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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노동시간 줄여서 일자리 늘리자더니…"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주간연속 2교대, 하려면 제대로 하자!

<인사이드 경제>는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드라이브를 계기로 하여 이와 관련한 구체적 쟁점들인 노동강도·생산성·임금 등의 항목을 연속적으로 다뤄왔다. 오늘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가장 구체적인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산업 주간연속 2교대 문제를 직접 다뤄볼 차례이다. 추상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매우 실물적인 흐름이 잡혀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노동강도와 임금의 변화, 시야를 넓혀보자

현대차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 시행의 구체적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근무형태변경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주간 2교대의 구체적인 근무시간을 아래 표와 같이 제시한 바 있다. 우선 지금의 주간조/야간조가 주간1조/주간2조의 형태로 재편된다. 노동시간은 기본적으로 8+9 시스템, 즉 주간 1조는 8시간, 주간 2조는 9시간 근무를 하는 형태로 변경된다.


변경된 근무표만 보면 누구나 현대차 생산직들의 근무형태가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있다. 하지만 좀 엉뚱한 방향으로 시야를 넓혀보자. 어차피 <인사이드 경제>는 주류의 시선이 아니라 좀 엉뚱한 시선으로 사건을 해석해온 전통(?)이 있지 않던가.

변경된 근무표가 시행될 경우 노동자들의 출퇴근을 담당하는 통근버스 기사들의 근무형태는 어떻게 변화될까? 기존에는 주간조가 8시 출근, 야간조가 밤 9시 출근이라 대략 출근시간에서 ± 2시간 정도의 시간대, 즉 아침 6~10시, 저녁 7~11시 사이에 일이 몰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변경된 근무표가 시행될 경우 일이 몰리는 시간대는 이렇게 변한다. 새벽 4시30분~6시30분, 오후 1시10분~5시10분, 새벽 1시~3시. "심야노동 없애고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오히려 통근버스 기사들의 심야노동은 더 늘어버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게다가 이전에는 일이 몰리는 시간대가 아침과 저녁 시간으로 2회 뿐이었는데, 변경된 근무표에 따르면 새벽과 낮시간, 심야시간 3회로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새벽과 심야에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시간대라서, 통근버스 외에는 이동수단이 없어서 운행 대수는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결국 별도의 조치가 없는 한, 불가피하게 통근버스 기사들의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 식당 노동자들의 근무형태는 어떻게 변화할까? 종전 식사시간은 낮 12시(중식)와 새벽 1시(야식)로 되어 있어, 식당 노동자들도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변경된 근무표가 시행되면 오전 10시 30분과 저녁 7시 10분으로 바뀌므로 출퇴근시간에 상당한 변화가 벌어지긴 하지만, 최소한 주야 맞교대는 사라지고 심야노동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주야 맞교대 시스템에서 지급되던 야간근무수당이 사라지게 되므로, 별도의 임금보전 방책이 없는 한 임금삭감이 수반된다.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식당 노동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여기에 식사시간이 1시간에서 40분으로 줄어들게 되면, 기존보다 20분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배식이 완료되어야 하므로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 한 노동강도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주간연속 2교대는 완성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야를 확장하기 시작하면 범위는 더 넓어진다. 우선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사의 노동시간도 현대차와 똑같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완성차 생산속도에 따라 부품을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직서열'이라는 생산관계가 발전해 있어서, 부품사 근무시간은 완성차가 생산되는 속도에 그대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품사 노동자들의 출퇴근과 식사를 책임지는 통근버스 기사들과 식당 노동자들의 경우, 완성차에서 벌어지는 일이 똑같이 일어나게 된다. 완성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 근무형태 변경에 따라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에 변화가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범위는 훨씬 넓어지게 된다.

그런데 근무형태만이 아니라 완성차 안에서 노동강도가 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현대차 어느 생산라인에서 한 시간에 40대를 뽑아내던 것을 45대로 늘리게 된다면? 완성차에 맞춰 실시간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직서열 부품사들의 경우, 현대차 생산속도가 올라가는 것과 똑같이(40→45) 단위시간당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만일 생산직 인원이 그대로라면 고스란히 노동강도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완성차 라인속도는 자동차산업 전반의 노동강도를 좌지우지 하게 된다. 이건 자본가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완성차 자본은 라인속도를 올리는 피치업(uph up) 또는 짭 업(job up)을 실시하기 이전에, 부품사들이 이 속도에 맞춰 납품할 수 있는지를 몇 개월 전부터 면밀하게 조사·검토한다. 부품사들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한 피치업이 이뤄지면, 자칫 부품 조달 차질로 완성차 조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주간연속 2교대 실시 문제는, 100만 명이 넘는 자동차산업 노동자 전체의 근무형태, 노동강도, 임금의 상당한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완성차 노사 간에 논의되어온 근무형태 변경 관련 내용은 위험천만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 작업 중인 현대차 노동자. ⓒ연합뉴스

단축된 노동시간에 노동강도를 늘려 생산량을 보전하자?

우선 지난해 현대차 노사 간에 (비록 합의에 이르진 않았지만) 협의되었던 내용을 살펴보자. 노조 측은 노동시간 단축과 월급제 실시를 통한 임금 보전을 주장했고, 회사 측은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노동강도를 강화해 종전 생산량을 보전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 보전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그렇다면 회사가 제시한 생산량 보전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울산과 아산공장에 있는 총 11개의 생산라인에서 시간당 생산대수(UPH, unit per hour)를 2~5대씩 늘려서 총 30UPH를 올리자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도 상당한 노동강도 강화를 수반하는데, 시간당 30대를 더 생산해도 기존 생산량을 채우지 못한다. 추가로 191시간의 작업물량을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회사 측은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하는 논의를 요구해 왔는데, 여기에는 조회시간(47.6시간), 안전교육시간(48시간), 혹서기 휴게시간(6.1시간), 명절 전날 야간조 휴무시간(18.4시간) 등을 작업시간으로 돌리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시간들을 합산해도 120시간 밖에 되지 않으므로, 나머지 70시간을 어떻게든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생산과 관련한 자투리 시간을 모조리 작업시간으로 바꾼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사실상 단체협상에 보장된 휴가일수를 줄이는 방안 외에 남은 방안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사정은 기아차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기아차는 노사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작년에 기아차 사측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방안이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아차 전체 생산라인에서 시간당 생산대수를 약 42대 가량 높이고(42 UPH up), 단협의 휴일 및 휴가, 휴게시간, 조합활동시간, 교대시간 등을 최대한 작업시간으로 전환해 생산량을 보전하자는 것이다. 현대차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노동강도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에 앞서 부품사부터 노동강도 강화 추진

하지만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러한 방식의 생산량 보전이 실행되면 완성차 공장의 노동강도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부품사를 비롯한 자동차산업 전반의 노동강도가 높아지게 된다. 현대차만 살펴보자면 30UPH를 높이고 추가로 191시간 작업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생산라인별로 시간당 평균 5대의 자동차를 추가로 생산하는 노동강도 강화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부품사들도 똑같이 평균적으로 시간당 5개의 부품을 더 만들어야만 완성차 라인속도에 맞출 수 있게 된다. 보통, 만드는 부품의 가지(아이템) 수가 많기 때문에 각각의 아이템을 시간당 5개 이상 산출해야 한다. 부품사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있는 경우에는 추가 인원 투입이나 추가 생산설비 투자 등을 요구하며 싸울 수 있다지만, 만약 미조직 사업장이라면 저항 한 번 못해보고 고스란히 노동강도 강화를 겪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부품사 민주노조들에 대한 광적인 탄압이 벌어진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센트랄 등 금속노조 산하 이른바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들에 노조 탄압을 위한 공격적 직장폐쇄나 복수노조 설립 등의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던가! 게다가 유성기업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 문제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자본가들이 이러한 공격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했던 지점이 있다. 첫째, 민주노조를 무너뜨리고 금속노조를 탈퇴시키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노동강도 강화를 추진했다. 쌍용차를 비롯해 현장에서 민주노조 깃발을 빼앗긴 모든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진 일이 바로 '노동강도 강화'였다.

둘째, 당장 민주노조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대대적인 외주화를 추진했다. 특히 별도의 외주공장을 만들어 그 공장을 100%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공격이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본공장 물량을 점점 외주공장으로 이관하기 시작하면 본공장 민주노조를 무너뜨리는 데에도 재미를 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외주공장의 노동강도는 본공장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본가들은 완성차 생산라인 속도를 높이기 전에 먼저 부품사의 생산능력을 면밀히 조사·검토하는 법이다. 그 과정에서 부품사의 노동강도를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노동강도 강화에 걸림돌이 될 민주노조를 공격해왔던 것이다.

일자리 늘리기, 어디 갔어 이거?

이제 다시 문제를 단순화 시켜서 살펴보자. 애초 노동시간 단축이 가진 두 가지 긍정적 방향이 있다. 하나는 심야노동과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자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주간연속 2교대 논의의 진행과정을 보면 '일자리 늘리기' 얘기는 쏙 빠져 있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노동시간 단축이 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생산량도 줄어든다. 따라서 애초 계획했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장도 새로 짓고 인원도 더 뽑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노동강도를 확 높여서 단축된 노동시간 안에 기존 생산량을 똑같이 생산하게 된다면? 그렇다.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자본가들이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완성차만이 아니라 자동차업계 전반의 노동강도는 확 올라가는 반면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전제 위에서만 임금보전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생산량만 보전되면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완성차 노동강도 강화 문제는 자동차산업 노동자 전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실업노동자들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게 된다.

평일에 만들건 휴일에 만들건 자동차 가격은 똑같은데

여기서 한 가지 바보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왜 완성차 자본은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생산량 보전을 꾀하는 것일까? 신규채용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도 생산량 보전은 가능한데 말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만 보면'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신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자본에게는 훨씬 이득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에서는 잔업과 특근이 엄청나게 많은데, 자본 입장에서는 정취근무에 비해 잔업과 특근에 대해 작게는 1.5배, 많게는 3.5배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평일 정취근무시간에 만드는 자동차나 잔업과 특근 때 만들어지는 자동차나, 판매가격은 똑같다. 휴일이나 야간에 만드는 자동차를 평일 낮에 만드는 자동차보다 비싸게 받고 팔지는 않는다. 그런데 자동차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야간이나 휴일에 1.5~3.5배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야간노동과 휴일노동을 줄여서 임금지급 부담을 대폭 줄이고, 신규채용을 통해 생산량을 만회하는 것이 훨씬 이익 아닌가? 게다가 정규직을 신규채용 하더라도 입사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불과 몇 백 원 높은 수준이니 '경제적으로는' 이 방식이 훨씬 유리해 보인다. 게다가 한 해에 몇 조원씩을 순이익으로 남기는 완성차 자본이 '일자리 늘리기' 문제에 왜 이렇게 째째하게 나오는 걸까?

비밀은 2가지에 있다.

첫째,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 상대적 고임금의 비밀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근속 15년차 노동자들의 기본 시급이 불과 7000~8000원 밖에 안 된다. 최저시급 458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차의 경우 상여금이 800% 지급되므로 이것의 기본급 인상효과 75%를 가산하더라도 시간당 1만2250~1만4000원 수준에 머무른다.

만약 잔업과 특근에 주어지는 1.5~3.5배의 가산임금이 사라지게 된다면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노동시간 전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임금 수준은 종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완성차 자본이 만약 대대적인 신규채용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급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이었는가 하는 점이 전 사회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귀족 노동자? 생산현장에서 전혀 일하지 않고도 스톡옵션과 주식 배당만으로 수억~수십억 원을 챙겨가는 사장님들이 진짜 귀족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반대로 그동안 상대적 고임금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으며 고립되었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생활임금 쟁취'를 내걸고 집단적인 투쟁을 벌일 가능성은 확대된다.

둘째, 신규채용을 통해 젊은 생산직 노동자들이 대거 현장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실제로 신규채용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에 입각해 보더라도 '산 노동'에 대한 착취를 늘리는 것, 즉 같은 값이라면 더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자본의 이윤율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그런 일을 벌이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계급으로 뭉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에 완성차가 신규채용을 대규모로 시행한다면, 최근 몇 년간 취업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청년 실업자들이 대거 현장으로 유입될 것이다. 정규직 신규채용이 거의 없었던 지난 몇 년간, 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계속 치솟고 정년퇴직자가 늘어 정규직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던가. 이제 젊은 피를 수혈하여 민주노조운동을 새롭게 이끌고 갈 집단이 형성될 가능성이 열린다.

집단으로 뭉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본은 추천인 제도를 활용하고 철저한 신원파악을 통해 최대한 보수적 청년층을 채용하려 하겠지만, 아무리 방책을 동원해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뭉칠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자동차업계가 정규직 노동자를 신규채용하지 않는 이유는, 더 많은 노동자가 집단으로 계급으로 뭉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은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프레시안(김봉규)

올바른 주간연속 2교대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럼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항목을 다뤄보자. 올해 완성차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주간연속 2교대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이며,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단축 드라이브를 걸어준 덕택에 이 문제를 둘러싼 전사회적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대하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자세와 태도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 된다.

첫째, 노동강도 문제는 완성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산업 전반의 문제이다. 올해 주간연속 2교대와 불법파견 사내하청 문제를 걸고 현대-기아차 노동조합이 공동 행보를 취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기에만 그쳐서는 곤란하다.

완성차에서 한 번 노동강도 강화가 결정되어 버리면, 부품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에 따라가야 한다. 부품사 자본은 이를 빌미로 민주노조 말살, 대대적인 외주화, 100% 비정규직 공장 신설 등을 밀어붙일 것이다. 아니, 이미 그 작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부품사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올바른 주간연속 2교대 요구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그들에게도 동일한 혜택이 주어지고 민주노조의 힘도 강화할 수 있는 길,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들이 합심 단결하지 않고 이뤄낼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 공동투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성차/부품사/사내하청 등 자동차산업 노동자 모두의 요구를 함께 내걸고 단결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둘째, 교대제 개편은 생산직만이 아니라 자동차산업과 연관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에 큰 변화를 몰고 온다. 앞에서 언급했던 통근버스 기사와 식당 노동자들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청소노동자, 시설관리/영선/보전 노동자, 부품을 실어나르는 화물트럭 기사, 완성차를 출고하는 카캐리어 기사, 불법파견 사내하청만이 아니라 2·3차 사내하청 등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변화가 생긴다.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완성차 생산직만의 주간연속 2교대 요구가 힘을 얻겠는가? 생산직은 심야노동이 철폐되지만, 이들의 심야노동이 늘거나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임금이 삭감된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노동시간 단축 방안일까? 통근버스 기사들에게도 합리적인 교대제가 실시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심야노동을 해야 한다면 사내 휴게공간과 숙박공간을 설치해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도록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주간연속 2교대 실시를 빌미로 도급노동자의 기존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중요한 계기점이 놓여 있다. 기아차에서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열흘간 주간연속 2교대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변화만이 아니라, 통근버스/식당/청소/시설관리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서 노동조건의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직접 조사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생산직 노동자들이 이들과 친숙한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 단결하여 자신의 노동조건 개선을 내걸고 싸울 수 있도록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주간연속 2교대 투쟁은 노동계급의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훌륭한 모범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임금 변동 부분이다. 이 문제 역시 그동안 '임금 보전'이라는 항목으로만 다뤄져 왔는데, 시야를 좀 더 확장해볼 필요가 있다. 완성차 내 2·3차 하청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시급(4580원)을 받고 있으며, 1차 하청은 그보다 조금 높고, 그 위에 정규직 신규입사자의 시급이 놓여 있다. 정규직 근속 15년을 해봐야 시급은 7000원대에 불과하다. 다시말해 완성차 노동자들의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을 기저축으로 해서 그 위로 수직계열화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만일 올해 최저임금이 5000원으로 오르게 된다면 1차 하청의 시급보다 높아지게 되어, 자본가들은 불가피하게 그만큼의 임금인상을 1차 하청에도 실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1차 하청 시급이 정규직 신규입사자보다 높아져, 자본가들은 정규직/비정규직 분할을 유지하기 위해 전반적인 정규직 시급을 올려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무노조 부품사 노동자들의 시급은 법정 최저임금인데, 최저임금이 5000원대로 올라가면 전반적인 자동차산업 임금이 올라가게 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한국 노동자들의 전체적인 시급/기본급 수준이 낮다는 점을 폭로하고, 완성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위해 최저임금 투쟁부터 출발하겠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서울지역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벌이는 생활임금 쟁취투쟁에 지지 서명과 투쟁기금 모금을 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한 지역 공단 선전전과 캠페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 얘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법정 최저시급부터 스스로 쟁점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항목이다. 노동강도만 강화되지 않아도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신규채용은 불가피하다. 노동강도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필요한 신규채용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일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시킨다면, 그리고 부품사에서도 노동강도 강화를 막아낼 수 있다면, 완성차만이 아니라 부품사에서까지 모두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앞서 얘기한 것처럼, 대규모 신규채용은 늙어가는 민주노조운동에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정규직이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는 사회적 비난과 고립 압력 속에서, 청년 실업 해소에 정규직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고 실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일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인사이드 경제>가 담고자 하는 철학은 간단하다. 한 부문의 노동자 요구는 반드시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와 맞닿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며, 따라서 자신의 경제적 이해를 내걸고 투쟁을 하더라도 이것을 전체 노동자 요구와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가 이 지점에서 단결할 수 있다.

직접적인 투쟁은 한 부문의 노동자가 선봉에 서서 전개하더라도, 그것이 전체 노동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의 비결이 아닐까? 마치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를 막아낸다면 다른 사업장에서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희망의 버스' 운동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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