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MBC와 SBS가 종편의 직접광고영업에 반발해 자체 미디어렙을 설립, 방송광고시장이 약육강식의 투쟁장이 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는 연내 갖춰지게 됐다. 이날 민주통합당은 MBC를 공영 미디어렙 체제에 묶고, SBS는 민영 미디어렙 체제에 포함시키되 자회사에 포함시키는 방법은 막기로 했다.
언론노조가 강조해 온 '연내 미디어렙법 처리'의 가능성이 이번 민주통합당 결정으로 열리게 됐으나, 한편에서는 '결정적 순간에 한나라당과 타협'하는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실망하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김진표 원내대표가 미디어렙법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
김진표 "최악 막기 위해 차악 선택"
28일 민주통합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KBS·EBS·MBC를 공영으로 묶는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골자로 한 여야 6인소위의 잠정 합의안을 올해 안으로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6인 소위 잠정 합의안은 종편이 미디어렙 체제에 들어가는 의무위탁 시기를 2년간 유예토록 했다. 또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1인 소유지분을 최대 40%까지 허용키로 했다. 이는 그간 언론단체가 주장해 온 '종편 미디어렙 유예 금지·민영 미디어렙 방송사 지분한도 20%'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실상 한나라당이 요구한 타협안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결과다.
이에 따라 남은 2년간 종편 4사는 미디어렙을 거쳐 방송광고를 수주하는 공중파와 달리, 방송사가 직접 광고주를 만나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민주통합당은 미디어렙에서 신문과 방송 광고영업을 겸업하는 '크로스미디어 판매'는 허용치 않기로 했다. 또 중소방송사를 지원하기 위한 미디어렙의 연계판매 지원방안도 담았다.
MBC가 공영 미디어렙 체제에 포함됨에 따라 지난 26일 독자 미디어렙을 설립키로 했던 MBC의 시도도 불가능하게 됐다. 지주회사가 미디어렙에 출자하는 것도 금지키로 해, SBS가 지난 10월 출범시킨 ㈜미디어 크리에이트는 민영 미디어렙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계열분리돼야 한다. 사실상 '종편 손을 들어주고 MBC와 SBS를 잡은' 결과인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6인소위 협의안을 이루게 됐는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2개의 독소조항이 있다. 종편에 대해 2년간 자유영업을 허용하겠다는 것과 방송사업자가 렙에 대해 40%를 소유하게 한 것은 잘못 운영되면 렙을 만든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독소조항"이라면서도 "연내 입법이 좌절되면 방송시장이 최소한의 규제도 없이 완전하고 완벽한 자유방임의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연내 처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최악을 방지하기 위해 결코 차선은 못되나 차악이라도 눈물을 머금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방송사를 약육강식의 정글시장에 맡길 수 없어서 이런 상태로 우선 입법하고 내년 총선 승리 후 즉각 미디어렙에 대한 제·개정 투쟁에 돌입하기로 의총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방송 시장 정글화 막을 수 있을까
민주통합당이 미디어렙 법안 연내 처리에 적극 나섬에 따라 일단 방송광고 시장이 최악의 경우 '1사 1렙'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는 덜게 됐다. 이미 SBS와 MBC가 자체 미디어렙 설립을 위한 행보에 나서면서 연내 미디어렙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방송시장의 적자생존화는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간 많았다.
기자회견에서 김 원내대표는 특히 민영 미디어렙 체제에 들어가게 된 SBS에 대해 "우리가 SBS에 '(자체 미디어렙 설립을) 늦추지 왜 촉박하게 하느냐'고 하니 '종편이 들어와 자유영업을 하는데 2009년 말 이후로 대한민국에는 방송광고판매에 관한 아무런 판매입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종편이 마음대로 뛰어다니게 하고 국회는 법을 만들지 안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이번에 타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타협안이 결국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 체제로 굳어진데다 방송사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한도가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 현 체제 그대로 간다면 결국 SBS와 종편 등이 모두 자사 미디어렙을 가지고, 중소 방송사의 환경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그간 언론단체들은 KBS·MBC·EBS를 묶는 공영 미디어렙과 SBS와 종편을 묶는 민영 미디어렙 체제, 즉 '1공 1민' 미디어렙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언론노조는 민주당의 당론이 확정된 직후 발신한 보도자료에서 "지분소유 한도를 낮춘다 해도 1공 1민 법률을 명시하는 게 불가능해져, 특정 방송사가 우호지분을 형성해 (민영 미디어렙 중 하나를) 자사렙화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과당경쟁금지 조건 등의 허가조항을 엄격화해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 앞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디어렙 법안 연내 입법을 주문했다.
또 "미디어렙 합의는 국민적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는 통합진보당 의견에 대해 "연내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치일정상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이 2년 유예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렙 법안 연내 처리를 두고서는 언론단체와 진보정당, 진보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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