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노동감시단체 '공정노동위원회'(FLA)에 중국 선전과 청두(成都)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달 IT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FLA에 가입했다. 나이키의 해외 아동노동 문제 등을 조사하기 위해 1999년 출범한 FLA는 노동 환경 개선과 관련이 있는 기업과 대학들로 이뤄진 단체다.
FLA에 가입한 기업의 납품업체들은 조사 대상이 되며, 애플은 이번 요청으로 자사 제품을 위탁 제조하는 공장의 90% 이상이 FLA의 조사 대상에 포함 될 것이라고 밝혔다. FLA는 중국 노동자 면담 내용과 권고 사항 등을 3월 초 홈페이지(fairlabor.org)에 게시할 예정이다.
▲ 지난 9일(현지시간) 미 뉴욕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폭스콘의 노동착취와 관련한 항의 서명 용지를 전달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AP=연합뉴스 |
애플은 성명에서 FLA를 독립적인 단체라고 강조하면서 폭스콘 등이 이 단체에 작업장에 대한 무제한적인 접근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LA의 호르헤 페레즈-로페즈 이사도 "우리는 매우 믿을 만하고 독립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지난 수년 간 하청업체에 대한 외부단체의 조사를 거부해왔지만, 지난 수년간 제기되어온 중국 노동자들의 착취 의혹이 지난달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항의 운동까지 조직되자 처음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IT 분야 전문가들은 중국 노동자들이 애플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브랜드의 IT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애플의 이번 조치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IT 기업들이 과거 나이키나 갭(Gap), 디즈니처럼 해외 노동력 착취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애플이 하는 건 뭐든지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몇몇 노동단체들은 애플의 조치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신문은 가입 기업들로부터 일정 부분 운영자금을 지원받는 FLA의 독립성에 대해 일각에서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FLA가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조사의 방향도 노동 착취를 해소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문제를 축소·은폐하거나 적어도 애플을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권리포럼(ILRF)의 주디 기어하트는 "FLA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절충안으로 만든 조직 중 일부"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FLA 이상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감시하는 단체 '이너프 프로젝트'(Enough Project)의 사샤 레즈네프도 "FLA의 문제점은 기업 스스로가 정한 규칙과 운영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라며 "FLA의 조사가 눈가림에 불과하다면 얼마나 바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FLA는 기업들이 FLA 이사회에 들어와 있지만 자신들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기업들의 이해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비판 진영에서는 애플의 변화가 단지 자사에 쏟아지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에서 나왔을 수 있다며 폭스콘 공장 내부의 노동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중국 현지 감시단체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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