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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한윤수의 '오랑캐꽃']<368>

티(가명)는 위장결혼으로 입국한 여자다.
공장에서 일한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일 년에 한 번 비자를 연장할 때마다 *남편이 출입국에 같이 가주어야 한다.
하지만 돈을 주지 않으면, 가줄 것 같지 않다.
그러면 한국에 *질래 못 있는데.

제 딴에는 머리를 썼다.
회사와 근로계약을 <길게> 하자.
그러면 출입국에서 나가라고 해도
"나 계약기간이 남아서 못 나가요."
하고 *버티면 되니까(?)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회사와 4년 계약 할 수 있어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백년 계약도 돼. 근데 왜?"
"한국에 오래 남고 싶어서요."
기가 막히다.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조근조근 설명했다.
그건 네 생각일 뿐이지, 출입국에는 안 먹힌다. 한국 정부는 민간회사와 사적(私的)으로 계약한 걸 가지고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는다. 괜히 헛수고하지 말라.

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요지부동이다. 전혀 씨가 안 먹힌다.
완전 자유당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고, 어떤 조건 하에서도 만사가 잘 될 거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지쳐 떨어지고,
오히려 그녀가 단호하게 물었다. 마치 피의자를 심문하는 검사처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겠어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요. 목사님은 요거 한 가지만 대답해주시면 되는 거예요. 4년 계약 돼요, 안돼요?"
"돼!"
"그럼 됐어요."
그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진다.

오, 주여.

*남편 : 명목상 남편.

*질래 : 길래의 사투리. 오래도록 길게.

*버티면 되니까 : 버티면 될까? 어림없다. 그건 제 생각일 뿐이지,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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