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버클리의 사연을 전하며 '짓눌린 중산층' 현상이 흑인 가정을 중심으로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의 각 지방정부가 재정 악화에 시달리면서 흑인 노동자 비율이 많은 공공부분 일자리를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흑인 노동자의 약 20%는 공공부분에 종사한다. 신문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 우정공사(USPS)가 해방된 흑인 노예를 고용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공공부문 일자리가 흑인들의 경제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1960년대 미 정부가 버스 노선과 지하철, 보건소와 공립학교를 늘리는 등 사회적 인프라를 강화하면서 이 분야에 흑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 것도 한 요인이었다.
흑인 노동자에게 공공부분 일자리가 갖는 중요성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공공부문 일자리에서 일하는 흑인 노동자들은 다른 부분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평균 25%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 등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아나가고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면서 '중산층의 삶'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 지난달 17일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관 헌정식에 참가한 흑인들. ⓒAP=연합뉴스 |
하지만 2008년 경제 위기는 흑인 노동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에서 깨어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2009년부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지방정부는 재정 압박을 받아 공공부문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9년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당시에는 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2010년에는 20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전미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에 따르면 미국의 212개 도시에서 해고당한 공공부문 노동자의 3분의 2가 흑인이었다.
실직한 흑인들의 민간 고용시장으로 들어가기 힘든 것도 문제다. 경제학자들은 흑인들이 민간 고용시장에서 아직도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고 교육수준이 다른 인종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민간 영역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공공부문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흑인들에게 더 심한 타격을 입힌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민간 영역이 1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 공공부문 일자리는 최소 14만2000개 줄어들었다.
백인과 흑인의 실업률 차이도 크다. 지난달 흑인의 실업률은 15.1%를 기록한 반면 백인의 실업률은 8%에 머물렀다. 신문은 지난 여름 흑인 실업률이 16.7%로 198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07년 민주당 성향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흑인은 33%만이 부모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렸지만 백인의 경우 66%에 달했다. 경기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공공부문 일자리의 취약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일자리의 위기는 흑인 노동자 개인 뿐 아니라 흑인 공동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볼티모어 우체국에서 일하는 파멜라 스팍스의 경우 남동생은 우체부, 여동생은 우체국 영업사원이다. 스팍스는 "우리 가족 전체가 우체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자리를 잃게 되면 서로를 도울 수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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