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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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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한윤수의 '오랑캐꽃']<469>

세련된 의상에 금테 안경.
부자집 마님처럼 생긴 태국 여성이 왔다.

특이하게 F-1-3 비자를 가졌다.
무슨 비자냐?
'국민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다.
한국으로 시집온 '국민의 배우자(F-2-1)'와 비슷한데
10년 이상 오래 된 비자다.
이런 비자를 가진 사람은 노련하다는 게 특징이다.

그녀에게 물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태국 남자한테 80만 원을 빌려주었는데 도망가서 못 받았어요"

그녀는 3년 전에도 찾아와서
"태국 남자한테 백만 원을 빌려주었는데 도망가서 못 받았어요."라고 했고
나는 순진하게도
채무자의 새 직장을 찾아주어서
그 돈을 받게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순진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돈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태국 여자가 태국 남자한테 돈을 빌려준다?
무슨 냄새가 나지 않는가?

상당수의 태국인이 도박을 즐긴다.
도박해서 돈을 따면 좋지만 잃으면 어떡하지?

걱정할 거 없다.
마님 같은 돈놀이꾼이 뒷돈을 대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잃으면?

다음 월급날 주면 된다.
이자는 보통 한 달에 1할이다.

그런데 월급날 가보니
채무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졌다면?

그러면 나한테로 달려오는 것이다.
사람 좀 찾아달라고

그러나 이제 난 정중히 거절한다.
그 돈의 정체를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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