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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혼란 극심…"1960년대 내전과 비슷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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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혼란 극심…"1960년대 내전과 비슷한 상황"

종교 갈등-항의 시위로 10일에만 16명 사망

고질적인 종교 갈등으로 인한 충돌과 정부의 유가 보조금 철폐에 항의하는 시위로 나이지리아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지도자들을 향한 비난이 고조되면서 1960년대 1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내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이날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종교적 목적에 의한 테러와 시위로 최소 16명이 사망했다.

이슬람 급진세력인 '보코 하람'으로 추정되는 단체는 나이지리아 북부 요베주(州) 포티스쿰의 한 술집에서 총격전을 일으켜 경찰 5명과 어린이 1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바우치 주의 기독교 마을에서도 무장괴한들이 총을 난사해 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에도 주 베닌시에서는 정부의 연료 보조금 폐지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던 기독교인들이 중앙 모스크의 일부와 인근 이슬람 학교, 차량에 불을 질러 5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성탄절 교회에 테러를 가한 보코 하람에 대한 증오와 정부를 향한 불만이 결합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공격 이후 북부 출신 이슬람 교도 3000명 가까이가 이들을 피해 달아나야 했다고 전했다. 베닌시에서는 9일에도 유혈충돌이 발생해 6명의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유가 보조금 철폐에 항의해 9일부터 시작됐던 노조의 총파업도 이틀째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주요 도시의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국가 마비 사태에 이르렀으며, 나이지리아에 진출한 대형 석유기업 쉘(Shell)과 엑손모빌 등 외국계 기업도 파업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정부와 업계 측은 원유 수출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나이지리아 전역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다. 경제 중심지 라고스에서는 시위대들이 타이어에 불을 붙여 인근 섬과 라고스를 연결하는 다리에 바이케이트를 쌓고 "정부의 배신자들은 우리를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라고 외쳤다.

북부 도시 카두나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9일에 이어 이날도 정부 청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24시간 통행금지령이 떨어졌다. 라고스에서는 범죄조직들이 주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운전자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등 혼란을 틈타 범죄까지 기승을 부렸다.

▲ 10일 나이지리아의 경제중심지 라고스에서 불을 붙인 타이어를 던지고 있는 청년 시위대. ⓒAP=연합뉴스
"지도자들이 종교적 편협성 보여"

종교 갈등과 정부에 대한 불만, 부패에 대한 저항이 한꺼번에 얽혀 터져나오면서 이번 사태가 1960년대 내전과 같은 재앙적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리카인으로는 최초로 1986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나이지리아의 문호 월레 소잉카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조국이 내전 당시의 상황과 비슷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며 국가 지도자들이 종교적 편협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잉카는 나이지리아에서 가중되는 종교·사회적 혼란이 국가에 위협적인 수준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보코 하람으로 인해 촉발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힘있는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이 자신과 다른 종교에 증오를 보이면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슬람 급진세력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남부 기독교도인 굿럭 조너선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소잉카는 이어 "자신들이 나라를 통치할 권한을 신에게 부여받았고, 자신의 종교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믿는 자들은 권력을 잃었을 때 더 극단적인 수단에 의존하게 된다"며 "이러한 사고방식을 어릴 때부터 주입받은 젊은이들이 또 한 번 나라에 혼란을 부를 것"이라고 개탄했다.

소잉카와 더불어 나이지리아의 유명 작가로 과거 정부 부패를 문제삼으며 훈장 수여를 거부하기도 했던 치누아 아체베는 동료 작가와 함께 시위를 지지하는 서한을 보냈다.

"조너선 대통령, 정치적 시험대 올라"

그러나 이러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조너선 대통령이 유가 보조금 철폐 조치를 철회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이 조너선 대통령의 정치적 역량을 시도하는 진정한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유가 보조금 정책을 국민들이 수용하면 헌법 개정과 경제 개혁 추진에 속도를 받겠지만, 시위대들이 이긴다면 정부의 신뢰도는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지리아의 주된 수입원인 원유 수출만 타격을 입지 않는다면, 분노가 잦아들 때까지 정부가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만 부패로 인해 국민들의 34%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정부가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시위대 및 이슬람 단체와의 '치킨 게임'에 나선 사이 일부 지방정부는 절충을 모색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유전 지역인 니제르 델타의 리버스주는 보조금 철폐 이후 유가가 치솟자 리터당 137나이라(974원)로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이 역시 보조금 철폐 전에 비하면 2배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나이지리아의 석유 보조금이 대부분 석유 수입업자들의 카르텔로 흘러들어가 국민들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조너선 대통령의 개혁 방향성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 오랫동안 만연했던 부패에 질린 국민들에게 보조금을 사회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약속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나이지리아 북부의 카노에서 파업에 동참한 무사 압둘라히라는 철강 노동자는 <로이터>에 "이 파업은 모든 나이지리아인과 국가의 미래에 관한 것"이라며 "역대 모든 정부가 우리에게 석유로 더 많은 돈을 벌면 우리의 삶이 장기적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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