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권 독립'을 내걸고 69일째 파업 중인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국민일보>가 실정법을 어기고 지난 5년간 불법으로 발행돼 왔다고 폭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일보>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을 위반해 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조항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대표자로 돼 있는 법인은 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는 13조 4항 2호와 신문을 경영하는 법인 이사 중 친족관계자가 1/3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한 18조 2항이다.
국민일보 노조는 "2006년 12월부터 국민일보 대표이사를 맡은 조사무엘민제 씨는 26세 때인 1996년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채 지금도 미국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민일보가 지난 5년 3개월 동안 불법 발행돼왔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무엘민제 사장은 국민일보 발행인인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의 둘째 아들이다.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 위원장은 "파업 도중 이 사실을 발견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두 기관 모두 조민제(본명: 조사무엘민제) 사장이 국민일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의 '족벌 경영' 체제도 문제가 됐다. 국민일보의 전체 이사 4명 중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그의 아들 조사무엘민제 씨가 나란히 이사로 부임하고 있는 것이 신문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신문법에 따르면 일간신문의 이사 중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의 총수는 1/3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되지만, <국민일보>에서는 전체 이사의 절반을 조용기 목사 부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민일보 노조는 국민일보주식회사 경영진 선임권을 가진 국민문화재단에 조민제 사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는 한편 문화부와 서울시에 신문 불법 발행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조사무엘민제 사장은 현재 개인 경제범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노조 위원장이 사장의 비리 혐의를 비판하고 조용기 목사 일가의 국민일보 사유화를 견제하다가 부당 해고됐고, 이 사건이 파업의 촉발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조 목사는 지난 23년간 사장 자리에 동생, 큰아들, 사돈, 작은아들을 앉혀 국민일보를 사유화했다"며 "언론사 CEO로서 법적 자격도 없고 전문성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조사무엘민제 씨가 사장이 된 유일한 이유는 조용기 목사의 아들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조상운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 국적 조건은 발행인, 편집인에만 국한되는 줄 알았다"며 "경영진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하는 노조로서도 (실정법 위반 사항을)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독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는 "조민제(조사무엘민제) 사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면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발행 정지, 신문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이런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조 사장 스스로가 물러나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1988년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성도들의 헌금을 모아 창간했다. 조 목사는 "한국사회와 교계에 국민일보를 내놓겠다"며 지난 2006년 '국민문화재단'이라는 공익재단에 <국민일보>를 귀속시켰지만, 둘째 아들인 조민제 씨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줌으로써 조용기 목사 일가의 '사유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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