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훈, 너 때문에 골치 아파."
눈을 떠보니 L간사 앞에 검은 잠바 입은 사내가 서있다.
민락훈?
난 한국 사람인 줄 알았다.
얼굴도 한국사람 같고, 이름도 한국 이름이니까.
알고 보니 태국인이다.
민라쿤(Minlakorn).
그는 철부지 어린애 같다.
왜?
1년 전 부산에서 못 받은 돈을,
출국 직전에야 이곳 발안으로 찾아와 받아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마치 겨울방학 내내 판판히 놀다가, 개학 전날에야 방학숙제 해내라며 엄마아빠를 들들 볶는 초등학생과 흡사하다.
아니, 그보다 못하지!
애들 숙제는 부산까지 안 가도 되니까.
무엇보다 1년 전에 근무한 회사를 찾아야 한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부산 송정동에 금광(가명)비엔피산업이 있다. 주소도 같다.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니란다.
"상도(가명)피엔씨인데요."
"금광이 아니예요?"
"아닌데예, 우리가 이 건물 사왔는데예."
구글로 다시 검색해보니 금광쇼트공업이란 회사가 나온다.
어쩐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아보니 사장 이름이 같다.
"금광비엔피산업인가요?"
"아닌데요. 그 회사는 사업 접고 공장도 매각했는데요."
"회사가 아주 없어졌나요?"
"없어졌죠. 사업자번호만 남고."
"사장님 이름이 같던데, 두 회사가 관련 있는 거 아닌가요?"
사장님한테 불똥이 튈 기미가 보이자, 비로소 실정을 털어놓는다.
"그 회사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긴 합니다만."
관리하는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가지고 전화했다.
"민라쿤 아시죠?"
"예."
"퇴직금 차액 안 주신 게 있던데. 어차피 안 주시면 소송하고, 소송하면 사장님이 법정에 나오셔야 할 겁니다. 어떡하실래요?"
관리자는 싹싹하게 말했다.
"자료 찾아보고 연락드리죠."
민락훈,
잊지 못한다.
못 받을 돈 112만원을
아슬아슬 받고 갔으니까.
ⓒ한윤수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