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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소유 땅값 3년새 두배 폭등,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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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소유 땅값 3년새 두배 폭등, 이유는?

[토지+자유 비평] 재벌개혁과 토지개혁이 만나면

재벌개혁의 중요성

한국 사회에서 재벌개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재벌에 친화적이었던 새누리당까지 재벌개혁이란 말을 입에 올릴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새누리당도 재벌개혁을 부르짖지 않으면 더 이상 표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각 당이 주장하는 재벌개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도 많은 편차가 있지만, 제대로 된 재벌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은 꼭 포함되어야 한다. 총수들이 적은 소유로도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문제, 이른바 '소유와 지배의 괴리'라는 불합리함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야 하고 순환출자도 금지시켜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심하게 후려치는 횡포도 중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중소상인의 사업 영역까지 초토화시키는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도 막을 수 있는 포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상법, 공정거래법, 조세법, 형법까지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절박한 과제다. 오늘날의 재벌을 이렇게 놔두다가는 한국경제가 회생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재벌은 소득분배 악화 및 고용생태계 피폐화의 주범이다. 이 원인을 제거해야 한국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토지개혁의 중요성

그러나 재벌개혁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개혁이 있으니, 그것은 토지개혁이다(여기서는 토지개혁의 방법과 효과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한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김윤상 외. 2012.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평사리 참고.).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토지개혁은 재벌개혁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재벌개혁이 커버하지 못하는 상당히 많은 영역들, 예를 들어서 주거불안문제, 재개발·재건축 문제, 금융 불안정 문제, 토지투기로 인한 각종 사회 갈등과 일자리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한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정치인들은 토지개혁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이는 아마도 정치인들이 주로 귀를 기울이는 전문가들이, 실물에 밝은 일반인들도 다 인식하는 토지의 중요성과 토지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미국의 사회경제사상가 헨리 조지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 영국의 수상 처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토지독점이 존재하는 모든 독점 가운데 유일한 독점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토지독점은 단연코 가장 거대한 독점이며, 영원한 독점이다. 토지독점은 다른 모든 독점의 어머니이다(프레드 헤리슨 저·전강수·남기업 역. 2009. <부동산 권력: 투기와 거품붕괴의 경제학>. 범우사. 258쪽).

처칠은 사악한 지주주의(地主主義, landlordism)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그리고 이것이 경제체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처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찍이 자본주의 운동방식을 예리하게 파헤친 마르크스도 토지독점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노동 수단은 토지 소유자(토지소유의 독점은 더구나 자본 독점의 토대이다)와 자본가의 독점이다(칼 마르크스 저·최인호 역. 1995. "고타 강령 초안 비판."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4>. 박종철출판사. 373쪽. 강조는 필자).

어찌 보면 재벌은 독점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처칠과 마르크스의 말에 따르면 토지독점이 오늘날 재벌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마르크스와 처칠은 토지독점을 시장독점의 주범으로 지목했을까?

그것은 토지와 자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마르크스의 경제학 체계가 집약되어 있는 <자본론Ⅰ>에서는 토지가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토지를 생산수단으로 하나로, 즉 자본의 하나로 간주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토지와 자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는 '치명적 실수(fatal mistake)'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본질적으로 자본은 절약과 저축의 결과이지만, 토지는 절약한다고 생기지 않았다. 토지는 주어졌다. 필요하다고 외국에서 수입(import)할 수도 없다. 토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토지를 독점한 자가 자본도 독점할 수 있고, 토지를 독점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노력도 갈취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은 스스로 엄청난 지주(landlord)이다. 그러면 도대체 한국의 재벌들은 얼마나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재벌들은 지주(landlord)

<표 1> 15대 재벌의 토지소유 현황


재벌들이 소유한 땅의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는 자료가 없어서 파악할 수가 없지만 가액기준으로는 파악이 가능하다. <표 1>을 보면 2010년에 1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가격이 무려 83.7조 원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사유지 전체 토지가격의 2.7%, 전체 법인의 11.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 사유지 전체 토지가격은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6.8% 오르는데 그친 반면, 15대 그룹의 소유토지의 가격은 무려 115.2%나 올랐다는 점이다. 그것은 가액기준으로 전체 토지에서 15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1.35%에서 2010년 2.72%로, 전체 법인에서 15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6.6%에서 11.8%로 오른 것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3년 사이에 전체 토지에서, 전체 법인 토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두 배로 상승한 것이다.

3년 동안 재벌들이 소유한 토지가격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재벌들이 생산적인 투자는 하지 않고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했거나, 아니면 재벌들이 가진 땅이 다른 것보다 더 크게 오른 것일 텐데, 아마 진실은 중간쯤에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지고 있는 땅 중에는 가격이 폭등할 개발예정지가 많기도 하고 땅값이 오를 곳을 귀신같이 알아내서 매입하기도 했을 것이다.

재벌들은 나라의 중요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관료들을 수시로 만나고, 그들이 현직에서 물러나면 사장이나 본부장으로 영입하기 때문에 개발예정지가 어딘지는 훤히 알고 있다. 재벌들은 쌓아놓은 유효자금도 많다. 또 증자를 통해서 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엄청난 돈도 빌릴 수 있다. 한마디로 재벌들이 토지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은 땅 집고 헤엄치기다. 심지어는 재벌들이 가진 땅값을 올리기 위해서 개발계획까지 바꿔 놓으니 더 말해서 뭐하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이 바로 독점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토지를 소수가 독점하면 나머지는 토지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려면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한다. 또 토지투기로 인한 지가의 폭등은 엄청난 땅을 소유한 재벌들에겐 매우 유리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려는 중소기업이나 신규로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겐 매우 불리하다. 다시 말해서 땅값 폭등은 재벌들에겐 불로소득 잔치이지만, 중소기업과 신규기업에겐 엄청난 진입장벽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지 불로소득 환수 장치는 대단히 미흡하다.

토지 불로소득 환수 장치는 부재

토지개혁의 핵심 내용은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것이다. 소유권의 3요소인 이용권, 처분권, 수익권 중 수익권 환수에 개혁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더 이상 땅이 돈벌이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금으로 하는 방법과 공공이 국공유지 비율을 계속 늘리면서 이 토지를 임대하는 방법이 있는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세금, 즉 토지보유세 강화를 통한 방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인 토지보유세 실효세율은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등과 같은 선진국의 1/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데, 거기에다가 법인 소유 토지에 부과하는 세율은 주택보다 훨씬 낮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서 주택에 부과하는 보유세율은 0.1~2%까지인데, 재벌들이 주로 소유한 대규모 상가빌딩과 사업용 토지에 부과하는 세율은 0.2~0.7%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재벌들의 토지독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것이다.

'재벌개혁의 효과' < '토지개혁의 효과'

그러면 재벌개혁과 토지개혁의 효과를 비교해보자. 먼저 소득분배 개선에 있어서는 두 개혁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토지개혁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빈부격차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토지인데, 토지개혁이 성공하면 토지로 인한 빈부격차는 해소된다.

또한 고용생태계 개선에도 두 개혁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재벌개혁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토지개혁을 단행하면 지가가 경향적으로 낮아져 신규기업과 중소기업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데, 이것은 그곳에 근무하는 노동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재벌개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갈등,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인한 사회갈등 등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토지개혁도 용산참사와 같이 재개발·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 토지투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데, 그 기여 정도로 봐서 토지개혁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벌개혁과 달리 토지개혁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인 주거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왜냐면 주택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주거불안정은 거의 다 해결 될 것이다. 또한 토지개혁은 토지거품의 생성과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토지개혁이 단행되면 토지에 짓눌렸던 생산의 용수철이 튀어 올라 일자리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토지개혁의 효과가 재벌개혁의 효과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 2>와 같다.

<표 2> 토지개혁과 재벌개혁의 효과 비교


토지개혁과 재벌개혁이 만나면

재벌개혁과 토지개혁은 단시일에 성공할 수 없다. 두 개혁은 적어도 앞으로 10년 정도 치밀한 계획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그리고 깨어있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두 개혁이 만나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까지 유래가 없었던 굉장한 변화들이 우리 사회에 일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재벌개혁 자체도 긍정적인 변화를 낳지만, 토지개혁 자체가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재벌들의 주요 기반을 허물어트리기 때문이다. 두 개혁이 만나면 위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소득분배 개선, 고용생태계 개선, 사회갈등 예방에서 놀라운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거기에 추가하여 일자리문제, 주거문제, 금융 불안 문제 등도 해결될 것이다.

'2013년 체제'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2013년에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일자리의 획기적인 증가, 주택문제의 근본적 해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 근절,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삶을 누리는 사회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재벌개혁은 토지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 두 개혁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북유럽 복지국가들보다 '더욱 역동적인 시장'이, 영미 국가들보다 '더욱 안정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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