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구전 설화 <피리 부는 사나이>.
피리 소리를 듣고 쥐들이 따라와서는 무조건 강물에 뛰어들어 죽는다.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상한 소문을 듣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조건 귀국한다.
돈도 안 받고!
왜 허겁지겁 갈까?
어떤 명목으로든(예를 들어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비자를 연장하면
한국에 다시 올 수 없다는 소문 때문이다.
숙련공의 재입국을 위해 실시하는 *특별한국어시험에 응시도 못한단다.
소문이 사실일까?
사실이다.
현지에서 한두 번 전화를 받은 게 아니다.
"목사님, 나 시험 못 친대요. 퇴직금 받고 가느라 14일 연장했는데."
합법체류한 노동자에게 시험조차 못 보게 하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어디서 잘못된 걸까?
주한 태국대사관, 주태 한국대사관 그리고 출입국 및 노동부에 두루 전화해보니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겠다.
발단은 시험규정에 있다.
<취업활동기간 만료일까지 자진귀국한 외국인근로자>만 특별한국어시험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날짜를 안 넘기려고 돈도 안 받고 가는 것이다.
만일 <합법체류하고 자진귀국한 외국인근로자>로 명시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1. 어떤 노동자도 억울하지 않고
2. '체불금 해소'를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장관님 뜻과도 맞았을 것이다!
왜 노동부는 감히 장관님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구차한 규정을 만들 수밖에 없었나?
뻔하다!
출입국과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지 않으므로,
노동부 쪽에서는 귀국한 외국인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알려고만 들면 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하긴 귀찮으므로 모른 척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노동부는 *자기들 자료만 보고 취업기간 만료일을 지나서 귀국한 사람은 <잠정적인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시험도 못 보게 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편하다.
합법인지 불법인지 알 필요도 없이
"안 돼."
소리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외국인은?
귀국 직전까지 일 시키는 공장도 흔하고
하루라도 늦으면 시험을 못 보므로
퇴직금 달라 소리도 못하고
눈썹이 휘날리게 뛰는 수밖에 없다.
이리하여 피리 소리에 취해 강물에 뛰어드는 쥐처럼
외국인들이 허겁지겁 귀국행 비행기에 뛰어드는 것이다.
출입국과 노동부와 *현지 대사관은 (부디 협조해서)
불합리한 규정을 고쳐주기 바란다!
그래야 *돈 받고 가지!
*특별 한국어시험 : 숙련공을 확보하고 불법체류자를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모처럼 노동부가 탁월한 아이디어를 냈고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비자 연장한 합법체류 노동자들까지 배제함으로써 좋은 취지가 무색해졌다.
*자기들 자료만 보고 : 이 사람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노동부 책상에서 알 수 있도록 출입국에서 친절하게 밥상을 차려주진 않으니까, 자기들 자료만 보고 어림짐작하여
*현지 대사관 : 노동부와 출입국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게 요원하다면 잠정적으로 현지 대사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응시를 원하는 자에게 '합법체류증명서' 같은 것을 발급해주고 시험을 보게 하면 어떨까? 대사관에서 혹시 귀찮아할지 모르지만 억울한 사람을 없애는 훌륭한 방법 아닌가?
*돈 받고 가지 : 물론 돈을 안 받고 가더라도 받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노무사나 우리 같은 해결사 센터에 위임장, 진정서, 급여명세서, 통장 사본 등을 맡기고 가면 받을 확률이 많다. 하지만 노무사에겐 돈을 줘야 하고, 돈 안 받는 우리 센터는 촌구석에 위치해 아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급해가지고 그냥 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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