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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나이키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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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나이키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ABC> 폭스콘 내부 독점 취재해 공개…여전히 독립성은 의문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대만기업 폭스콘이 노동 착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중국에 있는 공장을 미국 언론에 개방했다. 수년 전부터 애플과 폭스콘에 쏟아지는 비난에 '자율적 해결'을 강조하던 두 기업이 한발 물러선 것은 고무적이지만 현재 취하고 있는 조치들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혹은 여전한다.

폭스콘 내부 공장을 처음으로 공개 취재하는 '영광'을 얻은 매체는 미국의 <ABC> 방송. 하지만 여기에도 처음부터 비판이 제기됐다. 거대 미디어 기업 디즈니의 자회사인 <ABC>의 최고경영자 밥 아이거가 애플 이사회에 속한 인물이고, 지난해 사망한 스티브 잡스의 가족이 디즈니의 대주주로 남아있는 등 기업 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친(親) 애플' 성향의 매체가 폭스콘 공장 보도에 얼마나 날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1일 밤(한국 시간 22일 오전) '나이트라인' 코너에서 폭스콘 취재 영상을 독점 공개할 앵커 빌 와이어는 19일 <ABC>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와이어는 "애플이 내게 전화를 했을 때 그들은 '나이트라인'이 공정노동위원회(FLA)의 감사를 받게 될 애플 제조라인을 보는데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 했다"며 "난 그러기를 매우 바란다고 대답하면서도 그들이 내게 그런 제안을 한 이유를 상상해봤다"라고 운을 땠다.

와이어는 그 이유로 자신이 그 동안 '애플의 제품을 긍정적으로 소개한 점', '애플과 <ABC>가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점', '애플이 '나이트라인'을 즐겨 본다는 점'을 꼽은 뒤 "진짜 이유는 마지막 하나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의 이유들은 나의 보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애플도 그런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애플은 팀 쿡 CEO나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니 이브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거절했다"라고 덧붙였다.

▲ 애플 아이폰을 위탁 제조하는 대만기업 폭스콘의 중국 현지 공장. ⓒ로이터=뉴시스

미 방송이 들여다 본 폭스콘의 모습은?

<ABC>는 20일 본방송에 앞서 취재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중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폭스콘은 애플 뿐 아니라 델, HP 등 유수의 IT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기업으로 후발 기업 10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이익을 올린다. 하지만 2010년 노동자들의 집단 자살과 지난해 77명의 부상자를 낸 폭발사고 등으로 비난의 중심에서 서 있기도 하다.

폭스콘 노동자들은 교대할 때까지 수천 번의 단순 반복 작업을 하면서 세계로 팔려나가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든다. 카메라 렌즈를 뒤집는 반복 작업을 하는 26세의 한 여성 노동자는 "(일하는 동안)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근무) 감독이 엄격하기도 하지만 너무 바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며 일을 마치고 쉴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처음 공장에 들어와서 받는 초임은 월 285달러(약 32만 원), 시급으로 약 1.78달러(약 2000원)다. 4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위해 '숨만 쉬면서' 꼬박 2달을 일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들이 한달에 80시간의 잔업을 꼬박 챙겨도 중국 정부는 이들이 소득세를 내기에는 너무 빈곤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콘의 급여는 다른 곳에 비해 좋은 수준이어서 공장 정문 앞에는 3000명의 지원자가 늘어서 있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폭스콘은 2010년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 사고가 터진 후 공장 내에 상담소를 설치했다. 방송이 이곳을 들렸을 때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노동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한 상담원은 "(자살 사고는) 물론 근무 감독과도 관련이 있다"면서도 "폭스콘 노동자들이 대부분 시골에서 온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친구도 사귀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폭스콘의 자문을 맡고 있는 애플의 전 임원 루이스 우는 "(문제가 처음 제기됐던) 5년 전에 왜 공장을 공개하지 않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5년 전에 우리는 '레이더'에 걸리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폭스콘의 첫 외부 감사, 해결책 제시할 수 있을까

<ABC>의 이번 취재는 애플의 요청에 따른 FLA의 감사 과정과 맞물려 진행됐다. FLA는 애플이 과거 해외 아동착취 비난을 받았던 나이키와 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감사 방식을 둘러싼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FLA는 3만5000명의 폭스콘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을 벌였는데, 노동자들이 익명으로 터치 스크린에 뜬 질문지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설문을 하면 뉴질랜드에 있는 서버로 즉각 전송된 정보를 30명의 감사관들이 살펴보고 공통된 불만 사항을 추려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엄격한 노동 통제에 시달리고 있는 폭스콘 노동자들이 이러한 설문에 얼마나 솔직히 답할지는 미지수다. FLA는 그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의 표본을 설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수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면접 설문을 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대규모로 진행되는 익명 조사가 노동자들에게 경영진의 감시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감시 단체들은 공장에서 떨어진 독립적인 공간에서 1대1 면접을 하는 것이 더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1999년 세워진 FLA가 기업들이 외부에서 쏟아지는 노동 착취 비난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기구라는 태생적 한계에 따른 불신도 한 몫 한다.

홍콩 시민단체 '기업의 부정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자들'(SACOM)의 경우 애플이 과거 내부 감사에서도 문제가 무엇인지는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고치는 데 저항해왔다며 강력한 노동조합 건설이 해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루이스 우는 "현재 폭스콘에는 노조가 있지만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선출한 지도부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며 "내후년 안으로는 단체협상을 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폭스콘은 FLA의 감사에 맞춰 지난 1일부터 제품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16~25% 인상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자사에 쏠리는 노동 착취 비난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국에서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젊은 노동력들이 점점 부족해지는 추세라면서 저가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 경제모델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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