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수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수태

[한윤수의 '오랑캐꽃']<343>

어렵게 캄보디아 통역을 구했었다.
한국말 잘하는 캄보디아인이 드물고, 캄보디아 말 잘하는 한국인이 드물기 때문이다.

셍호르는 한국으로 시집온 지 3년밖에 안된 20대 초반 여성이다.
성남에 살지만, 수원에 한국어 잘 가르쳐주는 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원까지 매주 달려와서 한국말을 배웠었다.
성의가 대단하지!

거기서 우리 센터의 태국 통역 솜차이를 만나서 내가 캄보디아 통역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홈페이지에 숨어있는 내 이메일로 이력서를 넣은 것이다.
똑소리 나지!

그녀는 발안에 한 번 와보라는 내 제의를 듣고, 어느 일요일날 성남에서 발안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혼자 찾아왔었다.
지리 감각도 뛰어나지 않은가!
돌아서면 모르는 한국인 길치보다 훨씬 낫지!

그녀는 아주 총명한 데다가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언어 감각을 타고 난 거다.

덕분에, 셍호르가 오고난 뒤로 캄보디아인들이 와도 나는 전혀 겁나지 않았다.
나도 그렇지만 더 큰 수혜자는 캄보디아인들.
한국말 잘하는 캄보디아 통역이 발안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은 화성, 평택, 천안은 물론 멀리 공주에서도 찾아왔었다.
각기 가슴 깊이 묻어둔 고민들을 안고서.
고민이 하나하나 해결되어 나가는 게 꿈결처럼 좋았다!

하지만 갑자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셍호르가 수태(受胎)하여 심한 입덧으로 발안까지 못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클 때까지는 다시 올 가능성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녀가 보낸 휴대폰 문자 메시지.

"안녕하세요 목사님 저는 셍호르예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자꾸 토하고 병원에 가서 링크 맞았는데도 별 효과 없어서 너무 힘듭니다 내일도 센터에 못 갈 것 같습니다 전화를 직접 말씀 드려야 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안 좋아서요 ㅠ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전화해서 발안은 잊으라고 말했다.
"이제 못 오는 걸로 알고 있을 게요. 아기한테만 신경 써요."

캄보디아인들이나 나나
우선 당장은 상실감이 크지만
그분이 하시는 일 어쩌겠는가?

사실 수태는 큰 경사다.
셍호르나 한국인 남편이나 3년 동안 학수고대하던 바였으니까.
더구나 우리 센터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어떤 석녀(石女)라도 잉태하는 신비한 전통에 또 하나의 기록을 더했으니까.

이제 다른 사람 구해야지 별 도리 없다.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