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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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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한윤수의 '오랑캐꽃']<499>

봄바람에 여우가 눈물 흘린다더니 바람이 몹시 차다.
그래도 이 바람을 뚫고 수원 노동부까지 씽씽 달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그러나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찬다라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저 못 가요."
"왜?"
"사장님이 바쁘다고 가지 말래요."
"안 되는데! 오늘 출석 안하면 감독관님이 사건 종결시킨다고 했거든."
"그럼 돈 못 받아요?"
"못 받지! 그래도 괜찮아?"
"할 수 없죠 뭐."

허펍한 놈!
사장이 가지 말란다고 제 돈 2백만 원을 포기하다니.
바보 중에 상바보다.

옛날에 이런 상바보들이 필리핀, 베트남, 태국인 중에도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점점 똑똑해져 맨 먼저 필리핀, 그 다음이 베트남, 마지막으로 태국 순으로 상바보가 없어졌다.
이제 이런 지극한 바보는 캄보디아 밖에 없으니
얼마 전까지 대장 바보 노릇을 하던 태국인들이 얼마나 똘똘해진 건지
감개가 무량하다.

바람이 잦아든 오후에
타파콘이 왔다.
그는 태국인으로 6개월 전에 처음 나를 찾아왔었다.
토요일 잔업수당을 받아달라고.

하지만 회사 장부와 대조해보니
'연장근로수당'에 포함하여 다 지급했다는 게 드러났다.
그래서 석 달 전에 알려주었다.
"다 받았어. 이제 오지 마."

그런데 오늘 또 나타난 것이다.
내가 물었다.
"무슨 새로운 문제 있어?"
"아뇨."
"그럼 왜 또 왔어?"
"혹시 더 받을 게 있나 해서요."

베리굿!
난 이런 지독한 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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