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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503>

내가 배구선수 출신이다.
중학 2학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그러나 보리밥 먹고 배 꺼진다는 부모의 성화를 받는데다
나보다 월등히 잘하는 애가 나타나
"안 되겠구나!"
생각하고 배구를 접었다.
허나 강 스파이크와 멋진 리시브에 대한 동경은 남아 있다.

작년에 화성시에서 집 근처에 실내체육관을 세우고
I은행 프로여자배구단이 그곳을 홈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화성시민들에게 무료 관람을 시켰다.
홈 관중이니까.

다만 난 I은행이 여기를 홈으로 쓴다는데 거부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여기가 외국인노동자들의 진짜 홈인데, *물게도 모르고, 예금하러 간 외국인을 불법체류자로 신고해 추방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고 배구는 배구니까
다 잊고
쉬는 날과 홈경기가 겹치는 날이면 구경을 다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제
주민등록증을 꽂고 4번 째 구경을 갔는데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서있다.
뭐야? 돈 내고 구경하는 저 사람들은!
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들어가려는데
"표는요?"
하며 기도가 막는다.
"화성시민인데?"
했더니
"언제적 얘기를 하세요?"
하며 금년부터 홈 관중도 4천 원씩 받고 있단다.

이왕 온 거 표를 살까 하다가
아서라, 돈 내고 볼 건 없지 하고 돌아섰다.

수많은 관중이 긴 통로를 따라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돌아가는 인간은 하나뿐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튄다.

*여기가 외국인노동자들의 진짜 홈 : 화성은 전국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최고로 많은 곳으로 그들에겐 여기가 안방이나 마찬가지다. 타 도시에 있다가 여기로 오면 안정감을 느낀다.

*물게도 모르고 : 물정도 모르고 함부로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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