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꼬박꼬박 졸고 있는데
밖에서 왁자 하는 소리가 들려 무슨 쌈 났나 하고 내다보니
태국남자 대여섯 명이 웅긋중긋 둘러선 가운데 우리 직원과 통역들까지 뒤섞여,
퍼더버리고 앉은 태국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받고 채기로 떠들고 있다.
나는 밥은 빼먹어도 재미난 얘기는 빼먹지 않는 사람이라 아예 이야기판을 사무실로 끌어들일 셈으로 모두 들어오라고 해서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회사는 이사님 마음대로야. 사장님은 잘 나오지도 않거든. 근데 이사님이 이쁜 여잘 좋아한다구. 유난스럽지. 그래서 나만 보면 저녁 먹자는 거야. 밖에서 만나자는 전화도 헤일 수 없이 받았어. 어처구니가 없데. 내가 그리 호락호락한 여자로 뵈? 계속 빠꾸를 놨더니 캄보디아 여자한테도 전활 했더래."
태국남자 1이 물었다.
"캄보디아 여자 이뻐?"
"이쁘지. 개도 한 인물 하거든. 나보단 좀 못하지만. 걔도 계속 빠꾸를 날리니까 결국 불법 여자하고 저녁을 먹더라구."
태국남자 2가 물었다.
"불법 여자 이뻐?"
"안 이쁘지."
"안 이쁜데 왜 저녁을 먹어?"
"여자잖아!"
"아니, 이사님 말고 불법이 왜 저녁을 먹냐구?"
"그것도 몰라? 불법은 거절하기 어렵잖아. 짜르면 지가 어떡할 거야? 갈 데가 없는 아인데. 근데 이게 묘하더라구. 불법 얘가 힘을 쓰기 시작한 거야. 안 이쁜 주제에 감히 나를 모함한 거지. 저것들 내쫓으라고. 그래서 나하고 캄보디아가 억울하게 짤린 거야. 죄라면 이쁜 죄밖에 없다구."
나는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