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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예산안'의 진짜 패자는 빈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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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예산안'의 진짜 패자는 빈곤층"

부자증세·경기부양 천명했지만…'작은 정부'는 공화당과 판박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자증세와 경기부양, 장기 재정적자 감축 등을 골자로 한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번 예산안은 오바마가 재선을 앞두고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공화당과의 정면승부를 펼치려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평가가 많지만, 정작 그 결과가 경제위기에 신음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냉소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은 그 동안 강조해왔던 경기회복과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내용으로 짜여졌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절약되는 예산을 사회 인프라 사업에 투입하고, '버핏세'로 불리우는 부자증세로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불공평한 미국 세제의 핵심 중 하나인 부유층의 배당소득액도 현재 15%에서 39.6%로 올려 지난해 워렌 버핏이 '사장이 직원보다 세율이 더 낮다' 주장했던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 13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에 있는 북버지니아 지역 전문대에서 예산안에 담긴 직업훈련 지원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재정적자 문제를 미국 경제위기의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부자증세에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이 이러한 예산안을 받을 리 없다. 공화당은 전폭적인 사회보장 프로그램 삭감으로 정부지출을 줄이는 새로운 예산안을 짜 대안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올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양당은 타협보다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면서 선거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각각 내세우는 예산안이 결과적으로는 별 다를 바 없다는 양비론도 나온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은 민주당이 '계급투쟁'을 한다는 공화당과 공화당이 부자들만 애지중지한다고 비난하는 민주당의 '독설 배틀'을 촉발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런 싸움의 대부분은 (정치적) '쇼'"라고 꼬집었다.

오바마의 예산안에 따르면 미 정부의 지출이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2.6%에서 2020년 19.3%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지난해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이 2020년 정부지출을 GDP의 17%까지 낮추자고 제안한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삭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감축은 교육과 환경보호, 아동 영양지원, 직업 교육 등 정부 사업을 후려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삭스 교수는 "미국 정치의 본성이 양당의 뜨거운 정치적 논쟁 때문에 감춰져 있다"며 "양당은 모두 월가, 대형 석유회사, 민간 보험업체, 군수업자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감세와 제한 없는 경영진 보수, 기업규제 완화 등의 욕망을 충족시킨다"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삭스 교수는 이어서 "양당의 경제 정책이 동일하지 않다는 건 사실이지만 오바마의 평범한 증세 제안은 국회에서 공화당에게 저지당할 것이고 그 역시 공화당의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 삭감 시도에 저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부유층들은 현재 누리고 있는 감세 혜택에 덜 타격을 받고, 경제 양극화에 시달리는 저소득층들의 삶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예산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공화당의 금권정치가들은 약간의 증세나 빈곤층을 위한 약간의 혜택도 미국 내 '일자리 창출자'의 자유를 끝장낼 것처럼 오바마의 평범한 제안를 꾸짖는다"며 "대중은 오바마의 재선을 지지하겠지만, 그들이 투표의 결과로 받을 보상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삭스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미국의 정치가 '중위 투표자 이론'(median voter theorem, 양당의 정책이 가장 중도 성향인 유권자층을 향해 수렴한다는 이론)을 따르고 있지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기업들의 막대한 기부금에 의존하는 미 정당들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아닌 오른쪽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나오는 것보다는 낫지만 빈곤층과 노동계층 중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러한 현실 때문에 패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고용상황이 최근 호전됐음에도 중산층은 감소하고, 미국인의 절반은 저소득층이며, 25~29세 미국인 중 3분의 1만이 대학졸업자"라며 "오바마의 정책은 이러한 현실에 공화당보다는 약간 더 관심을 보이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정부지출 감축이 미국의 교육과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는 데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민주당이 오바마의 증세제안에 박수를 보내고 공화당이 비난하는 그 순간에도 미국의 빈곤층과 노동계층에는 이번 예산안이 실제로 더 암울한 뉴스로 다가온다"며 "미국 정치와 사회에 드리워진 돈의 옥죄임을 부수기 위해서는 비어있는 진짜 중도와 좌파 지형을 점령할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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