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한 어떠한 전향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책임지는 모습 대신 진정성 없는 호소문 시리즈와, 온갖 경로를 통해 가해지는 징계에 대한 독촉과 압박, 엄포가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MBC에 이어 KBS 보직간부들도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게 됐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더 나은 KBS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감시와 처벌 같은 잔기술로는 그들을 데려올 수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경영진의 통 큰 결단을 보여주"시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특히 "저를 둘러싸고 혼란한 KBS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던 김 사장의 지난 2008년 인터뷰를 인용해 당시 발언을 지키라는 간접적 압박을 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1989년에 입사한 16기 팀장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파업에 돌입한 후배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특히 괴로웠던 것은 매일 후배들의 등급을 매기고 동태를 파악해, 그들의 월급을 깎고 징계에 회부할 근거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지금껏 CP들이 버텨온 것은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었다며 "그래도 프로그램의 틀거지만이라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파행만이라도 막고 있으면 혹시 후배들에게 갈 불이익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기대가 경영진의 징계 절차 착수로 인해 무너지면서 성명을 내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KBS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조합원 중 <Reset KBS 뉴스9> 제작에 참여한 인원을 포함해 상당수 조합원을 징계위에 회부할 예정이다.
다음은 성명서 원문.
징계를 중단하고 결단을 내리길 촉구합니다.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1차적 책임자로서, 경영진과 현업PD들의 소통을 매개해야하는 초급 간부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렇게 호소문을 띄웁니다. 처음엔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월급이 나오지 않을 줄 알면서, 징계가 뻔히 보이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밖으로 달려 나가는 후배들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들의 안타까움과는 달리 파업에 임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너무도 의연하고 당당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모습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특히 괴로웠던 것은 매일 후배들의 등급을 매기고 동태를 파악해, 그들의 월급을 깎고 징계에 회부할 근거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CP들이 버텨온 것은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닙니다. 그래도 프로그램의 틀거지만이라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파행만이라도 막고 있으면 혹시 후배들에게 갈 불이익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수십 명의 후배들이 징계 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참담한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들의 기대가 너무도 안일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파업이 시작된 후 경영진은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한 어떠한 전향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책임지는 모습 대신 진정성 없는 호소문 시리즈와, 온갖 경로를 통해 가해지는 징계에 대한 독촉과 압박, 엄포가 전부였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KBS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의 크기는 직급이 높을수록, 선배일수록 클 것입니다. 하루속히 후배들이 제작현장으로 돌아 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감시와 처벌 같은 잔기술로는 그들을 데려올 수 없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경영진의 통 큰 결단을 보여주십시오. 간곡히 호소합니다. 파업도 언젠간 끝이 나고, 경영진의 임기도 다할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우리들의 터전 KBS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공영방송으로 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몇 년 전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사장 스스로가 한 말씀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MC : 관심의 대상이었던 김인규 전 KBS 이사가 사장공모신청을 포기했습니다. 저희 CBS가 김인규 전 이사를 전화로 연결해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왜 포기하신 건가요? 제가 KBS 사장에 응모하는 것 자체가 KBS 문제를 넘어서 또 커다란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 제 자신 평소에 KBS맨, 또는 방송인 김인규다, 이렇게 자부를 해왔는데, 낙하산 인사, 정치인 김인규, 이렇게 매도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 저를 둘러싸고 혼란한 KBS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어제 결심을 했습니다." 2008.8. CBS 인터뷰 중에서 KBS의 선배로서, 직장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현명한 결단을 바랍니다. 후배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팀장 일동 강희중, 김성근, 김정균, 김정중, 김형준, 박현민, 박복용, 송철훈 심광흠, 안창헌, 이건준, 이건협, 이금보, 이명신, 이석진, 이상헌 이태경, 장성주, 장영주, 전흥렬, 최석순, 최성일, 최인성, 한창록 황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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