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지갑을 잃어버리면 심각해진다.
쯩이 들어있으니까.
외국인등록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그들은 쯩이 없으면 불안해서 외출도 못한다.
태국인이 지갑을 주워 왔다.
"어디서 줏었어요?"
"IBK(기업은행)에서요. 현금지급기 앞에 떨어져 있더라구요."
지갑을 뒤져보니 외국인 등록증이 들어있고 회사 명함이 따라 나온다.
지갑의 주인은 H-2 비자를 가진 중국 동포다.
"혹시 돈은 없었어요?"
"5천 원짜리가 한 장 있었나?"
"근데 어디 갔어요?"
"몰라요."
태국인은 시치미를 떼었다.
하지만 왼쪽 주먹에 5천 원짜리를 쥐고 있었다는데, 나는 그걸 보지 못했다.
태국 통역이 복도까지 쫓아나갔다.
"5천원 내놔야지."
그러나 내놓지 않고 엉뚱한 논리를 폈다.
"이 돈이 주인한테 간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말문이 막힌 통역은 가만히 있었다.
태국인의 특징 중 하나.
말문이 막히면 가만히 있고, 5천원을 먹어도 가만히 있는다.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중국 동포가 달려왔다.
지갑을 내주며 물었다.
"이 지갑 맞아요?"
"예, 맞습네다."
"돈은 없었나요?"
"없었습네다."
그는 고개를 흔들고는,
고맙다며 연신 꾸벅거리다가 돌아갔다.
태국인은 돈 먹고,
중국인은 쯩 찾고,
나는 사라진 5천원 때문에 덤터기 쓸까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까딱없고.
이래저래
운수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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