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야5당이 정당연설회의 형식으로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시민 600여 명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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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 모이면 FTA 폐기될 수 있다"
이태호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FTA와 상충해서 어쩔 수 없이 바꿔야하는 국내법 14개에 사인했지만 아직 FTA는 발효되지 않았다"며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FTA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한국 법, 대통령령, 장관령, 고시까지 검증을 한 뒤에만 FTA가 발효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무처장은 "이처럼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숙제 검사를 하는데, 반대로 우리 정부는 FTA 협정문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의 숙제검사를 받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오늘 아침에 야5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비준동의안 서명에 항의하러) 청와대 앞에 갔는데 (경찰이) 의원을 막고 피켓도 못 들게 했다"며 "집회 억압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한 "정당 연설회 형식을 빌려 집회를 해야 하지만 전혀 쫄 필요 없다"면서 "오는 30일 <나는 꼼수다> 출연진과 10만 명이 모이면 FTA는 폐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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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끊은 영화인은 FTA의 미래"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영화감독 김철한 씨는 "(FTA의 선결조건이었던)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이후에 많은 중소 영화 제작사들이 문을 닫고 영화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지금 나오는 영화들은 CJ와 같은 대기업 영화들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한 "스크린 쿼터가 축소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화인도 있다"며 "이는 FTA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 권해현 씨는 "대학생이 FTA 집회에 나오면 인터넷에서 괴담 읽고 오는 것 아니냐고들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씨는 이어 "예전에 노동법이 날치기 통과됐을 때도 (정리해고가 늘어난다는 주장이) 괴담이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에서 그 괴담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이제 한미 FTA 세대가 됐고, FTA에 우리 삶이 걸려있다"며 "미국 다큐멘터리 <식코>에서 손가락 두 개 잘린 아저씨,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의 해고자들은 괴담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실력 있는 의사들은 다 영리병원 갈 것"
집회에 참여한 시민 가운데서도 <식코>로 대변되는 '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퇴근 후 집회에 참여했다는 윤효정(33) 씨는 "FTA가 통과되고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생기면, 실력 있는 의사들은 다 영리병원으로 가고 환자들은 실력 있는 의사에게 진료 받을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며 "신랑이 최근에 폐렴이었는데 과잉 진료로 1주일 입원하고 고가검사를 하는 바람에 병원비만 170만 원이 나왔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FTA로 영리병원을 되돌릴 수 없으면 어려운 사람은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8시 45분께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광화문 곳곳에 전경차 수십 대와 경찰병력을 배치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한편, 한미 FTA 반대 집회는 주중과 주말에 계속 이어질 계획이다. 오는 30일에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특별공연을 겸한 집회가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린다. 돌아오는 주말에도 전국 집중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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