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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반대한 그들이 복지 재원조달을 기획?

[기고] 민주당 '증세 회피' 무상복지는 '뻥' 복지국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될 때조차도 어정쩡한 중도 노선을 표방하던 민주당이 오랜만에 '화끈한' 정책을 발표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을 내용으로 하는 소위 3+1 무상복지 정책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당의 3+1 무상복지 정책이 발표된 이후, 조중동을 중심으로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껏 재미를 보았던 세금폭탄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효석 의원, 그리고 이용섭 등 민주당의 관료출신 의원들은 증세론을 우려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에서는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방안 기획단>(단장 이용섭 / 이하 '재원조달 기획단')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론의 보급과 확산에 그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이하 '복지파')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당의 재원조달 기획단에 대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국가론자들은 왜 '복지증세론'을 정면으로 제기하는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대선이 있던 해인 2007년 7월에 만들어졌다. 이때 출판된 책이 <복지국가 혁명>(밈 펴냄)이다. 그리고 2008년 겨울에는 필자도 참여했던 <한국사회와 좌파의 재정립>(산책자 펴냄)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복지파의 입장은 '선(先)복지 후(後)증세론'이었다.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라도 대대적인 복지 확충을 추진하여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자는 것이었다. 생각하는 복지 확충의 규모는 크게 다르겠으나, 선복지 후증세라는 측면에서는 어쩌면 지금 민주당의 김효석, 이용섭 등의 관료출신 의원들과 입장이 엇비슷했던 셈이다. 당시 복지파의 실천적 관심사는 복지국가론을 한국 정치에서 '뜨는' 의제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복지파들은 '복지증세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다. 왜 그런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세'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었고, 특히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정책을 매개로 정치전선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의원은 생애주기별 복지와 맞춤형 사회서비스 복지를 제기하고 한나라당은 70% 복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복지국가 담론이 한국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의제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복지국가를 '현실 정치' 프로그램으로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복지파의 입장에서 볼 때 '복지증세론'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제가 된 것이다.

ⓒ프레시안

보편적 복지국가의 철학적 본질 - '세금연대'에 기반한 '사회연대 국가'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해서 많은 정치인들이 스스로 말한다. 철학이 중요하다고. 그렇다. 철학이 중요하다. 그런데 보편적 복지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사회연대 국가'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회연대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세금을 통한 연대'이다.

우리가 독일식, 미국식 등을 넓은 의미에서 복지국가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수식어에 동의하는 순간 그 대상은 주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지칭하는 것이 된다. 유럽 선진국들 중에서 이들 나라가 보편주의 복지시스템을 가장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원조달 방안에 있어서 미국식 잔여주의 복지국가와 스웨덴식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결정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국식 잔여주의 복지국가를 가장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는 구호는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선거 슬로건인 "부자에게 세금을, 빈자에게 복지를"이다. 미국은 세금은 부유층과 중산층이 내고 복지혜택은 유색인종을 중심으로 하는 빈자들에 집중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유층과 중산층은 '반(反)복지동맹'에 가담하게 된다.

반면, 스웨덴식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재원조달 방안도 그리고 복지동맹의 작동 구조도 확연히 다르다. 스웨덴의 경우 부유층은 아주 많이, 중산층은 약간 더 많이, 서민층은 아주 조금 세금을 낸다. 그리고 복지혜택은 기본권으로서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이를 통해서 결과적으로는 사회연대 원리에 기반해 누진적 복지체계를 갖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식 보편적 복지국가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강력한 복지동맹을 구축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부유층조차도 세금 납부를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 고위층의 도덕적 의무)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보편적 복지국가의 철학적 원리는 사회연대 국가이며,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세금동맹'에 기반한 '복지동맹'이 보편적 복지국가의 정치 철학적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조중동에서는 무상복지에 대해서 공짜 시리즈라고 공격하는데, 실제로 복지국가에 있어서도 '공짜'는 없다. 다만, 사회연대 원리에 입각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민주당의 '재원조달 기획단'을 우려하는 이유 - 재원조달 '저지' 기획단?

민주당은 3+1 복지정책을 발표한 이후 증세론이 제기되자 이를 부담스러워하며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방안 기획단>(단장: 이용섭 의원/ 이하 '재원조달 기획단')을 발족시켰다. 그런데 민주당은 브리핑을 하면서 증세 방안은 일단 배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에서 복지증세론을 본격 제기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재원조달 기획단이 '증세 반대론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먼저 재원조달 기획단의 인적 구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재원조달 기획단 중 국회의원은 총 15명이다. 독자들은 이들의 '지역구'를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이들 이름을 모두 열거해보면 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용섭(전남 함평)을 필두로 강봉균(전북 군산), 장병완(전남 곡성), 조영택(전남 완도), 최인기(전남 나주), 백재현(경기 광명), 주승용(전남 고흥), 김효석(전남 장성), 김춘진(전북 부안·고창), 홍재형(충북 청주), 전병헌(서울 동작), 변재일(충북 청원), 김진표(경기 수원), 우제창(경기 용인), 박은수(비례)이다.

이들 면면을 보면 비례의원인 박은수 의원을 제외하면 14명의 국회의원 중 8명이 '호남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율로 치면 무려 57.1%이다. 물론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일부러 호남 출신 의원들을 집중 배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밝힌 이유에 의하면 바로 '경제관료' 출신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민주당의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이 어떤 이들인가? 이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종부세를 반대하고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던 이들이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경제정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며 한나라당과 별반 차이점을 보여주지 않았던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바로 이들이야말로 민주당의 '보수성'을 강화시키며 민주당의 정책을 '시장만능주의'(=신자유주의)로 경도되게 만들었던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이쯤 되면 재원조달 기획단은 복지 재원의 '조달 저지' 기획단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과도한 비판일까?

종부세 시절의 '세금폭탄론'과 지금의 '무상복지 증세론'은 무엇이 다른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종부세 시절에 세금폭탄론으로 조중동에 의해서 혹독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내 일부 정치인들이 세금폭탄론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것은 사실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종부세 시절의 세금폭탄론과 현재의 복지 증세론은 본질적으로 다른 정세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종부세의 경우 국민들 입장에서 거둔 세금을 '어디에' 쓸지가 불분명했다. 그렇기에 국민들 입장에서 괜히 세금만 더 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쓸지가 매우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의 국면은 엄연하게 무상복지론이 기본 쟁점이고, 복지증세론은 '부수적인' 쟁점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한겨레신문(1월 24일)-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세금을 더 내고 복지 늘리는 것'에 찬성하는 여론은 53.1%, 반대하는 여론은 45.9%로 나왔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복지는 세금이다'라고 밝히며 복지증세론을 정면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전병헌 정책위원장과 김효석 의원은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先)복지, 후(後)증세'를 검토해야 하고, 국민들의 복지체험이 중요하다고 반문했다. 그런데 '증세 없이' 기존재원의 한계 속에서 이들이 국민에게 선사하려는 복지체험이란 게 도대체 제대로 체감할 만한 수준이나 될까?

물론 국민들의 복지체험은 매우 중요하다. 유럽에서 복지 정책이 설령 우파정권이 들어서도 불가역적 성격을 갖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이 중산층과 서민층의 두터운 복지체험 동맹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병헌 의원도, 김효석 의원도 끝내 답변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박근혜 의원의 한국형 복지정책과 완전히 같은 딜레마인데, 그것은 여전히 '재원마련 방안'이다. 증세 없이 추진하겠다는 그들의 방안으로는 박근혜 의원의 복지확충론을 절대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3+1 복지정책, 다시 말해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은 민주당이 밝힌 예산만 무려 16조 4000억원이다. 그리고 이중에서 무상의료만 하더라도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서는 12조원 이상을 추산하는데 반해, 민주당은 8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실제로는 20조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솔직히 말해야 한다. 단지 선(先)복지 후(後)증세의 입장을 고수하며 복지체험 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3+1 복지정책을 전면 철회하고, 이중에서 현재의 예산으로도 실현 가능한 '딱 한 가지'의 복지 정책만 택일해야 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당의 정강정책에 반영하기 전의 민주당이 늘 해오던 보수 개혁적 방식대로 말이다. 그런데 국민은 이제 다른 눈으로 민주당을 바라보며, 정치적 기대수준을 높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재원조달 기획단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철회로 재원이 확충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 역시도 '꼼수'에 불과하다. 20조원에 달하는 부자감세는 이미 실현된 것이기 때문에 부자감세 철회는 결국 법인세, 소득세, 종부세에 대해 '증세'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증세' 방안인 것을 이미 현실화된 감세의 철회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말장난'일 뿐이다.

'세금폭탄 프레임'을 넘어, 가계비 절감+복지증세 프레임으로 맞서야

무상의료와 관련하여 진보신당 정책위원회가 건강보험과 사보험의 기대수익을 비교한 내용이 <시사인> 최근호(174호)에 실렸다. 시사인 기사에 따르면, 사보험의 경우 국민들이 1만원을 낼 경우 3천원의 기대값을 얻게 되고, 건강보험의 경우 1만원을 낼 경우 1만6천8백원의 기대값을 얻게 된다. 건강보험의 경우 무려 168%라는 기댓값을 얻게 되는데 그 비결은 국민이 내는 보험료에 연동해서 사업주와 정부도 함께 지출되는 구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약 80%가 민간의료보험에 이미 가입해있다. 그리고 월평균 1인당 10만원을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는 월평균 3만3천원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건강보험에 비해서 무려 3배 이상의 많은 보험료를 민간보험사에 납부하고 있는 꼴이며, 결국 사보험은 국민들 돈으로 재벌 보험회사들을 살찌우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실제로'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들고자 한다면, 정직하게 복지증세를 말해야 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조중동의 세금폭탄 프레임이 두려워서 증세 없는 무상복지를 하겠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당장 복지국가소사이어티로부터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진정성도 의심받고, 실현가능성도 의심받게 될 것이다.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사례처럼 사보험에 이미 나가고 있는 돈의 일부만을 세금(또는 건강보험료 추가분)으로 더 내면 사보험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공세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그리하여 무상복지+복지 증세 정책의 본질은 의료보험의 경우, 가계비에서 의료보험료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 그래서 서민가계를 경제적으로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정직하게, 자신감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

복지국가론자들은 민주당의 '증세반대' 복지론은 '뻥 복지'가 될까 우려한다 !

민주당은 조중동의 세금폭탄론이 두려운가? 그리하여 무려 20조원 정도의 추가 예산이 들어가는 3+1 무상복지 정책을 주장하면서도 복지증세를 반대하면서 지출구조 개혁만으로 가능하다고 할 것인가?

만일 민주당이 '증세 반대'를 전제로 하는, 3+1 무상복지 정책을 고수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서 가장 진정성 있게 노력하고 있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의해서 '뻥 복지'로 규정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훼손함으로써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망쳐 놓으려면 차라리 옛날의 중도 보수적 노선으로 회귀하는 편이 낫다. 그 역할을 다른 세력이라도 추진하게 말이다. 이미 민주당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국회연설을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의 노선으로 천명하였다. 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전략은 복지증세론이다. 민주당은 복지증세론을 채택하라. 대한민국을 '실제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것 이외에 '제3의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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