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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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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다

[한윤수의 '오랑캐꽃']<500>

길은 멀다.
자유를 찾아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를 탈출하는 체코인의 수기(手記)다.
탈출계획을 세울 때 사냥 잘하는 사람, 담력이 센 사람, 지리에 능한 사람 등 전문가 위주로 팀을 짜다가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웃기는 사람'이다.
툰드라, 삼림, 늪지대, 초원, 고비사막, 티베트 고원,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2만 리를 가려면 웃기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6명이 다 죽고 1명만 살아남아 인도에 도착하는데
그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웃기는 사람이 없었다면 나도 죽었을 거야."

우리 센터도 웃기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갈 길이 머니까.
이놈의 오랑캐꽃들이 해방될 때까지는!

너스레 잘 떨던 L이 떠나자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쩌나?
이제 웃기는 사람이 없는데.
하지만 가냘픈 희망은 남아 있다.
내가 기대하는 건 K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웃긴다.
한 번은
베트남 가는 자원봉사자가
"락앤락을 사야겠어요."
하자
눈이 뚱그래지며
"뭐? 야생닭을 사요?"
해서 모두가 뒤집어졌었다.

오늘 K가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가지구
짜잔 하고 나타나자
다시 한 번 뒤집어졌다.
"뭘로 그렸지?"
"드라이버에 유한락스 찍어서."
"재료값 얼마 들었는데?"
"4천원."
"집에 가서 해봐야지."
"나도!"
"나도!"

봉동 이장 식으루
"저놈이 해주겠지!"
했는데 역시 해주었다.

▲ K.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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