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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7년의 고통, 구속돼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현장편지] 23일 현대차 사내하청 7년 만의 대법원 판결

어제 오후 한 노동자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 조합원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오는 2월 23일 오후 2시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현대차의 정규직"이라는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대법원 선고기일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현대차 재벌이 김앤장을 비롯해 최고의 법률사무소들을 총동원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보수언론들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요구하고 온갖 소문이 떠돌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걱정과 분노가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부당해고 소송 7년, 대법원 파기환송심 판결 1년 7개월 만에 확정된 대법원 선고 소식을 들은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안도의 눈빛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 재판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병승은 2005년 2월 2일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후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당했고, 2008년 2월 고등법원까지 패소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라며 부당해고를 인정해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2011년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오는 23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게 된 것입니다.

2002년 3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입사 → 2005년 2월 2일 해고 → 2002년 5월 부당해고 구제신청 → 2007년 7월 서울행정법원 패소 → 2008년 2월 서울고등법원 패소 →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승소(파기환송) → 2011년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 승소(파기환송심)

▲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현대차의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박점규

7년이라는 잔인한 세월

7년은 한 노동자에게 참으로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20대였던 최병승 조합원은 이제 30대 후반이 되었습니다. 그는 2002년 3월 13일 울산 1공장에 사내하청 노동자로 들어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2005년 2월 2일 해고되었습니다. 2004년 12월 노동부는 울산공장 101개 사업장 1만 명의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는 2006년 7~8월 파업으로 구속되었습니다.

그는 석방된 이후에도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계속했고,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고소고발로 현대차 공장 안에서 수배생활을 하다가 2009년 5월 16일 경비대에 의해 경찰에게 넘겨져 두 번째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최병승은 1심에서 1년 10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2010년 1월 출소했습니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그는 금속노조 비정규국장으로 파견되었고,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11월 15일부터 시작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5일간의 파업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장 밖에 있었는데도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그는 7월 22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입사한 지 2년이 지난 2004년 3월 13일부터 현대차 '직원'입니다. 8년 동안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지금 이 시간에도 불법을 은폐하고 있는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는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차 정규직인 그는 두 번 구속되고, 1년 3개월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반쪽짜리 대법원 판결이지만

사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의 판결 내용은 반쪽짜리입니다. 현대차는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달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끼우고, 비정규직이 문짝을 떼어내면 정규직이 옮깁니다. 당연히 하청노동자를 채용한 시점부터 정규직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2년이 지난 노동자들만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했습니다.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차의 생산공정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고, 현대차의 시설과 부품을 사용하며,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작업 배치와 변경, 노동 및 휴게시간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반쪽자리 판결이지만 불법파견을 인정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이행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 동안 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전국적 관심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외면으로 파업은 고립되었고, 결국 25일 만에 농성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구속돼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재벌닷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징역형을 선고 받은 10대 재벌 회장 7명이 2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단 한 명도 실형을 살지 않았습니다. 재벌총수들의 형이 확정된 뒤 사면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9개월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 재벌 총수, 범죄 저질러도 100% 집행유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으로 2008년 6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지만 73일 만에 사면됐습니다. 노무현 정권에서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8년 동안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가 없다며 기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5일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은 7명이 구속되고, 20여 명이 체포영장을 받았습니다. 현대차는 104명을 해고했고, 1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징계했으며, 1인당 20~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8년, 7.22 대법원 판결 571일, 25일 점거파업 455일이 지났지만,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어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도 길거리를 떠돌고 있습니다.

2월 23일, 너무도 늦은 대법원 판결을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불법 착취를 일삼고 있는 사용자를 구속시키고, 소송의 당사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싸울 것입니다.

감옥에 가야 할 탐욕의 재벌 회장들은 풀어주고,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속시키는, 정의와 평등이 사라진 법원에 대해 "더 이상 못 살겠다. 법원에 석궁을 들고 가자"고 말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노를 법원은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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