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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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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놈

[한윤수의 '오랑캐꽃']<472>

색주가에 드나드는 사내 눈에 아내가 유독 미워 보인다.
허드렛일 하느라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입성에
화장기라곤 없는 부스스한 얼굴이니까.

쫓아내기로 결심하고
"이년 나가!"

그러나 막상 친정에 간다고 머리 빗고 화장하고 곱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오히려 기생보다 나으면 나았지, 절대로 못하지가 않다.

아내가 보따리 싸가지고 막 나가려는 걸,
사내가 못 가게 문을 턱 막으며 하는 말
"그년 참 별난 년일세. 어째 미웠다 고왔다 하네."

경북 경산의 철재박스 공장.
태국인이 다 걷어치우고 올라왔다.
돈을 안 주니까.

"밀린 월급 좀 받아주세요."
"알았어. 받아줄게."

근데 이상한 점이 있다.
외국인 등록증을 보니 사흘만 더 있으면 퇴직금도 탈 뻔했다.
"사흘 더 있으면 퇴직금 타는 거 알았어? 몰랐어?"
"알았어요."
"근데 왜 그만뒀어?"
"월급도 못 주는데 퇴직금은 더 못 줄 거 같아서요."

나는 이런 바보가 밉다.
제 밥도 못 찾아 먹으니까.

돌아서 가는 그를 붙잡고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 회사 직원은 몇 명?"
"두 명이요."
기가 막히다.
"두 명이면 퇴직금 못 타는 거 알았어? 몰랐어?"
"몰랐어요."

어처구니가 없지만
미웠던 마음이 스르르 사라지며
오히려 이뻐 보이기까지 한다

별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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