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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여자

[한윤수의 '오랑캐꽃']<364>

베트남 여성 란(가명)은 환장할 지경이다.
10년이나 어린 룸메이트가 수시로 남자 친구를 데려와 자기 때문이다.

데려와 자는 것까진 참을 수 있다.
어떤 땐 문을 잠가놓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데 미치겠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창밖에서 개처럼 떤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왜 문을 잠그니?"
하고 따지면 사내놈이 나서서
"이년, 죽여버릴라?"
하고 으르기도 한다.

사내놈은 운동한답시고 란의 침대 바로 옆에서 훌라후프를 돌리곤 한다.
이건 운동이 아니라 겁주는 거다. 마치 까불면 죽여! 하는 것 같다.

하루는 둘이 란의 컴퓨터와 자전거를 고장 냈다.
"왜 고장 냈냐?"
고 하니까 대답이 걸작이다.
"다시 사!"

돌아버릴 것 같아서 높은 사람들에게 방을 바꿔달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방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점점 상황이 나빠져가다가,
급기야 어제 사내한테 한 대 맞았다.

밤이 깊었는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잠이 덜 깨어 몽롱한 상태에서 문을 열었지만 좀 늦었나 보다.
"이년, 동작 봐라!"
사내가 머리를 후려쳤다.

란은 생각다 못해 나를 찾아왔다.

덕분에 그녀의 신세 한탄을 하염없이 들어야 했다.
남편과 사이에 아들 둘을 두었다. 큰아들은 20살로 직업이 없고, 작은아들은 17살로 중학교만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편은 아편중독자로 란이 3년간 벌어서 보낸 돈과 집까지 팔아먹었다. 2년 전 할 수 없이 이혼했다. 하지만 남편과 같이 사는 큰아들까지 아편중독이 될 줄이야. 작은아들은 아직도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엄마 베트남 오면 한번 보고 싶다고. 그녀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남편이나 큰아들 만날까봐 작은애 보기도 겁난다. 친정부모는 *이곳 사정도 모르고 답답한 말만 한다.
"거기 있어. 절대로 들어오지 마!"

복이라곤 지지리도 없는 상처투성이 인생이다.

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했다.
한국인 과장이 가엽게 여겨 혼자 쓸 방을 마련해 주었다.

고맙고요,
란의 심신이 회복되길 빈다.

*이곳 사정 : 란의 체류기한은 앞으로 6개월이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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