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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한윤수의 '오랑캐꽃']<508>

나는 천둥같이 소리를 질렀다.
"너 여태까지 뭐했어?"
불안과 당혹감으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베트남인이 대답했다.
"아는 회사 사장님이 어제까지 일 시켰어요."
사장은 걱정 말라고 했을 거다. 등록이 될 줄 알고.
그러나 고용센터에서 *안 된다고 하니 쉰 떡 버리듯 황급히 버린 거다. 마지막 날!
구직기간 90일을 다 썼으니
몇 시간 내로 직장을 못 구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알선장에 나오는 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면접을 보겠다는 회사가 나왔다.
"사출 해봤다고 했죠?"
"예."
그러나 채용이 된다 하더라도 오늘 중으로 고용센터에 등록까지 마쳐야 하므로 도저히 안심이 안 되어 베트남 통역을 딸려 보냈다.
"성공하기 전엔 돌아오지 마!"

아뿔사,
이때 화성외국인보호소 공무원 7명이 들이닥쳤다.
두 기관의 이름이 '화성외국인'까지 5자가 같은데다가, 하는 일도 같은 바에야
민관 친선(親善)으로
"점심을 같이 하자!"
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보호소나 우리나 똑같이 불법체류자 돈을 받아주지만
잡히기 전에 받아주느냐, 잡히고 나서 받아주느냐 그 차이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점심 먹으려고 챙겨보니 우리 직원이 없다.
하나는 의정부 노동부에 출석, 또 하나는 수원 노동부에 출석, 베트남 통역은 조금 전 노동자를 데리고 면접 보러 정남(正南)에 갔고, 태국 통역은 이빨이 아파 치과에 갔으니 남은 직원이 하나뿐이다.

7대 2로 외롭게 점심을 얻어먹고 있는데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베트남 통역이다.
"좋은 회사 같아요. 고용센터 등록까지 끝냈어요."
"그럼 빨리 택시 타고 치과 들려서 태국통역 데리고 *오리지날로 와."

비로소 고마운 공무원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며 고기의 참맛이 느껴진다.
숯불로 구운 오리가 이렇게 맛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된다 : 고용센터에서 알선한 외국인을 고용하지 않고, 그 밖의 외국인을 고용하면 위법이므로 등록이 안된다

*오리지날 : 화성보건소 뒤에 있는 오리고기 전문음식점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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