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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타락을 거부하면 미국민을 얻을 것"

미국에서 '돈선거' 논란 확산…오바마, 도덕성에 치명타 입나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돈 선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후보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지지 활동을 벌이는 '슈퍼팩'(super PAC, 슈퍼 정치활동위원회)이 거부들과 기업들의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아 일종의 대리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모금에 제한이 없는 슈퍼팩들은 TV 광고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 부으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수적 슈퍼팩들은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는 캠페인을 위해서도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오바마는 지난 6일 자신의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에 대한 지지를 보내면서 그간 슈퍼팩에 부정적이었던 태도를 뒤집었다. 공화당의 자금 공세에 무력하게 무너질 수 없다는 게 오바마 측이 내세운 변명이지만, 슈퍼팩을 인정하는 것은 "악마와 춤을 추는 것"이라는 비난이 민주당 내에서도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평범한 국민들보다 소수의 부자와 기업으로부터 받는 고액 수표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오바마의 결정은 그간 도덕성과 투명성을 강조해온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8일 로비스트로부터는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오바마 진영이 로비업체 '홀랜드 앤 나이트 로펌'의 론 클라인이라는 로비스트로부터 20만~5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보도해 이러한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앞서 7일에는 미국에서 살인 혐의를 받고 멕시코로 도피한 카지노계 거물 후안 호세 카도나와 가족들이 오바마 진영에 2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거캠프가 황급히 돈을 돌려주는 등 선거 자금을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공감을 표하던 미국의 저명한 진보 학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도 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오바마의 슈퍼팩 지지 결정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라이시 교수는 결과를 가지고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오바마가 슈퍼팩을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평범한 미국인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또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후 슈퍼팩에 대항할 공공 모금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을 기울리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라시이는 오바마의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도 공화당에 대항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소수의 부자 및 기업간의 돈 대결로 치러질 미국 대선이 민주주의의 산실이 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 무제한으로 선거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슈퍼팩에 지지를 보내 '돈 선거' 논란에 합류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오바마의 슈퍼팩 지지에서 보이는 슬픈 광경

미국 정치판에서 실탄(자금)을 퍼붓는 데에는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고들 말한다. 선거 운동을 위해 무제한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슈퍼팩을 지지하기로 한 오바마 진영이 과거의 입장을 바꾼 명분도 이것이다. 하지만 헛소리다. 결과가 좋다고 타락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백악관의 걱정은 이해한다. 오바마는 실력이 입증된 기금 모금자다. 2008년 대선에서 7억4500만 달러라는 전대미문의 거액을 모았고,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미 2억2400만 달러를 모았다. 그러나 그의 보좌관들은 공화당의 밋 롬니가 거의 같은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또 '아메리칸 크로스로드'와 같은 우파 진영의 슈퍼팩을 통해 소수의 부자와 기업들이 롬니 측에 5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겁내고 있다.

백악관은 지금 벌어지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각 후보의 슈퍼팩이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또 롬니를 지지하는 슈퍼팩이 플로리다에서 얼마나 쉽게 그에게 승리를 안겨줬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자금이 달리는) 뉴트 깅리치를 아이오와에서 4위로 밀어낼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와 대기업의 경영실에 있는 롬니의 친구들은 미국에서 가장 두꺼운 지갑을 갖고 있다. 롬니의 슈퍼팩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단 200명의 기부자로부터 1800만 달러를 모았다. 기부금에는 헤지펀드 거물과 산업가, 은행가들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짜리 수표도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 선거를 돈으로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억만장자들이 필요할까? 오바마 캠프의 책임자 짐 메시나는 캠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매우 위험할 정도"라며 "오바마는 일방적으로 무장해제 당할 수 없다"고 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 홈페이지의 모금 화면.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타락하길 거부하면 정말 일방적으로 무장해제 당하게 될까? 필자는 반대로 이를 거절하면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지지할 구호가 오바마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9세기 말) 악덕 자본가들의 시대였던 도금시대(Gilded Age)보다 현재 국가의 더 많은 부와 권력이 몇몇 소수의 개인과 대기업들의 수중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들에 의해 더럽혀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우리의 정부를 되찾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라는 구호 말이다.

그렇게 되면 롬니의 억만장자 슈퍼팩을 능가하는 소액 기부가 오바마 캠프에 홍수처럼 쏟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들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슬프게도 진실은, 오바마는 실제로 선거자금 모금에서 그러한 도덕적 우위를 점해본 적이 결코 없다는데 있다.

대통령이 됐을 때 오바마는 슈퍼팩을 통해 소수의 부자들이 펌프질하는 자금에 의존할 필요 없이, 각 후보들이 소액 기부금과 공적인 매칭 펀드로부터 충분한 돈을 모을 수 있는 공적 모금 시스템을 지지하려 들질 않았다. 그는 심지어 슈퍼팩 기부자의 세부 내역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싸우려 들지도 않았다.

이제 오바마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슈퍼팩을 지지했다. 또 짐 메시나와 정부 관료들까지도 슈퍼팩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연설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슈퍼팩이 개인 선거운동과 분리되어 있다는 미 대법원의 순진한 믿음까지 완벽하게 조롱했다. 오바마 자신은 그런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지만 그와 부인 미셸 오바마, 그리고 조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슈퍼팩에 대한 지지를 독려할 것이다.

오바마 진영의 한 고문은 오바마의 이번 결정이 즉각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 기부자들은 그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그들은 이제 상대편을 공격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정확하다. 이제 상대적으로 소수인 슈퍼부자 민주당원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슈퍼부자 공화당원과 싸우길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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