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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늑대 인간인가, 개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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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당신은 늑대 인간인가, 개 인간인가?

[장시기의 '영화로 읽는 세상'] 유하 감독의 <하울링>

I. 늑대와 개의 차이

늑대와 개는 개과에 속하는 같은 종의 동물이다. 그러나 늑대와 개의 차이는 인간과 호랑이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늑대는 같은 늑대들과 어울림으로 말미암아 자연적 동물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는 같은 동물들과 어울리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과 관계를 맺음으로 인하여 자연적 동물성을 잃어버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늑대와 개의 차이는 늑대와 인간과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그것이 늑대 인간과 개 인간의 차이이다.

▲ <하울링> 포스터.
유하 감독의 <하울링>은 개과에 속하는 늑대와 개라는 같은 종의 동물이 가지는 차이를 대한민국 사회, 특히 경찰의 수사과에 있는 형사들을 통하여 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묘사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동일한 한국인이라는 사람들이 남성적 관계와 여성적 관계의 차이를 통하여 늑대와 개, 인간과 호랑이, 그리고 백인과 흑인의 차이만큼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500년 전 유럽 르네상스 시대에 서구 유럽의 중세인과 근대인의 차이만큼, 혹은 100년 전 조선 사회의 조선인과 근대인의 차이만큼,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는 식민지적 근대인과 자율적인 탈근대인의 차이가 백인과 흑인의 차이이거나 남성과 여성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그 차이는 늑대와 개의 차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늑대는 크던지 작던지 간에 늑대의 무리와 함께 다닌다. 늑대의 무리에는 지도자와 다수는 있을지언정 주인과 노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늑대는 무리의 다수성과 지도자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생명의 결정권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 늑대는 그렇게 자연적 동물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는 개의 무리 속에서 벗어나 먹고 살기 위하여 인간이라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개 무리의 다수성을 잃어버렸고 개들의 무리 속에서 지도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주인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생명의 결정권을 맡겨 버렸다. 인간들도 마찬가지이다. 함께 살고 있는 인간의 무리와 집단들 속에서 인간이라는 무리의 다수성과 어떤 지도자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생명의 결정권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늑대 인간이 있는 반면에, 개처럼 인간이라는 자신의 속성을 잃어버리고 삶에 대한 생명의 결정권 또한 권력이나 자본이라는 주인에게 맡겨버리고 노예가 된 개 인간이 있다. 동일한 세계에 살고 있는 백인과 흑인, 동일한 국가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동일한 사회에 살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인간이 늑대와 개의 차이만큼이나 크게 벌어진 이유도 이러한 차이 때문이다. 영화 <하울링>은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영화 관객들에게 당신은 늑대 인간인가, 개 인간인가에 대하여 질문한다.



II. 늑대 인간 은영이와 개 인간 상길이의 만남

<하울링>에 등장하는 "질풍"이는 늑대도 아니고 개도 아닌 늑대 개다. 그래서 "질풍"이는 늑대의 무리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유지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그는 개의 훈련은 기술이 아니라 따뜻함과 배려의 관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최고의 조련사(장인호 분)와 그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조련사의 딸(남보라 분)을 만남으로 인하여 늑대의 다수성과 생명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개의 인간되기를 동시에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질풍"이가 인간되기를 수행하면서 조련사와 그녀의 딸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것. "질풍"이와 전혀 다른 동물의 종에 속해 있는 은영(이나영 분)이도 마찬가지이다. 가족이 없고 이혼을 한 은영이는 질풍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는 동물의 종이 지니고 있는 다수성과 생명의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순수성의 "고아"다. 은영이처럼 우리들 주위에는 인간이라는 종의 다수성과 삶에 대한 생명의 결정권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없이 많은 늑대 인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근대/식민지 세계체제 속에서 은영이와 같은 늑대 인간들은 그들의 무리와 집단들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 학교와 교회, 그리고 조직과 가족이라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강요하는 개 인간들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길(송강호 분)이다. 상길이도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늑대 인간들처럼 은영이와 같은 인간이라는 종의 다수성과 생명의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늑대 인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 그는 은영이처럼 늑대 인간의 특성 때문에 이혼을 당하고, 이미 자본과 권력의 노예가 된 개 인간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경찰 수사과의 왕따 형사이다. 그러나 그는 은영이와 달리 근대/식민지 세계체제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린 딸과 아들을 돌보아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 그의 딸과 아들 또한 아직 개 인간들의 지배를 받지 않고 인간의 다수성과 생명의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늑대 인간들이다. 그들의 다수성과 그들의 고유한 권한인 생명의 자기결정권을 지켜주기 위하여 상길이는 개 인간들이 구성하고 있는 근대/식민지 세계체제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증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상길이에게 그 기회가 왔다. 그것은 마치 늑대가 개가 되어 마침내 늑대의 기억마저도 잃어버리고 인간을 위한 투견개가 되는 것처럼, 늑대 인간이 개 인간이 되어 마침내 인간이었던 기억마저도 잃어버리고 오직 자본과 권력의 돈벌이 짐승들로 변해버린 인신매매집단 내부의 살인사건! 그러면 도대체 수사과에 있는 다른 개 인간들과 상길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경찰 수사과의 다른 후배 형사들은 이미 개 인간들의 논리, 즉 근대/식민지 세계체제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자본과 권력의 노예논리에 찌들어 있다. 상길이도 예외는 아니다. 근대/식민지 세계체제에서 자본과 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남성의 이성애적 도덕, 남성의 식민주의적 법, 남성의 가부장적 의리를 토대로 한 수사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리에 찌들대로 찌들어 있는 것이 수사과의 다른 형사들과 상길이가 공유하고 있는 개 인간들의 공통점들이다. 그러나 마침내 개가 되어버린 인신매매집단의 개새끼들과는 달리 수사과의 다른 형사들과 상길이가 공유하고 있는 개 인간들의 공통점은 개로 변할 수 없는 늑대처럼 완전히 개가 되지 못하는 인간의 느낌과 감각이 있다. 그래서 그 느낌과 감각을 아직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은영이의 등장은 수사과의 다른 형사들과 상길이가 잃어버린 인간의 느낌과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이다. 상길이는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형사들은 그 기회를 차 버렸다. 따라서 영화 <하울링>은 근대의 인간들에 의하여 늑대 개가 된 "질풍"이가 조련사와 그의 딸 덕분으로 늑대가 되는 것처럼, 늑대 인간 "은영"이 때문에 개 인간이었던 상길이가 늑대 인간이 되는 이야기이다.


▲ ⓒ프레시안

인간이라는 동물의 다수성과 삶에 대한 생명의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은영이와 상길이를 포함한 수사과의 다른 형사들이 지니고 있는 차이는 느낌의 감각과 논리적 이성의 차이이다. 수사과의 신참으로 들어온 은영이는 "살인사건"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의 느낌과 감각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마침내 살인사건의 최대 피해자이며 가해자인 "질풍"이의 느낌과 감각을 온전히 자신의 느낌과 감각으로 만드는 늑대 인간이 된다. 그러나 수사과의 다른 형사들처럼 경찰이나 형사라는 직업의 논리적 이성으로 가득 차 있는 상길이는 "살인사건"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이나 가해자들을 같은 개 인간들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느낌과 감각을 지닌 생명의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직업상 일거리로 처리해야 할 물질적 대상들로 취급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 수사과의 형사들만이 아니라 근대/식민지 세계체제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모는 자식을, 선생은 학생을, 교회는 신도를, 자본가는 노동자를, 정부는 공무원을, 국가는 국민을, 남성은 여성을, 정상인은 장애인을, 그리고 인간은 동물을 느낌과 감각을 지닌 생명의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본과 권력의 물질적 대상들로 취급한다. 그래서 개 인간들의 사회에는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만이 존재한다.

늑대 인간, 은영이가 지니고 있는 느낌과 감각의 논리와 이성은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이 아니라 생명의 논리와 다수성을 지닌 일대 일 관계의 이성이다.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이 생명의 느낌과 관계의 감각을 야만이거나 동물성, 혹은 미숙함으로 치부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과 늑대를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느낌과 관계의 감각은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보다도 더욱 더 치밀하고 광범위한 논리와 이성을 지니고 있다. 상길이나 수사과의 다른 형사들과는 달리 생명의 느낌과 관계의 감각으로 가득 차 있는 은영이는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에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으로부터 무차별적인 폭력이 가해지고 있는 "조련사들의 세계", "훈련견들의 세계", 그리고 "어린 소녀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 속에서 그들이 지니고 있는 느낌과 감각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논리와 관계의 감각으로 상길이에게 늑대 개가 지니고 있는 늑대라는 생명의 논리와 조련사에 의하여 만들어진 기억을 통한 관계의 이성적 판단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마침내 상길이도 은영이와 같은 늑대 인간이 지니는 인간의 다수성과 삶에 대한 생명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III. 늑대 인간의 무리 되기

영화는 끝나고 마침내 개들이 되어버린 인간들과 사이비 개 인간들이 판을 치고 있는 세계 속에서 늑대 개, "질풍"이는 상길이의 총에 맞아 죽었다. 영화 속에서 "질풍"이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오직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에서 벗어나 있는 조련사와 그의 정신장애아 딸, 그리고 은영이 세 사람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관 바깥에서 지금도 여전히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질풍"이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릴 사람들은 누구인가? 근대/식민지 세계체제의 역사는 서구 유럽을 필두로 해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 각각의 지역에 살고 있는 늑대 인간을 개 인간으로 변형시키는 동시에 인간과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질풍"이와 같은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한 살육의 역사이다. 그래서 마침내 생명의 논리와 감각의 이성을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이성으로 대체하고, 그것을 인간의 지식으로 포장하여 가정과 학교 그리고 교회와 사회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교육하는 곳이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근대/식민지 세계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부분 국가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유하 감독은 관객들에게 '당신은 늑대 인간인가, 개 인간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 ⓒ프레시안
그러나 늑대 인간, 은영이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논리를 도저히 습득할 수 없을 것 같은 머저리 왕따와 같은 상길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늑대 인간 은영이의 덕분으로 마침내 개 인간들 속에서 인정을 받은 상길이가 승진하여 만드는 어느 경찰서의 수사과, 혹은 대학교의 학과나 회사, 혹은 그것들 모두가 만드는 대한민국은 늑대 인간 은영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늑대 인간, 은영이의 존재 없이는 상길이 또한 다시 개 인간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영화 <하울링>을 보고 난 이후 대학원생 친구들과 더불어 생맥주를 마시면서, 우리는 은영이와 함께 있는 상길이, 은영이가 존중받고 은영이가 중심이 되는 상길이가 부임한 어느 경찰서의 수사과, 그리고 마침내 은영이와 같은 생명이 지니는 느낌의 논리와 동일한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일대 일 관계의 감각적 이성이 사회와 국가의 지식이 되고 그러한 느낌과 감각을 지닌 수많은 늑대 인간, 은영이들이 존중받고 은영이들이 중심이 되는 그런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이다. 그것은 <하울링>에 등장하는 상길이처럼 개 인간들 속에 포획되어 있는 우리가 늑대 인간 은영이의 도움으로 마침내 근대/식민지 영토의 개 인간으로부터 탈영토화하여 늑대 인간으로 재영토화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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