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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중국ㆍ미국…한국, 이러다 또 들러리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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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중국ㆍ미국…한국, 이러다 또 들러리될라

한반도 상황 관리 열쇠는 '식량'

김정일 북한 북방위원장 사망 이후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김정은 후계체제의 '연착륙'을 지지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반도 정세의 급변을 차단하려는 미·중의 전략 기조는 대북 식량 지원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미·중 양국의 반응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을 부정하는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북한과 전략적 협력 관계가 상당히 진척된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수뇌부가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문하며 김정은 후계제체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반응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의 '조문 외교'보다는 격이 떨어지지만, 김정은 후계체제를 지칭하는 '새로운 리더십'에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히면서 혼란 없는 권력 이양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정은이 가장 절실한 것 '식량'

이러한 미·중의 행보는 외교적 제스처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키워드는 '식량'이다. 우선 북한이 김정일 사망 소식을 발표한 다음날 북한과 미국은 '뉴욕채널'을 통해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된 논의를 했다.

최근 진척을 보인 북미간 식량 지원 협의가 김정일의 사망으로 잠정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실무 차원의 논의는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 미국은 북한이 원한다면 식량 지원 논의가 포함된 고위급 회담을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뉴욕 채널 협의에 대해 "대북 영양 지원과 관련한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부임한 성 김 주한 미국 대사도 21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지난 15~16일간 베이징에서 열렸던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와 리근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의 식량 지원 협의가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어떤 약정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 전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식량 지원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약속을 연계하는 것과 비교해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김 위원장의 장례식이 끝나면 북한에 다량의 식량을 원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북한이 사양한 중국 정부의 공식 조문단은 보내지 않는 대신 공산당 정치국 위원급의 특사를 북한에 파견해 구제적인 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마냥 기다리는 입장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미간에 가동되는 뉴욕 채널은 클리포트 하트 미국 6자회담 특사와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간의 전화 협의를 말하는데 이는 북측의 선(先) 제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유훈인 '2012년 강성대국' 이행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발 빠르게 김 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한 러시아도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북·러 가스관 사업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김 위원장의 자국 방문 당시 약속한 5만 톤 식량 지원을 지난 달 이미 이행 완료했다.

'자화자찬' MB 정부, 일본을 '위안' 삼아 지내려나

식량을 열쇠로 김정은 후계체제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한국 정부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 표명과 전방 성탄 등탑 점등 취소 결정을 제외하면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다. 위로 표명에는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다 정부 조문단 파견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혀 남북관계의 전환 기회로 여겨지는 조문 외교를 걷어 찼다.

현재는 김정일 사망 다음날인 20일 <조선일보>가 한국의 과제 중 하나로 "북한의 임시 지도부에게 긴급 식량 지원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릴 것"을 제안하는 등 보수 진영에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북이 핵을 포기한 후 필요한 지원한다'라는 선(先) 핵포기 기조, '천안함·연평도 사과가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우리가 취한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다는 것을 북한에게 보이기 위함이고, 북한도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과의 관계 재설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좌우 양측의 제안에는 귀를 닫고, 자화자찬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뉴욕 채널 가동과 중국의 적극적인 북한 지원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준비 과정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이 22일 오후 베이징으로 급파됐다. 임 본부장은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회동해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과 식량 지원을 협의할 남북간 채널이 막혀있는 상황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서 한국이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북한에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정부의 침묵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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