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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권력은 오바마보다 길다. 미국, 전략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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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정은 권력은 오바마보다 길다. 미국, 전략 있나?"

[해외시각] 저명 美언론인이 말하는 북한에 대한 3가지 오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타전한 외신들은 그를 '은둔의 나라에 은거하는 독재자'라고 흔히 불렀다. 이는 김정일 개인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 대한 '무지의 공포'를 드러낸 표현이기도 했다. 십 수 년간 북한 정권의 잔악함을 비판하며 제재와 압박에 앞장선 서방에서 북한에 대한 무지를 강조한 이 표현은 역설에 가깝다.

북한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서방 언론인의 시각도 마찬가지일까? 1984년부터 <뉴욕타임스>에서 일해 오면서 중국 천안문 사태, 수단 다르푸르에서 벌어진 인종 청소 기사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국제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1980년대 말부터 북한을 자주 드나들며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크리스토프는 21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북한의 획일성과 폐쇄성을 핀잔하면서도, 그런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실패한 대북정책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의 조기 붕괴론에 입각해 압박과 제재를 이어가면서 주민들의 봉기를 바랐던 과거의 정책들은 실패를 넘어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과 독재 정권의 강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던 크리스토프는 오히려 북한 편에 섰다고 비난받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차라리 낫다고 주장한다. 북중 경제협력이 강화되면서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상품들이 북한을 점진적으로 개혁과 개방으로 몰고 가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북한 정권에게 최대의 위협은 미국 군함보다 아이팟을 듣고 코미디쇼를 보는 또 다른 (남한의) 한국인"이라며 개성공단 사업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죽음에 오열하는 북한 주민들. ⓒAP=연합뉴스

새로운 '김'의 등장, 새로운 기회가 될까?

1989년 필자가 처음 북한에 갔을 때, 북한 주민들의 집을 무작위로 골라 불쑥 찾아가곤 했다. 평범한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은 나를 보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필자가 본 가장 놀라운 것은 모든 집의 벽에 확성기가 달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라디오처럼 생겼지만 주파수를 맞추는 다이얼이나 전원을 끄는 스위치가 없었다. 아침이 되면 확성기는 선전 방송을 내보내며 사람들을 깨웠다. '김정일 동지가 첫 골프 라운딩에서 5개의 '홀인원'을 기록했다!'라는 식이다. 확성기는 그런 식으로 하루 종일 시끄럽게 울려댔다.

확성기는 북한이 단지 '또 하나의 독재국가' 정도가 아니라,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전체주의적 성격이 강한 국가라는 점을 보여줬다.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잔악했지만 그런 것까지 동원하진 않았다. 하지만 김 씨 일가는 복합적인 억압 시스템을 더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장애인은 보기 흉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장애를 가진 이들은 수도 평양에서 쫓겨나곤 한다. 북한 정부가 펼치는 선전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북한이 기근을 겪을 때 북한 뉴스에서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터져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과식은 안 좋은 것이라고 주의를 줬다.

북한에 있을 때 필자는 임의로 선택한 지방에서 두 명의 고등학생 소녀를 인터뷰했다. 그들은 동시에 말을 시작해 북한 정권에 대해 완벽하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치 로봇 같았다.

중국에서 비디오가 몰래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북한 인민보안성 요원들이 건물 전체의 전원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집집마다 들어가 비디오 재생기 안에 있는 테이프를 일일이 들여다보았다. 밀수한 테이프가 발견되면 해당 가구 전체가 강제수용소로 갈 수 있었다.

우린 이런 나라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나? 그걸 따지기 위해 미국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어야 한다. 몇 가지 교훈이 있다.

■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가정하지 말라

필자는 1987년부터 북한 관련 기사를 써 왔는데, 북한 외부에 있는 이들은 언제나 주민 봉기가 일어났다는 소문을 주고받거나 정권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얘기해왔다. 북한 정권은 내일이라도 망할 수 있다. 아니면 앞으로 20년 동안 비틀거리며 지탱해나갈 수도 있다. '위대한 후계자' 김정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오래 권좌에 머무를 수 있다.

■ 모든 북한 사람들이 자기네 정권을 혐오한다고 가정하지 말라

김정일이 죽어서 모든 북한 주민들이 울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들의 슬픔은 아마도 진심일 것이다. 탈북자들은 김 씨 정권을 맹비난하지만 북한에 남겨져 있는 그들의 친지들은 여전히 그 체제를 믿고 있다. 다른 체제를 모르기 때문이다. 또 많은 주민들은 외국 자본에 의한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것 보다 자국의 폭군을 더 낫다고 생각하는 열성적인 애국자다.

여기에는 충성심(faith)과 공포가 결합되어 있다. 브래들리 마틴의 북한에 대한 책은 김정일의 보좌관 중 하나가 그의 부인에게 김정일의 여성 편력에 대해 떠벌린 일을 들려준다. 그 부인은 북한의 기본 예절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기에 그 문제에 항의하는 편지를 지도부에게 보냈다. 그 편지는 김정일에게 전달됐고, 그는 군중 앞에 그 부인을 끌고가 맹비난했다. 그의 남편이 나서서 자신이 부인을 처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남편은 부인을 총으로 쏴 처형했다.

■ 북한을 고립시키려 하지 말라

서방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와 고립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고립 작전은 주로 역효과만 낳았다. 고립은 김 씨 일가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우리가 그걸 도와준 것이다.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것도 북한체제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1990년대 북한에서 약 100만 명의 주민이 아사했지만 정권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건 자명하다. 1994년 한반도에서는 전쟁 직전까지 갔는데,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헛된 희망에 기댄 제네바 합의로 전쟁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 헛된 희망이란 (제네바합의로 북한에 제공되는) 경수로 원전 공사가 끝나기 전에 정권이 붕괴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합의를 깨버렸다. 그러나 그 결과 더 심한 재앙이 닥쳤다. 북한은 핵 개발을 가속화했고, 약 8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양의 플루토늄을 축적했다.

미국의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이 북한의 버릇을 잘못 들였다고 비난하지만 적어도 중국 정부에겐 전략이 있다. 중국을 변화시켰던 개방과 개혁 정책을 북한 정부가 따라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오늘날 북한 국경 지역에서 흔하게 보이는 중국 무역상들과 그들이 파는 휴대전화, DVD, CD 등은 미국의 어떤 정책보다 김 씨 일가의 지배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다.

좋은 해결책이란 없다. 하지만 지금 어느 정도의 대북 원조를 시도해 정권 이양기가 갖는 장점을 취해보자. 우리가 외교 관계나 무역, 사람이 오고 가는 분야에서 약간만 움직인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에 보상을 주는 게 아니다. 정권의 무덤을 파는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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