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주요 도시에서 당국이 일제히 농성장 철거에 나서면서 새로운 시위 거점을 만드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우선은 대규모 집회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미 포틀랜드 등 34개 도시 시위대는 오는 29일(현지시간)을 '비폭력 직접 행동의 날'로 정하고 동시다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5월 1일에도 '99%가 없는 날'을 정해 등교 거부 및 총파업을 벌일 예정으로, 노동계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등을 포함하는 '미 중서부 점령 시위대 협의회'도 다음날 15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대규모 연합 집회를 열고 18일까지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점령 시위를 보다 조직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99% 선언 실무단'이라는 이름의 월가 시위대들이 전국에서 876명의 시위 대표단을 선출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전국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선 것. 이들은 총회를 전후해 미국인들의 압류주택 문제 해결,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 등의 요구안이 담긴 탄원서를 채택해 백악관과 의회, 대법원 등에 보낸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시위에서 벌어졌던 경찰의 폭력진압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22일 <LA 타임스>는 지난해 11월 무저항 상태에서 경찰의 최루 스프레이를 얼굴에 맞았던 캘리포니아주립대(UC데이비스) 학생 및 졸업생 19명이 이날 학교 측과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 22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토론회에 등장한 월가 시위대. ⓒAP=연합뉴스 |
"월가 자본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타깃 삼아야"
지난해 월가 점령 시위가 초기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99%'의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위대들의 주장은 미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월가 시위대들이 미국 내의 경제 이슈에서 벗어나 한데 뭉쳐 돌아가는 세계 경제의 현실을 지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로빈 브로드 미 아메리카대 교수와 존 커배너 미 정책연구소(IPS) 대표는 21일 비영리언론 <예스! 매거진>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월가 시위대가 금융자본 뿐 아니라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노동 착취 논란을 빚었던 애플 같은 초국적 기업 역시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월가의 투기자본에 더해 제너럴 일렉트릭(GE), 엑손 모빌,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미국 경제를 지배해왔다"며 "이들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국, 멕시코, 필리핀 등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노동권 준수 및 환경보호 의무를 보다 쉽게 회피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필자들은 또 "이들 기업은 미국의 노동자들이 권리와 규범 차원에서 제3세계 노동자들과 '밑바닥을 향한 경주'(race to the bottom)를 하게 만들었다"며 그 결과 기업들이 미 정부와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노동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공장을 옮겨 버리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점령 시위는 월가가 조성한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과 부패한 정치권에 전달되는 자금을 차단하는데 집중했다"며 "이제는 여기에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노동조합 결성 권리, 아동노동 금지, 환경보호 등을 포함한 기준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필자들은 또 월가 투기자본이 금융규제 완화를 위해 미국 정치권에 로비 자금을 쏟아 부었다면 글로벌 제조 기업들 역시 기업들에게 노동 착취를 포함해 막강한 권한을 쥐어 주는 제도를 얻기 위해 로비를 벌여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통상협정을 얻어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권 쟁취와 같은) '위를 향한 경주'(race to the top)를 돕는 또 다른 방법은 기업에게는 투자를 막는 정부를 제소할 권리를 주면서 노동자와 공동체를 보호하지는 않는 무역협정을 종결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