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한에 대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제하의 글에서 "김정일의 죽음과 김정은의 권력자 지위 계승은 미국 지도자들에게 기회일 수도, 잠재적 함정일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핵 협상이 진행되던 중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의 전례를 오바마 행정부가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루치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제네바의 유엔(UN) 북한대표부를 찾아 김 주석을 조문했다. 그후 북미 양국은 김일성 사망 3개월여 밖에 안 된 어수선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했다.
갈루치는 기고문에서 94년 당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권력 승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위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했었지만 회담은 계속됐고 제네바 합의로 인해 북한의 플루토늄 제조는 이후 8년 동안 멈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은 인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의 첫머리에는 정권교체(레짐 체인지)를 욕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꼽혔다. 갈루치는 "미국 지도자 또는 지도자가 되기 원하는 이들은 '지금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촉진하거나 도발할 때'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의 정권 타도를 주장하기에 좋은 때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김정일 사망 직후 성명을 내고 "김정일의 죽음이 '북한 주민의 악몽'을 종식시키는 것을 앞당기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을 겨냥해 "완전히 멍청한 짓"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어 그는 "롬니처럼 지금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정부의 협상이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 또는 포기하게 하는 데 어떤 이득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회담의 미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뉴시스 |
갈루치는 이어 "북한에 대해 처음 말해야 할 것들 중 하나는 '미국은 핵 프로그램의 중단과 궁극적 해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는 국내의 사정에 지나치게 민감했다"면서 "이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그는 "대통령의 보좌진들은 예상되는 공화당의 비판에 민감했다"면서 공화당의 입장은 "북한과의 대화는 유화책(appeasement)이며, 안일한 것이고, '같은 말을 두 번 사는' 것이기에 이는 북한에 잘못된 교훈을 주리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행동을 보이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제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핵협상은 '유화책'이 아니며, 북한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순진한' 것도 아니고, (북한과) 마지막으로 대화했을 때 우리가 지불한 것만큼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에 '같은 것을 두 번 사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이명박 정부의 '발목 잡기'도 언급됐다. 그는 "오바마 정부는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요구에 민감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요구는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 이는 회담 과정을 진행시키기 전에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시인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최선의 정책을 취해야 하며, 지금 시점에서 그 정책은 북핵 해체에 초점을 둔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통상적으로 애도 기간은 1년 이상씩 걸리고 1994년 당시 이미 북한 권력의 핵심부였던 김정일 또한 모든 권력과 권한을 틀어쥐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면서 "누가 북한의 책임자인지에 대해 지나치게 성급하게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