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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판타지 소설에 빠져 현실을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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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판타지 소설에 빠져 현실을 못 본다"

[월러스틴의 '논평'] 이스라엘-이란-팔레스타인의 환상과 현실

이스라엘의 판타지, 이스라엘의 현실
(Israel: Its Fantasies and Its Realities)


이달 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다. 핵을 보유한 이란은 이스라엘에 현존하는 위협을 가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이에 반격하기 위해 적시에 행동을 취할 권리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말하기 위해서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핵을 보유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며, 미국은 그런 상황에 동의할 수 없다고 힘주어 주장했다. 하지만 네타냐후의 발언은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다. 군사적 행동에 대한 생각을 하려면 그 전에 이란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비군사적 행동이 다 소진되어야 한다.

전제조건부터 살펴보자. 핵무기를 가진 이란은 왜 이스라엘에 현존하는 위협이 되는가? 핵무기를 가지면 그걸 가지고 이란이 이스라엘을 폭격할 것이란 말인가? 사실 이스라엘이나 미국, 혹은 전 세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를 믿지 않는다. 말만 그렇게 할 뿐이다.

▲ 지난 5일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회담을 갖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공식 발언부터 보자. 이스라엘 관료들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등이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길" 원한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한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은 번역이 부정확하다는 점을 짚었다. 번역이 맞는다 쳐도, 그게 유대인 국가라는 개념에는 반대하지만 다른 다양한 개념의 국가에는 찬성해온 많은 중동 사람들이 오랫동안 가져왔던 입장을 되풀이해 말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나?

도대체 왜 이란이 이스라엘에 [핵]폭탄 공격을 할까? 만약 공격을 하면 적어도 이스라엘 인구만큼 많은 아랍인들을 죽일 것이다. 이란은 핵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로부터 즉각적인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는 것은 판타지다. 어떤 책임 있는 위치의 지도자도 그걸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공격을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왜 이란의 지도자들은 그런 말을 할까? 필자에겐 그 답은 명확하다. 이란이 결국 몇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무언가를 정말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란은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을 변화시킬 것이고 이스라엘의 '정치적'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이란의 핵 보유로 아마도 몇몇 다른 나라에서도 빠르게 핵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먼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터키가 될 것 같다.

이스라엘, 혹은 미국이 예방적 차원에서 이란을 폭격한다면 곧바로 엄청난 정치적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첫째, 예방 공격은 이란의 핵개발을 막게 하는데 상대적으로 확실히 효과가 덜할 것이다. 둘째로 그런 공격을 벌이면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 정치적 지위가 약화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는, 왜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과 정보기관이 모든 군사적 논의에서 많은 반대의견을 내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은 그런 담론이 유행하고, 현재 이스라엘이나 미국에서 집권하지 않은 몇몇 정치 지도자들이 전쟁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어리석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공멸(lose-lose) 상황에 빠져 있다. 그들은 무엇을 하든 정치적으로 손해를 볼 것이다. 필자는 그들이 이 점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네타냐후나 오바마는 진정으로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국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유지할지에 대해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협박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동시에 이란의 지도자들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깃발을 흔들고, 얼마 전 심각한 도전을 받았던 자신들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그러한 담론을 이용한다.

한편, 이스라엘에 진짜 문제로 남아있는 팔레스타인 이슈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제 이집트에서 집권이 유력한 무슬림형제단과 자신들의 전략을 연계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팔레스타인의 집권당인 파타당은 확실히 하마스에게 웨스트뱅크의 지배력을 넘겨주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마스와 미국 정부 사이에 끼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또한 공멸의 상황에 있고 뭘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어떤 게 가장 좋은 생존전략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미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뜻에 달려 있다. 팔레스타인의 거리가 조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들의 뜻과 타협을 볼 수 있을까? 머잖아 알게 될 것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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