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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노동!, 닥치고 산별노조"

[복지국가SOCIETY] "이제 '제2의 산별노조 운동'이다"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노조운동의 강화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노동운동의 화두였다. 정규직 중심, 대기업 중심 노동운동이 긍정적 역할과 수많은 성과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비정규직 및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노동운동, 사회 운동적 노동운동으로서 초기업적 산별노조운동이 강조되어왔다. 게다가 최근 노조 조직률이 사상 처음으로 9%대라는 한 자리 숫자로 하락하고, 내용면에서도 체격과 체력이 모두 하향곡선을 그으면서 노동운동의 존재감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산별노조운동은 더욱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조직노동운동은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시대적 사명을 다한 것인가? 이제 노조라는 구시대적인 옷을 벗어던지고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거나, SNS 공간으로, 시민단체로, 정당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전투성과 연대의식을 잃고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조직이 살아 작동하고 있고, 지역과 산업에서도 존재감을 가지고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천 명의 전임자가 활동하고 있고 수만 명의 노조간부들이 움직이고 있다. 수천억 원의 조합비와 투쟁기금을 보유한 가장 잠재력 있는 사회정치세력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산별노조운동,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제1 산별노조운동'이 1998년 보건의료노조 건설을 시작으로 연이어 만들어진 금속, 금융, 공공영역의 산별노조들이 이전 운동 경험이 단절된 상태에서 당위성만을 앞세운 채, 독일 등 유럽 산별노조운동 경험을 그대로 따라 배우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운동이었다면, 이제 '제2 산별노조운동'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추진했던 산별교섭과 산별조직 활동과정에서 나온 실천적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한국적 사회경제환경과 노사문화, 현장의 역동성 속에서 '노동 3권'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산별노조를 만들어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자는 것이다. 한국 땅에서 초기업적 산별노조 활동을 가장 잘하기 위한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새로운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 바로 제2 산별노조운동의 핵심이다.

지금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시작할 최적기이다. 내부의 위기위식과 맞물려 외부에서도 경향신문이 창간특집으로 사회협약운동을 추진하며 노조 조직률 50% 높이기 캠페인을 제안하면서, 그 방안으로 산별노조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최장집 교수 등의 전문가 그룹에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것의 대안으로 산별노조운동을 제기하였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신속하게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주도해야 한다. 이것을 <나꼼수> 어법으로 말하자면 '닥치고 산별노조' 운동을 제대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진행해온 '노동 있는 복지국가' 담론의 형성,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과 고용전략회의, 산별운동특위, 노동운동평가 대안포럼 등 각개약진 방식의 논의를 지양하고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종합적인 운동방침과 전략이 나와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5가지 사업을 중심으로 제2의 산별노조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첫째, 제2 산별노조운동의 출발은 의제 중심의 산별운동이다. 모든 운동은 요구로 부터 시작된다. 조합원을 움직이고 국민을 감동시키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요구를 개발하고 조직해야 한다. 그동안 조직체계와 형식 중심의 산별운동 논의에서 벗어나 의제를 준비해야 한다. 사회복지 의제, 현장에 기반을 둔 산별정책 의제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현장이 어렵긴 하지만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다함께 움직일만한 의제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움직이지 않는 현장 조합원들을 탓하기 전에 각 산별 단위는 물론 70만 전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의제를 준비하고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의제를 일회적으로 선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현 가능하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현장 조합원과 함께 하는 제대로 된 산별투쟁이 되려면 1년 주기의 속전속결 방식의 산별교섭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1년 요구 준비-1년 교섭과 투쟁'이라는 2년 주기의 산별교섭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상반기 복지국가 논의가 활발할 때 민주노총에서는 '노동 없는 복지국가'라는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국 민주노총은 그 노동의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5대 요구, 10대 요구라는 식으로 민주노총의 요구를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나가수> 식의 경연방식 등을 통해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2+8' 방식으로 핵심요구를 확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2012 총선과 대선 투쟁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도 좋고, 100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좋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재벌개혁 다 좋다. 문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조합원의 관심을 모으면서 70만 나아가 1,600만 노동자가 다함께 싸울 수 있는 의제를 확정하는가이다, 나는 '1-3-9 캠페인'으로 노동 존중 민중복지사회를 실현하자는 의제를 제안한다. 이것은 10%인 노조 조직률을 30%로 높이고 협약 적용율을 90%로 올리면서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만들고 사회 양극화 해소와 민중복지사회를 실현하자는 운동이고, 10%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비율을 30%로 높이고, 건강보험 보장율을 90%로 확대하면서 병원비 걱정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이다.

둘째, 제2 산별노조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별 교섭을 넘어 초기업 교섭인 산별교섭을 실질적으로 성사시키는 것이다. 산별노조로서 조직률 확대와 산업정책 개입,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별교섭이라는 무기를 하루바삐 확보해야 한다. 초기업 교섭을 하지 못하는 산별노조는 앙코 없는 찐빵과 같다는 점에서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정부 전체와 부처별 교섭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대정부 교섭, 중층적이고 유연한 방식의 산별교섭, 전국단위 이전에 지역과 산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노사정교섭, 그리고 지역교섭과 대국회교섭 등 다양하고 유연한 방식을 통해 현재 기업에 갇혀있는 교섭구조를 기업 밖으로 끌어내야한다.

이것이 되어야 노조간부들의 시야가 기업별 의식을 넘어 산별 의식으로 확장 가능하다. 그리고 해당 대상과의 투쟁을 통해 산별교섭을 쟁취해야 하지만, 더불어 현재 기업별 노조체제 중심의 노동법 전면개정 투쟁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근본적으론 모든 악법의 전면철폐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과도기적으로 △노조가 요구할 시 사측은 연합해서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교원노조법 조항의 노동법 적용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산별교섭 제외 △초기업 교섭에 한해 교섭대상과 쟁의대상 확대 △산별노조에서의 집단탈퇴 불인정 등 4개의 법 조항만이라도 개정된다면 현장에서 제2 산별노조운동과 산별 노사관계로의 재편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셋째, 제2 산별노조운동을 위해서는 민주노총 내부의 혁신과 산별연맹 간의 통합이 관건이다. 지금 민주노총 조직체계는 너무 불균등하고 편차가 크다. 민주노총 내에는 16개의 산별연맹이 있는데, 그 규모는 1000명 이하부터 15만 명에 이르기까지 너무 다양하다. 이런 산만한 조직편제를 과감히 '5∼6개의 대산별연맹-15∼20개의 중(소)산별노조'로 재편하고, 지역조직을 강화하여 조직률 30% 확대와 실질적인 초기업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이렇게 재편되었을 시, 70만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의 실질적인 정치적 대표체로서 노조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내부 혁신과 함께 1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소 10만 명 이상 규모로 통합되는 5-6개의 대산별연맹은 해당 산별연맹의 대정부 교섭과 현장 노사투쟁을 총괄 지휘하면서, 이를 사회적으로 엄호하고, 15-20개의 중(소)산별노조는 노동 3권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단위로 편재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임단협투쟁을 전개하면서 현장투쟁과 함께, 해당 산업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 그 조직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산별의 재편 속에 지역본부도 더욱 힘 있게 통합하여 지역 차원의 정치적 대표체로서 대 지자체 교섭과 지역운동을 총괄 지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다면, 2012년 정치적 격변기를 지나면서 민주노총은 산별운동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산업적, 전국적 존재감을 확고히 구축하고, 노조 조직률 30%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위에서부터의 획일적,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준비된 조직부터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4만 명 규모인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대략 10만 명을 목표로 △공공 대산별연맹으로의 통합 속에 기존에 탈퇴한 지부를 포함하여 보건의료, 사회복지분야를 포괄하는 보건복지노조로 나아가거나(현재 보건복지노조협의회라는 틀이 있음) △전교조, 교육산별과의 통합을 통해 교육보건산별연맹(남아공 사례)을 만들면서 내부에서 보건의료노조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안 등의 다양한 통합 경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제2 산별노조운동을 위해서는 재정과 사람을 집중하고 대규모 공중전을 벌어야 한다.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조직이 있는 사람은 조직으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라는 구호가 있다. 바로 2012 열려진 정치공간에 꼭 맞는 말이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노동 존중 민중복지사회의 실현을 위해 돈과 사람, 조직이 있는 민주노총은 조직의 장점을 살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우선 100억 원 기금을 모으자. 이를 위해 대기업노조의 곳간을 열고, 경쟁적으로 현장으로부터 재정기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재정으로 노동존중 민중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의 요구를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나아가 별도로 노조의 참모습 알리기 공익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대규모 사회공헌 활동에도 나서야 한다. 노조도 자신의 사회적 존재 의미를 드러내는 social marketing을 하자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우리사회의 차별과 양극화 해소, 민주주의 확대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자동차와 배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노동자, 교사와 공무원, 기자와 간호사, 백화점과 할인점 등 모든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암부터 무상의료! 보건의료노조가 이루어냈습니다.'라는 식의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의 존재감과 사회적 역할을 알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앞둔 9월쯤에는 제대로 한번 모여야 한다. 대대적으로 사람과 재정을 집중시켜 10만 명이 함께하는 대규모 정치축제, 감동의 집회를 만들어야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주장하듯이, 제대로 된 '양질의 집회', 정치축제를 한번 만들어 현장 조합원에게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사회적으로는 민주노총의 존재감과 의제를 부각시켜 내야 한다. 그 힘으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2 산별노조운동의 시작과 출발은 현장이다. 현장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결단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합원과 소통하고 조합원이 참여하고, 특히 청년조합원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2030 청년세대 조직, SNS 등을 통한 네트워킹, 실력과 감동을 주는 조직 활동,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교육사업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노조 간부들의 시선이 사회와 정치를 향하되, 발은 반드시 현장에 딛고 서 있어야 한다.
ⓒ이주호

최근 어려운 조건에도 승전보가 들려온다. 내부적으로 건설연맹의 산별운동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고, 전교조를 포함한 교육산별 건설, 사무금융연맹 등의 산별건설 논의 등이 활발하다.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희망버스 투쟁이 승리를 거뒀고, 10.26 보궐선거에서는 시민대표를 자임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었다. 이제 그동안의 패배주의를 떨쳐내고, 2012년 총선에서 여소야대는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 진보적 정권교체와 새로운 2013체제도 넘보고 있다.

이런 2012년의 열려진 정치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통해 '노동운동의 대약진, 진보적 정권교체, 노동존중 민중복지국가'를 앞당기자. 2012년이 민주노총과 조직노동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추락을 멈추고 바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말이다.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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