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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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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판

[한윤수의 '오랑캐꽃']<342>

일요일 오후.
상담을 기다리는 노동자가 줄을 섰는데, 얼굴이 이쁘장하니 생긴 베트남 여성 하나가 L간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일요일 상담은 바빠서 한 사람 당 30분 이상을 쓸 수 없다. 하지만 그녀 혼자 한 시간도 더 잡아먹고 있다.
무슨 기구한 사연이 있어 저러나?

결과적으로 건너편 테이블에 있는 내가 더 바빠졌다. 상담할 외국인들이 나한테만 몰리니까.
너무 힘들어 불평이 절로 나온다.
"L간사, 그 사람 무슨 문제야?"
"퇴직금이요."
"못 받았어?"
"아뇨. 받았는데, 계산이 틀리다네요."
"그럼 나중에 계산해준다고 하고 보내."
"예."
L간사가 간신히 그녀를 떼어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나갈 생각을 않고, 차례를 기다리는 베트남 남성들과 계속해서 시시덕거리고 있다.

화요일.
그녀가 또 왔다.
태국 남자 하나를 데리고.

L간사가 그녀에게 설명했다.
"퇴직금, 회사가 계산한 거 맞아요."
그러자 그녀가 또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계산한 것도 틀렸단다. 기가 막히다. 그녀는 자기가 개발한 듯한 *나이롱 계산법으로 퇴직금 액수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아니, 그럼 자기가 계산하지 뭐 하러 우리에게 부탁하나?
틀려먹은 것은 둘째 치고 시끄러워 못 살겠다.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 여자 보내!"
그녀는 새침하니 삐쳐 있다가 가버렸다.
보디가드 태국 남자를 데리고.

알고 보니 그녀는 종업원이 74명이나 되는 큰 회사에서 일한다.
거기서 자기가 최고 미인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남자뿐 아니라 태국 남자도 따라다니니까.
그래서 어디 가든지 독판 떠들고, 주위 사람이 자기만 쳐다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디 가든 독판 떠드는 것,
이거 전형적인 공주병이다.

*나이롱 계산법 : 퇴직금은 마지막 3개월 임금을 3으로 나눈 금액(한 달 평균임금)이 기준이다. 항상 3개월을 잡아 계산하므로 마지막 달의 근로일수가 모자라면, 일수 부족분 만큼 전전전 달의 일수에서 보충해준다. 어쨌든 둘러치나 메치나 3개월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주의 계산법이다. 그녀는 마지막 달을 15일 일했기에 반달치만 받았다. 그래서 지레짐작으로 왜 두 달 반 임금을 3으로 나눴느냐고 따진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전전전 달 임금에서 반달치를 보태서 정확히 계산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주장만 반복할 뿐, 남의 설명을 일절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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