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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잔치, 종편 개국쇼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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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잔치, 종편 개국쇼 가보니…

[현장] 종편 4사 출범 공동 축하 쇼 풍경

1일 오후 5시경. 세종문화회관 인근 인도는 삼엄하게 늘어선 경찰들로 인해 이동조차 어려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도로 쪽으로 빠지시라"는 경찰의 지휘를 따라 좁은 길을 몸을 부딪치며 걸어야 했다.

세종문화회관 로비는 한산했다. 행사요원들의 엄중한 신분확인을 거친 이들이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공연장 안으로 이동했다. 그 앞에서는 이날 총파업에 나선 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사회의 모든 악이 종합"됐다며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개국을 비판하고 있었다. "미디어 환경을 바꾸"리라는 종편 4사 출범을 기념하는 공동 축하쇼 현장의 풍경이었다.

▲종편 개국 축하쇼 2부가 열린 고려대 화정체육관 앞에서 한 고려대 재학생이 종편에 반대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대조적인, 너무나 대조적인

취재진이라는 말을 건네고 세종문화회관 안으로 입장했다. 프레스 명찰을 받고 정문 안으로 들어가니 전자검색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길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가방을 열어 보이고 소지품을 확인받은 후 기자실이 마련된 2층 좌석으로 향했다. 들어오는 기자들 대부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비행장도 아니고…." 누군가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일반 좌석이라 콘센트를 연결할 수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속보 싸움이 벌어짐에 따라 상당수 인터넷 매체 기자들은 현장에서 바로 기사를 송고해야 한다. 콘센트 없이 노트북 전원만으로 한 시간이 넘는 축하공연 기사를 작성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럴 거면 부르질 말든가…." 또 누군가가 불평을 토했다. 적잖은 기자들에게서 종편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감을 읽을 수 있었다.

예정된 시작시간 직전,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국무총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귀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서로 악수하고, 격려하고, 웃음을 나눴다. 이날 합동 개국식에는 정당 중 한나라당만 참석했다. 오후 5시 45분경 공연이 시작됐다. 곧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영상이 흘러나왔고 박희태, 김황식, 최시중 등이 축사를 건넸다.

박 국회의장이 말했다. "종편이 비록 신생매체지만, 그 모태는 우리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오던 인쇄매체입니다. 4사는 신생아가 아니라 아주 노련한 장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국무총리가 말했다. "오늘은 우리나라 방송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지는 날입니다. 종편 채널의 탄생은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가져올 것입니다."

최 방통위원장은 말했다. "정말 오랜 준비 끝에 새로운 방송 4사가 지금 이 순간 첫 전파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4개 종편 채널 모두 개성이 뚜렷한,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갖고 여러분의 안방을 찾아갈 것입니다. 종편채널들은 다른 방송사업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리 방송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앞은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그들만의 '뻘쭘한' 출범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방통위는 종편 특혜 논란이 벌어지자 종편을 "신생아"에 비유하며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편이 이른바 '황금채널'을 받으면서 기존 프로그램공급자(PP)들이 피해를 입었다. 정권의 뒷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밀려난 채널들은 "선의의 경쟁은 어디 갔느냐"고 분노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방송, 따뜻한 방송"이라고 소개된 TV조선의 메인뉴스 <날>은 조중동이 강변한 "복지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친다"는 내용의 보도를 특집 뉴스로 다뤘다. 종편 프로그램 소개를 지켜본 적잖은 누리꾼들은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지적했다. 독재정권을 세웠던 전두환이 한 종편 방송의 개국을 축하했다.

종편 4사는 나름대로 채널소개에 공을 들인 듯했다. 자사를 소개하러 나선 각사 대표들은 TV조선은 '인간미'에, JTBC는 'TBC의 역사'에, MBN은 '전문성'에, 채널A는 '화려함'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종편은 출범 전부터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광고료 요구, 이념적 편향성, 정부와의 유착, 떨어지는 준비와 자본력 등으로 호된 비판에 시달렸다. 개국 후에도 어설픈 개국 축하 방송과 잦은 방송사고, 부족한 콘텐츠로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적어도 그날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에게선 화려한 수사에 감동한 이는 없는 듯했다. 오히려 곳곳에서 작게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적잖은 연예인과 문화, 예술인, 언론인들이 종편출연 문제로 인해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종편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누리꾼 사이에서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다. 이 반응이 과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종편에 출연한 연예인 중 "개념"이라는 칭찬을 받은 이는 없다.

개국쇼가 끝났으나,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화정체육관 앞에서는 종편출범을 반대하는 고려대 재학생이 일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경찰의 경비를 받으며 세종문화회관 안을 찾은 각계 인사들에게 이날 행사는 새로운 '선진 한국'의 자화상으로 여겨졌을 수 있겠으나, 그 기쁨은 세종문화회관 밖으로는 퍼지지 않은 듯했다.

4사의 채널 소개가 끝난 후,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는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열렸다. 김장훈이 화려한 무대를 마친 후 "기왕 시작했으니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분히 누리꾼들의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통상적인 소득 활동을 위한 행동에도 변명이 필요했다. 그들만의 축제. 개국쇼가 열린 1일, 축하 인사는 멀리 뻗어나가지 않았다.

▲가수 김장훈이 종편 개국을 축하하는 무대를 가졌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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