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로비(민주의 터)에서 총파업첫 일정으로 출범식을 갖고 공영방송의 기치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을 가졌다. 이날 출범식에는 약 500여 명의 기자와 PD, 아나운서, 기술직, 경영직 조합원들이 모였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다섯 번째 파업이고, 김재철 사장 퇴진을 놓고만 두 번째로 여는 파업이다. 언론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제는 끝을 보는 투쟁을 시작하겠다. 퇴로가 없는 파업이고, 노조집행부가 목을 내놓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1987년 출범한 MBC 노조는 이듬해인 1988년 첫 파업을 시작한 이래, 1999년까지 총 6차례 파업했다. 그러나 이후 약 10여 년 간 파업이 없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만 4차례에 걸쳐 파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 명 이상의 조합원이 징계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공영방송 MBC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권의 방송이 된 적이 없었다. 'MBC는 MB씨의 방송'이라는 누리꾼 표현이 정확하다"고 현 상황을 개탄하고 "이번 투쟁으로 MBC는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방송을 하려고 온 사람들이 방송을 내려놓게 된 원인을 빨리 해결해 현장으로 되돌아가겠다"며 "김재철 사장을 반드시 퇴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가 30일 오전 10시 30분 출범식을 갖고 있다. ⓒ뉴시스 |
MBC 기자회의 제작거부를 주도했다 중징계를 당한 박성호 조합원(MBC 기자회장)은 "MBC가 자체적으로 '물을 먹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김재철 사장의 '뉴스 개선안'에는 시청자들이 실망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이 없었다"며 "이제 '본부장 교체' 정도의 절충안은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김재철 사장 퇴진만이 노조의 요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조합원은 한미 FTA 반대집회, 재보궐선거,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등 민감한 이슈에서 MBC는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내지 못한 게 20여 차례에 이르렀다며 "이제 MBC의 본 모습을 찾을 때까지 연대해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조합원과 함께 카메라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주도한 양동암 조합원(MBC 영상기자회장)은 "한미 FTA 집회 당시 후배기자가 'MBC 로고가 박힌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며 "16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맞을 정도로 버림받은 건 처음이다. 김재철 사장의 아집이 조직원에게 수치심을 줬다"고 지적했다.
투쟁방식을 '즐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로 잡은 MBC 노조는 이날 오후부터 곧바로 추가 일정을 공유하는 등 차기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MBC 노조는 이날 출정식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대국민 홍보를 위한 영상물을 제작해 SNS 등을 통해 알릴 예정이다.
이번 파업에 따라 이미 차질을 빚고 있는 <뉴스데스크>는 물론, 예능프로그램 결방 등의 사태는 피할 길이 없어졌다. <무한도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은 결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조합원들의 직무 복귀를 요구했다. 김 사장은 "이번 파업은 명분이 없는 정치 파업이자 불법 파업"이라며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