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을 메운 관객들은 방송3사 노조 파업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한 신문사 기자들이 81일간 파업한 이유를 공감하고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12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파업대부흥회 – 교회오빠와 교회누나, 동생들의 만남'은 공연기획자 탁현민 씨의 진행 아래 다양한 볼거리로 채워졌다. <국민일보>의 성격에 맞는 개신교 색채가 청중들에게 부담 없는 모양새로 채워졌고, 방송사 파업콘서트에 비해 이야기 시간이 더 많은 게 특징이었다.
▲박유리 국민일보 조합원은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국민일보 조합원들은 81일간 임금이 없이 사측과 싸우고 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국민일보사 조합원 외에도 시사평론가 김용민, 소설가 공지영,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이진오 인천 더함공동체 교회 목사, 고재열 <시사IN> 기자 등이 참석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108명 날계란에 힘 보태 달라"
관객들은 공연 말미 조합원들의 지지호소에 두 시간이 넘는 공연 중 가장 큰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 토크콘서트에 나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던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파업이 즐거운 일은 아니다. 무척 힘들고 고달픈 일"이라면서도 "저는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하고야 마는 악마 같은 집념을 갖고 있다"고 노조의 파업 정당성을 강조했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조 위원장은 "파업으로 인해 (오히려) 많은 장로님, 목사님들을 만나 여러 성경 말씀 중 괜찮은 걸 기억해두게 됐다"며 "<국민일보>가 바로 서고, 한국 교회가 바로 설 때 저도 새 신자가 돼서 성경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박유리 조합원은 "파업 첫날 한 선배가 '조용기 목사의 차남은 단단한 철벽이다. (파업에 나선) 108명의 기자와 노조원들은 거기 던져지는 날계란'이라고 했다"며 "저는 '제가 깨져도 조용기 목사의 <국민일보> 사유화를 막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길 것 같아 싸우지 않고, 싸우는 게 옳고 정의라고 믿기 때문에 싸운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박 조합원은 "어떤 사람은 더 개혁적인 언론사에 가지 왜 여기 남아 있느냐고 말한다"면서도 "우리 108명의 기자가 떠나도 우리 회사는 폐간되지 않는다. 우리가 도망치면 <국민일보>가 바뀌지 않는다. 108명의 날계란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조합원들은 해고, 피소 등을 회사로부터 당한 상태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13일부로 해고당했다. 1년차 기자조합원을 비롯한 23명의 조합원이 사측에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고소당했다.
"파업, 성공 계기 마련"
파업콘서트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이른바 '시사아이돌'로 불리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의 부흥회 패러디로 시작했다. 김 평론가는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개신교도다. 김 평론가는 특유의 개그로 <국민일보>를 둘러싼 조 목사 가정의 내분과 국민일보 노동조합원들의 파업 정당성을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특히 김 평론가는 오는 13일 오전 7시에 열릴 국민일보사 이사회 일정을 전하며 "<국민일보> 구성원들의 피와 눈물, 투쟁의 결과가 결실을 맺고 있다"며 "파업이 반쯤은 성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해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가 미국 국적자인 조사무엘민제 대표의 신문법 위반 사항을 유권해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12일 국민일보사에 "위법사항에 대해 조속히 시정조치를 하기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다.
신문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대표자인 법인은 신문을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조 대표를 해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반할 경우 3개월 이내에 신문 발행을 정지하거나 10억 원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평론가는 그러나 "조 목사 일가가 <국민일보>를 떠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원이 끊어지고, 조 목사 일가가 가진 상징성도 사라진다"며 "<국민일보>가 그 상황이 될 때 믿을 수 있는 건 독자밖에 없다"고 이번 사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손봉호 나눔과국민재단 이사장,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정연주 전 KBS 사장,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방송인 김제동,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 방송인 김미화, 주진우 <시사IN> 기자,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 등 각계인사는 영상메시지로 국민일보사 노동조합원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또 CCM 그룹 바이러스와 국립오페라합창단 노동조합, 밴드 카피머신은 공연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 교회 바꾸는 싸움"
▲김지방 국민일보 조합원은 노조의 파업이 권력화된 한국의 종교개혁을 위한 시발점이 되도록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지방 국민일보 조합원은 "파업을 하고서 보니 우리가 싸워야 할 문제가 (단순히 국민일보 차원을 넘어) 한국의 큰 교회, 큰 목사, 그리고 그들의 교회재산 사유화였다"며 "우리의 과제는 지금 한국 교회가 싸워야 할 과제와 똑같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 만들어져 조 목사 일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조 목사 일가는 돌아가며 국민일보사의 핵심 경영직을 맡고 있다.
김 조합원은 "왜 우리가 '개독교'라 불리는지 알아야 한다"며 "우리의 싸움은 한국 교회를 위한 것이고, 한국의 교회도 우리를 위해 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도가니>를 쓰면서도 느꼈지만, 한국 1%의 횡포는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국민일보 노동조합원들의 파업은 (부패한) 종교와의 싸움이기도 해 기독교 신자로서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 씨는 천주교 신자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지지의 인사를 건넸다. 유 공동대표는 성경을 인용하며 "<국민일보>는 이제 출애굽의 역사를 시작해 (아직) 광야를 헤매고 있다. 그러나 40년을 헤맨 모세와 달리 30일 후인 4월 11일이 지나면 (국민일보사 조합원들은) 약속의 땅에 진입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파업 선배'인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파업을 거치면 기자들이 달라진다"며 "'내가 감당해야 할 실천은 다 했다' 생각하더라도 (조합원들이) 거리에 섰던 경험을 통해 <국민일보> 지면이 달라지고, <국민일보>를 구독하는 독자가 달라지고, 결국 대한민국이 달라진다"고 응원을 보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는 찬송가를 개사한 노래와 특유의 입담으로 관객들에게 국민일보 조합원들의 파업 정당성을 설명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토크쇼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두 번째 토크쇼는 (좌로부터) 공연기획자 탁현민 씨의 사회로 김용민 시사평론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공지영 소설가, 조상훈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고재열 <시사IN> 기자가 참석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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