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오늘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오늘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기고] 제왕적 대통령제 그대로 두면 다음에도 제왕적 대통령

다음 글은 지난 2월 18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서울 동작구 대방동 소재 여성프라자 4층 시청각교실에서 청우 이부영(민주‧평화‧복지 포럼 상임공동대표)이 (사)한국노동경제연구원(원장 곽태원) 산하 태평로포럼 회원 5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이다. <편집자>

여기 모이신 분들은 대부분 45세에서 55세 이르는 연령대로서 우리 사회의 중추에 해당하는 분들입니다. 더욱이 사무금융 분야에서 근무하시는 탓에 우리 사회의 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강연 초청을 받으면서 주목한 사실은 여러분들이 1987년 6월 항쟁 당시 항쟁의 균형추를 승리 쪽으로 기울게 만든 이른바 '넥타이 부대'의 주력군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6월 항쟁 당시 저는 그보다 앞서 몇 개월 동안 영등포교도소에 갇혀있으면서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조작사건을 폭로토록 단서를 제공한 다음, 경상북도 김천교도소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물론 6.29선언으로 전두환 정권이 막을 내리는 것은 분명해졌지만, 그 이후의 항쟁의 성과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는 알 수 없었습니다.

87년 직선제 헌법, 박정희‧전두환의 '제왕적 대통령제' 계승

그 뒤 진행된 6월 항쟁의 성과를 제도화하는 과정을 교도소 안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전두환 군부정권은 6.29선언을 발표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면서도 저나 김근태, 장기표 등은 석방에서 제외시켰습니다.

그리고 항쟁의 제도화 과정의 협상 당사자는 전두환 세력과 김대중‧김영삼 세력만 참여할 뿐 민주화운동의 주력부대인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등은 제외됐습니다. 1960년의 4월 혁명의 주력이 학생들이어서 그 뒤의 혁명의 성과를 제도화하는 과정에 대표성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불가피했다손 치더라도 1987년의 6월 항쟁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민통련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라는 대표성을 가진 주도세력이었습니다. 1960년의 4월 혁명 이후 이승만과 자유당이 배제된 채 허정 과도정권이 성립됐던 사실을 상기한다면, 신군부 쿠데타를 자행한 다음 1980년의 광주학살을 저지르고 수많은 학생‧노동자들을 학살한 전두환 정권을 6월 항쟁 이후 존속시키고 더욱이 과도정부 역할을 하도록 용인한 것은 치명적 실책이었다고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6.29선언은 거부되고 전두환 정권에 대한 타도투쟁은 지속되었어야 했습니다.

이른바 '87년체제'로 일컬어지는 87년 헌법은 5년 임기의 대통령 직선제를 제외한다면 6월 항쟁의 성과라고 치부할 것이 없었습니다. 양김씨의 대통령 출마를 보장받는 직선제, 그것도 5년 단임제였습니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의 가장 극악한 유산인 대통령 권력의 극대화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이어받았던 것입니다. 87년 헌법개정 과정에서 양김 세력도 대통령 권력의 축소에 찬성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제' 병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87년 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권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너무 집중된 탓에 집권 초기에 권력 중독증에 빠졌다가 중반기를 지나면서 철 이른 레임덕 현상에 빠지곤 했습니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탓에 집권 초기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권력을 휘두르다가 중반기를 지나면서 드러나기 마련인 권력남용과 권력비리의 덫에 걸려 무력화의 늪에 빠져버리는 전철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개헌 필요성 절감하지만 정치권 진정성 못믿어

그러나 이런 병폐를 고치기 위한 개헌 논의는 집권세력의 정권재창출이나 권력투쟁의 방편으로 악용됨으로써 국민들과 야당의 외면을 당해 왔습니다. 87년 체제의 효용성과 약효가 소진되었지만, 그래서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민의 여론이 과반을 훨씬 넘고 있지만, 정치세력들의 개헌의 진정성에 국민 전반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권이나 정략에 관계없는 시민사회세력이 진정성을 가지고 개헌을 주장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국민 일반과 시민사회세력의 개헌 방향과 내용은 직선제는 유지하되, 대통령 권력을 대폭 분산하자는 것입니다. 즉 대통령 임기는 8년 중임제로 하되, 대통령의 예산안 편성권과 법률안 제출권을 국회로 넘기고 따라서 감사원 기능 가운데 회계 감사권을 국회로 넘기며 인사청문회 범위를 대폭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지탄받는 오늘의 국회에게 대통령의 권력을 대폭 이양하는 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견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국회가 부끄러운 수준이었던 것은 국회에게 권한이 거의 없는, 그래서 무책임해도 괜찮았던데 이유가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권력이 주어지는 만큼 책임감도 따르는 것입니다. 또한 권력의 대부분을 국민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대통령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용이한 국회에 맡기는 것이 국민 편에서는 이익이 된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제의 모범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예산안 편성권과 법률안 제출권을 국회에 주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그럴 경우 국희의 업무가 팽창하는 관계로 상하 양원제를 채택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입니다. 이왕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지 않고 순수대통령제를 택한다면, 위에서 말한 제도를 택하는 것이 최상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 MB, 개헌도 권력투쟁 수단으로

이상과 같은 생각을 해보면서 오늘의 이명박 정권을 생각해 봅니다. MB정권의 속성을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정말 '준비없는 장사꾼 삽질정권'이라는 것뿐입니다. 우리나라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나 존재양식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정권이라는 것을 이해집단의 이익 나눠먹기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합니다. 개헌 문제만 해도 다음 권력으로 가장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고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만 비칩니다. 개헌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그리하여 병폐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진지하게 혁파하려 한다면, 야권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거나 무력화시키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와 더불어 좀 더 민주화된, 좀 더 성숙된 민주주의를 만들어간단 말입니까. 야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박근혜 정파와도 협력이 되지 않으면서 누구와 개헌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습니까. 그러므로 MB정권의 개헌 주장은 누구와도 진지하게 개헌 방향이나 내용도 논의함이 없이 그저 한나라당 내에서 대세를 만들어가는 박근혜 정파와 싸우기 위한, 자신의 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권력투쟁용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래서는 국민과 야권의 협력을 얻기 어렵고 지난날 지겹게 보았던 레임덕(권력누수기)으로 본격적으로 빠져들 뿐입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 가운데도 지난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 정권이 중반기 이후 국정운영이 불안정하고 다시 정권을 맡기기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대거 MB를 지지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우선 경제를 살린다고 하니까 그랬겠지요. 그랬던 분들이 요즘 MB정권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1. 민주주의 파괴일 것입니다. 군부독재에서나 있었음직한 민간인 사찰, 도청, 인터넷 통제와 감시가 일상화되고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었습니다. 예산안을 3년 연속 날치기 처리했으며 TV종편은 4개 채널을 모두 보수언론에게 선물했습니다. 3년이라는 지난 짧은 기간 동안에 MB정권은 거의 완벽하게 전두환 정권 수준으로 민주화를 역진시키려 했습니다.

2. 김대중‧노무현 양 정권 동안에 획기적으로 진전되었던 남북관계가 지난날 냉전시대의 남북관계로 되돌아갔다는 점입니다. 북한정권의 붕괴와 흡수통일의 의도를 여과 없이 드러내놓고 남북의 원만한 대화와 협상을 진척시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은 뒤, 불안정해지는 동북아 지역의 현상 안정에 합의한 미국과 중국의 정책에 따라 MB정권은 아무런 소득 없이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지난 3년여 동안 북한은 급속하게 중국 쪽으로 기울어 갔습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입지를 고려한다면,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상생공존은 북한이 우리 역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정책선택이라는 인식이 MB정권에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국제적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력지각변동이 MB정권과 그 지지세력에게 제대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 원명(元明)교체기의 고려 조정, 명청(明淸)교체기의 조선 조정, 그리고 구한말 구미일 열강 진출기의 구한말 조정과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세력의 인식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퇴조하는 미국과 급부상하는 중국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는 60여년째 분단‧대결 상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세기 동안 통일시대를 지속해온 한반도의 역사에서 60여년의 분단시대는 그리 긴 시기는 아닙니다. 신라통일시대 이전부터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안에 존재했던 모든 왕조들은 주변 국제 역관계의 변화에 언제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경우, 망국과 피침(被侵)의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우리는 반미를 하자거나 친중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예상치 못하게 급속히 퇴조할지 모르는 미국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부상해오는 중국에게 삼전도(三田渡)의 인조왕 꼴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퇴조하기 전에, 그리고 중국이 부상하기 전에 남북의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한반도 전체의 존재양식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MB정권에게는 좀체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4. MB정권에 들어서 사회의 양극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조응(照應)이 정치권에서의 '복지'논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시장개방과 세계화로 표현된 신자유주의화는 우리 사회의 모든 계급 계층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화의 파괴력이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 확충 속도를 훨씬 앞지른 탓입니다. 물론 경제적 강자들도 개방을 통한 경쟁에 대응해야 하지만, 경제적 약자들은 그러지 않아도 취약한 입지를 더욱 흔드는 불안정한 처지에 내맡겨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임금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중소상공인들은 몰락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이 정권은 그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했고 오히려 부자감세를 감행했습니다. 10여만 채의 아파트는 지어놓은 채 팔리지 않고 있는데 전월세 값이 치솟아 대란이 일어나면서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전월세 인상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에 현혹되어 표를 던져서 MB를 선택했던 유권자들이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분명할 듯 합니다.

5. 마지막으로 철저하게 생태파괴로 일관하고 있는 '4대강 공사'입니다. 이미 중상류의 지천‧지류의 제방 등 하천 주변이 무너져 내리는 역행침식(逆行浸蝕)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독일의 하천공사 전문가인 헨리 프리체 박사가 4대강 공사 현장을 둘러본 다음, 한 세기 전 독일의 경험을 일깨우면서 우리 4대강에도 역행침식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많은 예산을 들이는 한반도 역사 이래 최대의 엄청난 치수사업을 MB의 임기 안에 완공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어느 한 곳을 시험공사지역으로 지정해서 자신의 임기 안에 완공해 보고 다음 대통령이 다른 곳으로 확대해 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제기했지만 모두 거부되었습니다. 올해 하반기 안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4대강 공사가 어떤 환경재앙으로 다가올지 불안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4대강친수구역특별법으로 수변지역 개발의 이익을 나눠가지려는 탐욕의 눈들이 오히려 번득입니다. 나중에 책임을 물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미 파괴된 자연생태는 되돌릴 길이 없겠군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구제역으로 희생된 소‧돼지 매몰지의 침출수 오염위기는 4대강 생태파괴 위기를 더욱 침통하게 만듭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그대로 두곤 다음 대통령도 또 그 타령

여러분들에게 '오늘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를 주제로 여러분들이나 내가 함께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오늘 제 이야기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야권의 대응 등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겠지만 오늘 주제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여기서 그칩니다. 다만 이야기를 마치면서 다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MB정권의 병폐는 MB 개인의 속성이기 보다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제도의 병폐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바입니다. 이 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이 다음에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도 같은 전철을 되풀이할 것입니다. 무늬만 민주화되었지, 대통령은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권력을 그대로 전횡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말씀, 오랜 시간 경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