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ya and the World Left)
현재 리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위선과 제각각의 혼란스러운 분석들이 난무하고 있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가장 간과되고 있는 측면은 (이번 사태로) 세계 진보진영(world left)에 심각한 분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중남미의 몇몇 국가들,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는 무아마르 카다피 대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지역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북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진보진영의 대변인들은 이러한 입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분석은 그동안 미국과 서유럽이 카다피 체제에 대해 위협과 비난을 계속해 왔다는 사실에 기본적으로, 아니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카다피와 차베스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서방세계가 리비아를 침공해 리비아의 석유를 '탈취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분석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나아가 이는 차베스의 판단력이 형편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의 명성은 물론 세계 진보진영의 평판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카다피와 차베스 |
우선, 지난 10년간에서 최근 수주일 전까지 카다피는 서방세계에서 아주 좋은 평판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국제테러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오로지 국제사회의 주류에 편입되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온갖 짓을 다했다. 이 시기동안 리비아와 서방세계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들을 차근차근 해왔다. 이러한 카다피를 세계 반제국주의운동의 영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은.
차베스의 분석에서 간과된 2번째 측면은 리비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유의미한 군사개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 정부들의 공개적인 발언들은 국내 여론을 달래기 위한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 결의도 채택되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결의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일부 국가들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사르코지 정도가 카다피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프랑스 국내에서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군사행동에 대한 반대가 일반 국민, 그리고 특히 군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아주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게이츠 장관의 반대는 확고했다. 그는 지난 2월 25일 웨스트포인트 사관생도들에 대한 연설에서 "앞으로 대통령에게 아시아나 중동지역, 또는 아프리카에 대규모 미 육군 병력을 파견하라고 건의하는 국방장관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 군부의 의견을 강조라도 하듯 전 나토 사령관 웨슬리 클라크 장군은 3월 11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리비아는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만한 곳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결국 일부 강경파들이 미국의 개입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거부할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서방측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 여부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번 제2차 아랍봉기에서 드러난 자신의 반대파를 분쇄하기 위해 가장 잔인한 방법을 동원한 카다피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리비아가 혼란에 빠진 것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성공적인 봉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어떤 음모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랍의 봉기를 제어하고 나아가 분쇄하려는 카다피와 서방측간의 음모가 있을 뿐이다. 카다피가 성공을 하면 할수록 (이번 사태로) 위기에 처해 있는 이 지역의 다른 독재자들에게 양보보다는 가혹한 탄압이 효과적인 대처법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셈이 된다.
이것이, 중남미의 일부 좌파정부들은 간과하고 있을지 몰라도, 현재 전 세계의 진보진영이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집트 봉기에 대한 사미르 아민의 분석에서 드러나듯이 이번 시위세력에는 청년, 급진 좌파, 중산층 민주주의자, 그리고 이슬람주의자 등 4가지 특징적인 부류가 있다. 급진 좌파 중에서는 그동안 탄압받았던 좌파 정당과 새롭게 힘을 얻은 노동조합 세력이 있다. 분명한 것은 리비아에서는 급진 좌파 세력이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미약하며 군 역시 (카다피의 의도적 정책에 의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비아 봉기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불투명하다.
아랍연맹에 모인 각국의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는 카다피를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다수, 어쩌면 대부분은 속으로는 그를 응원하면서 카다피식 대처방법을 본받으려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세계 진보진영의 증언 2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칼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일랜드의 마르크스주의 행동가이며 아프리카 급진운동과의 연대활동으로 잘 알려진 헬레나 쉬핸은 최근 카다피의 초청으로 한 대학에서의 강연을 위해 리비아를 방문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문 봉기가 일어난 뒤였다. 대학 강연은 취소됐고, 그녀를 초청한 리비아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고립무원이 된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리비아를 빠져나와야 했다. 리비아를 빠져나오던 3월 8일 그녀는 자신의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카다피 정권에 대한 눈곱만큼의 기대도 이젠 완전히, 완전히, 완전히 버렸다. 이 정권은 야만적이며, 부패했고, 기만적이며, 망상에 빠져 있다."
2번째는 남아공의 최대 노조조직이며 남아공 진보를 대변하는 COSATU의 성명이다. COSATU는 리비아 정부가 이룬 사회적 성과를 찬양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나 COSATU는 이러한 성과들이 학살, 즉 카다피 대령의 억압적 독재에 항의하는 시민들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리비아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할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
이번 제2차 아랍 봉기는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투쟁이다. 물론 이번 투쟁에서 진정 급진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카다피야말로 아랍, 그리고 세계 진보에게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시몬 드 보브와르의 다음 좌우명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를 해방시키려거든 먼저 남들을 해방시켜라(Wanting to be free yourself means wanting that others be ftee)"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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