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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새벽 3시에 전화벨이 울리면…"

[해외시각] "오바마 대응, 공화당보다 나았다"

2008년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는 버락 오바마와 대결하면서 인상 깊은 광고를 선보였다. "누가 새벽 3시에 전화를 받기 원하나?"라고 묻는 이 광고는 시차가 다른 외국에서 터진 위기 상황에 클린턴이 오바마보다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자신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하자 "백악관에서 새벽 3시에 전화가 울린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히 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말이다.



19일 정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알렸을 때 백악관의 시계는 18일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곧바로 반응을 내지 않고 "모든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으며 중국, 한국 등과의 연락을 취하면서 19일(현지시간) 밤이 되어서야 클린턴 장관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자칫 위기 국면으로 넘어설 수 있는 북한의 상황 앞에서 '위기 관리'를 최우선에 둔 신중한 행보였다.

2008년 미 대선을 다룬 해설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김정일의 사망에 대한 오바마의 대응을 보면서 '새벽 3시' 광고를 다시 떠올렸다.

로빈슨은 21일 <덴버포스트>에 올린 칼럼에서 오바마가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뒤 신중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한반도 상황이 위기로 돌변하지 않도록 관리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또 김정일의 죽음에 반색했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나 북한에 대한 호전성을 드러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과 비교되는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원문 보기)

김정일의 죽음과 새벽 3시의 전화

백악관에서 전화가 울렸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무자비한 괴짜 독재자 김정일이 사망했다. 김정일의 후계자는 알려진 바가 전무한 그의 20대 아들이다. 남한 정부는 서둘러 전군에 비상경보를 울렸다. 백악관으로 걸려온 이 전화를 미트 롬니가 받길 원하나? 아니면 뉴트 깅그리치?

우리는 그날 밤 오바마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 중 하나로부터 날아오던 불길한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았다. 동맹국들과의 협의,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른 공식 성명, 북핵 프로그램 중단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평가. 다른 말로 하면 주의 깊고 침착한 반응이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오바마의 행동은 미국의 대통령의 발언이나 몸짓 하나로는 북한에서 일어난 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절제되지 않은 단어나 행동은 급작스런 국면에서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이 항상 포위당해 있다고 생각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폐쇄적이고 피해 망상에 사로잡힌 북한 체제에 갑자기 압력을 가할 시점은 아니었다.

백악관은 특히 '위대한 계승자'라고 불리는 김정은이 외부의 반응을 도발로 여기고 대응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대개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지도자는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하기 위해 호전성을 과시해야만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공세적인 행동은 남한의 대응 강도를 높일 것이고 갑자기 상황은 위기 국면으로 돌변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이른바 '체제 전환'(regime change)을 입에 올리며 결의를 불태우고 있는 롬니에겐 없는 부분이다. 롬니는 김정일 사후 성명에서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릴 때 호화로운 생활을 한 무자비한 독재자였다"라며 "그는 무모하게 핵무기를 추구했고 핵과 미사일 기술을 다른 불량국가에 팔아 넘겼으며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에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 그가 그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진다. "그의 죽음은 미국으로 하여금 우방국들과 함께 북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도록 협력하고 그 지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미국은 지금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길고 무자비한 국가적 악몽 속에서 고통 받았다. 나는 김정일의 죽음이 악몽을 끝내는 시간을 앞당기길 희망한다."

음, 그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독재자의 무덤 위에서 춤추는 건 유력 대선주자가 할 짓이 아니다. 김정일의 후계자에 대해 좀 더 알기 전까지, 아니면 핵무기를 통제하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기 전까지 북한을 개혁으로 이끌 접근법을 누가 알 수 있겠나?

롬니는 그가 대외정책에서 오바마보다 터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무아마르 카다피의 죽음에 일조한 오바마보다 말이다. 롬니는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비슷한 환경에 처했을 때 그의 책무에 대해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롬니의 말은 위험한 다혈질이 내뱉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북한에 대해 앞뒤 가리지 않고 말하던 깅그리치는 비교 대상도 안 된다. 2009년 깅그리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수부대 투입부터 원거리 공격까지 3~4개의 공격 옵션이 있다"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에게 해외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새벽 3시에 걸려오는 전화에 대비하고 있냐고 물었다. 김정일의 죽음은 항상 세계의 어딘가가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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