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로감독관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운다.
단 한번 만났을지라도!
왜?
고마운 사람들이니까.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떼인 돈 받아주기'다.
근로감독관이 주로 하는 일도
'체불금 해소'다!
같은 일을 한다.
그러므로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호감은 짝사랑에 가깝다.
그들은 관심이 없으니까.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고복수의 짝사랑.
그러나 아무리 짝사랑이라도
워낙 극성스럽게 쫓아다니니까
약간의 반응은 보이게 마련이다.
물론 반응은 님이 처한 곳에 따라 다르다.
1. 수원의 감독관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하지 별 반응이 없다.
늘 보니까.
사건이 많으면 하루에 4번도 간다.
다만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새 직원이 출석했을 때다.
놀라서 묻는다.
"아니, 또 바뀌었어요?"
2. 인근 도시의 감독관
약간의 반응을 보인다.
대개는
"화성?"
했다가
"아, 거기!"
하며 아는 시늉을 해준다.
이 정도면 고마운 거다.
그러나 더러는
"화성? 화성? 모르겠는 걸."
하며 무심천 물 흐르듯 끝내 무심한 사람도 있다.
다만 수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감독관은 다르다.
솔직히 반가움을 표시한다.
"가끔 생각이 나데."
"왜요?"
"여긴 *그만한 데도 없거든."
3. 먼 곳의 감독관
전혀 반응이 없다.
모르니까.
그러나 드물게 풍편에 *소문을 들은 사람들 중에는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는 것처럼
깜찍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이도 있다.
서울 본청의 감독관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거긴 어떻게 견뎌요?"
*그만한 데 : 외국인을 혼자 보내지 않고 동행하는 센터. 혼자 보내면 감독관이 고생한다.
*소문 : '정부 지원이 끊겼다 카더라'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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