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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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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윤수의 '오랑캐꽃']<495>

태국인은 관공서에 갈 때 우루루 같이 간다.
그래야 겁이 안 나니까.

태국인 셋이 급히 동수원 로타리에 있는 <고용센터>에 가야 한다.
비행기가 곧 떠나니까.
그러나 아무도 못 가고 있다.
왜?

얘기가 좀 긴데 들어볼라는가?

A는 퇴사일을 잘못 신고해 퇴직보험금을 못 타게 생겨서 <고용센터>에 정정신고를 하고 떠나야 하는데,
B가 같이 안 가서 못 가고,

B는 국민연금을 신청하고 떠나야 나중에 귀국해서라도 그 돈을 받기 때문에 <고용센터>에서 출국예정확인서를 떼어 국민연금공단에 갖다 주고 떠나야 하는데
C가 같이 안 가서 못 가고,

C는 귀국보험금을 받고 떠나기 위해 역시 출국예정사실확인서를 떼어야 하는데, 그걸 떼러 갔다간 비행기 시간에 늦을 것 같아 먼저 비행기표를 연장해야 하는데, 여행사에서 "연장은 안 된다. 일단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다시 사라."고 하므로 일단 취소를 하고 다시 사야 하는데, 비행기표를 살 때 송옥희라는 한국인 과장 이름으로 입금했기 때문에 입금자 허락이 없으면 취소도 안 된다고 하므로 일단 취소하기 위해선 송옥희가 여행사에 전화를 해줘야 하는데, 그녀가 핸드폰을 놓아두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서 연락이 안 되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취소도 못하고 다시 살 수도 없기 때문에 C 자신이 <고용센터>에 못 가므로
덩달아 B도 못 가고 A도 못 가고
아무도 못 간다.

내가
"그냥 가!"
라고 해도 죽어도 안 간다.

셋은
마치 삼각 김밥처럼
단디 뭉쳐 떨어질 줄을 모른다.

김밥 옆구리 탁 터쳐 버려?

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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