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철도 계양역 주변 선로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일 새벽 열차에 치여 5명은 숨지고 1명은 크게 다쳤다. 2007년 3월 공항철도가 개통한 이래 최악의 인명 참사였다.
공항철도의 외주업체인 코레일테크에서 일하던 노동자 8명은 9일 새벽 0시25분 선로 동결 방지 작업을 하기 위해 계양역에서 인천 방면으로 1.2km 떨어진 선로에 들어섰다. 이들 중 선로 위에서 허리를 숙이고 작업 준비를 하던 6명이 5분 뒤 열차에 치여 참변을 당했다.
노동자들은 야간 작업에 필수적인 형광 작업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 승인시간보다 25분 앞서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에는 안전을 담당하는 관리감독자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사고의 정확한 경위와 관리자의 안전 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개통 이래 최악의 참사가 나면서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책임은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하고 안전 책임에서 벗어난 철도공사에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9일 논평을 내고 "신분조차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꼼꼼한 안전 조치가 보장됐을 리 만무하다"면서 "철도공사가 공공성과 안전을 등한시한 채 위험한 작업은 하청과 외주로 돌린 만큼,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철도 현장에서 야간 작업을 하면 컴컴해서 사물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달려오는 열차와의 거리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외국의 경우에는 예비선로를 확보해 주간에 시설 보수작업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예비선로가 없어 노동자들은 위험한 심야 작업에 내몰린다"고 덧붙였다.
공항철도는 이날 자료를 내고 "불의의 사고로 코레일테크 직원 5명이 희생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도 "사고 관련자들이 작업 실시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승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유감"이라며 자사의 책임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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