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 답은 <자본>에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 답은 <자본>에 있다!"

강신준 교수 '21세기, 마르크스 <자본>으로의 안내' 마지막 강의

지난 1월 4일 <프레시안> 주최로 시작된 강신준 동아대학교 교수의 '21세기, 마르크스 <자본>으로의 안내' 특강은 첫날부터 130여 명의 수강생이 몰리며 에상을 뛰어넘는 성황을 이루었다. 그 마지막, 9번째 강의가 2월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강의실에서 열렸다. <자본> 1,2,3권의 주요 논지를 설명한 앞의 8강에 이어 <자본>의 가르침을 어떻게 현실 변화에 적용할 것인가를 논의한 이날, 강의실은 수강생 100여 명의 뜨거운 관심과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 강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프레시안(최형락)

"2007년 대선 당시,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570만 명 중 다수는 왜 (비정규직 철폐를 약속한 권영길 후보가 아닌)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을까? 1997년 노동법 개정 반대 투쟁과 2008년 촛불집회는 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을까? 해답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에 있다!"

강 교수는 이날 마지막 강의에서 <자본>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그는 "나에게 가장 큰 숙제는 노동운동을 통한 사회의 변화였다"며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1997년 한국의 노동법 개정 반대 투쟁, 2008년 촛불집회, 지난해 희망버스 운동 등은 모두 동력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다"고 운을 뗐다.

▲ 강신준 동아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강 교수는 이어 "한국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570만 명이나 되는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비정규 노동을 늘리고 해고하기 쉬운 노동시장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이명박 대통령이 1145만 표를 얻고 당선됐다"며 "마르크스의 고민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혁명을 "미친 버스에 탄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것"에 비유하면서 사회가 변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전략적인 목표 및 수단'을 꼽았다. 사회가 변하려면 먼저 승객들이 버스가 위험하다고 인식함으로써 현재를 부정해야 하고(현실에 대한 비판), 대안으로 갈아탈 만한 더 좋은 버스가 있어야 한다(전략적인 목표와 수단)는 것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2007년 대선 당시 승객들은 권영길 후보를 이명박 후보 대신 '갈아탈 버스'로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그는 "모순된 사회구조가 있어도 99%는 자신의 이해관계와 적대적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제할 수 없어서' 대통령에 앉힌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99%가 원하지 않고 1%가 원하는 체제는 왜 바뀌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수가 원하는 체제가 당연히 이뤄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다른 국가의 역사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된다. 강 교수는 "1848년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혁명의 동력은 1년도 안 돼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노예제와 봉건제도 99%가 원하지 않는 체제이지만 수백 년 간 지속됐다"며 "동력이 있다고 해도 변화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현실을 지적한 뒤 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변혁운동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함'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며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요소는 마르크스주의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례로 "1875년에 창당된 독일 사민당은 135년이 넘도록 같은 모토를 지킨다"며 "한국에서도 100년, 200년 동안 지속되는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노동운동에 대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강 교수는 "한국 정치는 사람이 중심인데 사람은 아무리 길어봤자 정치 수명이 10, 20년"이라며 "사람이 아니라 정책과 강령이 중심이 되는 조직이 한국에는 없다"고 개탄했다.

노동운동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동운동 내에 노선싸움 때문에 분열은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파조직은 없다"며 "요즘 복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떠올랐는데, 가장 중요한 자본주의의 모순인 노동빈곤 문제를 복지 이슈에 녹여서 추진할 노동조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파'를 "100년 동안 변하지 않는 확실한 목표와 수단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강 교수는 "노동 운동가들이 '지금 당장 되는 것'을 물어볼 때마다 나는 '그런 것은 없다'고 답한다"며 "모두가 칭찬하는 핀란드의 교육 개혁을 완성하는 데는 무려 20년이 걸렸고, 독일금속노조가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만도 2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답을 꾸준히 얘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도 설득된다"며 "유럽의 노동자정당은 그렇게 정권을 잡았다"고 조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마지막 강의가 끝난 뒤에도 수강생 30여 명은 저녁 늦게까지 남아 뒤풀이에 참석했다. 농부, 구직자, 중소기업 사장, 학생, 목사, 직장인 등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마르크스주의와 농민운동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나', '재벌은 영속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과 수강 소감을 쏟아냈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오현동 씨는 "영국에서는 일주일에 33시간만 일하면서 여름에는 3주 동안, 겨울에는 열흘 동안 휴가를 간다. 또 배관공의 급여가 화이트칼라와 비슷해서 사람들이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자유롭게 잘 살더라"며 "이러한 경험이 <자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 송덕진 씨는 "예전에는 노동자나 산별노조라는 말을 들으면 위협을 느꼈고, 마르크스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두려웠다"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레드콤플렉스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니 마르크스 사상이 민주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앞으로 (제도권 교육이) 마르크스를 있는 그대로 소개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 오는 3월 8일부터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와 <프레시안> 공동 주최로 매주 목요일 저녁 '마르크스주의 사상사' 강연이 전체 16강에 걸쳐 열립니다. (☞마르크스주의 사상사 강연 신청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