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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석유 보조금 철폐에 국민들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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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석유 보조금 철폐에 국민들 '거리로'

보조금 철폐 이후 휘발류값 2배…경제 불만 가중

나이지리아에서 정부의 유가 보조금 철폐 조치에 항의하는 무기한 총파업이 시작됐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면서도 부패와 빈곤, 종교 갈등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정부 지원까지 끊기자 일제히 분노를 터트리고 나선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와 경제중심지 라고스, 북부 지역 중심도시 카노 등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들이 거리를 행진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보조금 철폐 대신 부패를 없애라"라고 외치며 새해부터 단행된 유가 보조금 철폐 조치에 항의했다. 라고스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나이지리아의 최대 양대 노조인 나이지리아노동협의회(NLC)와 노조협의회(TUC)는 보조금 철폐에 항의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라고스에서는 은행과 도심 상가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학교들도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 9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의 경제중심지 라고스에서 유가 보조금 철폐에 항의하는 시민들. ⓒAP=연합뉴스

하루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아프리카에서 제일가는 산유국으로 꼽히는 나이지리아는 정작 국내에 석유 정제시설이 없어 시추된 원유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정제된 휘발유를 수입하는 나라다. 대신 연간 약 80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르는 석유 보조금을 지급해 1인당 국민소득이 1092달러에 불과한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 왔다.

하지만 굿럭 조너선 대통령이 올해부터 이 보조금을 철폐하고 사회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 4일 기준 나이지리아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65나이라(462원)에서 140나이라(995원)으로 수직상승했고 다른 물가도 덩달아 오르면서 항의 시위가 빈발했다.

조너선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민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정부도 공무원 봉급의 25%를 감축하는 등 예산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막대한 석유 수출 이익이 부패한 소수의 주머니로만 들어간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극빈층이 34%에 이르는 국민들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되었던 보조금까지 깎이면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너선 대통령이 '보코 하람' 등 일부 이슬람 세력들의 기독교도 공격과 이번 시위를 연관시키려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교회를 겨냥한 테러가 빈발하자 강경대응에 나선 남부 기독교 출신 조너선 대통령은 9일 정부 내에 테러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위대의 배후에 이슬람 세력이 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가디언>은 조너선 대통령이 8일 나이지리아의 대문호 치누아 아체베와 월레 소잉카가 참여한 행사에서도 정부 내에 보코 하람의 지지자들이 스며들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두 문호는 하루 뒤인 9일 유가 인상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북부의 이슬람 교도와 남부의 기독교 인구가 비슷한 나이지리아는 종교 갈등이 끊이지 않았으며 1967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내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항후 조너선 대통령이 '이슬람 배후설'을 내세우며 항의 시위에 강경 대처한다면 종교 갈등과 함께 정국은 더욱 혼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하원의원 일부도 조너선 대통령이 유가 보조금 철폐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며 시위대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석유 보조금이 대부분 중간거래상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경제 구조를 개혁하고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던 조너선 대통령을 두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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